[토크 人사이드] 올리브영 신화 쓴 ‘전략가’ 최은석 의원…‘대구혁신’을 꿈꾸다

  • 정재훈·장태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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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12-09 16:22  |  발행일 2025-12-09
CJ출신 ‘비비고’ 주역에서 정치인으로 변신
여당의 독주 비판하며 야당의 역할 강조
대구의 미래 비전과 실물경제 노하우 강조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이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영남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최은석 의원실 제공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이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영남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최은석 의원실 제공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3층, 최은석(대구 동구-군위군갑) 의원의 사무실을 들어서자 마자 시선을 사로잡은 건 한쪽 벽면 앞에 선 두 개의 대형 현황판이었다. 하나는 지역구 지도, 다른 하나는 60여 가지에 달하는 대구 동구의 현안 사업들이 깨알같이 정리된 표였다.


기자가 놀라움을 표하자 최 의원은 "꾸준히 들여다보려고 한 것"이라며 멋쩍게 웃었다. 첫 마디에서 화려한 언변보다는 치밀한 실무가의 기질이 엿보였다. CJ제일제당 대표이사, 그룹 경영전략 총괄 등 화려한 'CEO' 타이틀을 내려놓고 거친 정치판에 뛰어든 지 어느덧 1년 반. '기업가 최은석'은 어떻게 '정치인 최은석'으로 진화하고 있을까. 그에게 직접 들어봤다.


◆'비비고' 세계화의 설계자…GSP 네이밍부터 7대 품목 선정까지


그는 자타가 공인하는 '전략통'이다. 오늘날 전 세계인의 식탁에 오른 '비비고'의 성공 신화 뒤에는 최 의원의 치밀한 설계가 있었다. 그는 인터뷰 도중 눈을 반짝이며 당시를 회고했다.


"CJ제일제당 대표가 되자마자 가장 먼저 한 일이 'GSP(Global Strategic Product)' 전략을 짠 겁니다. 이 용어 자체를 제가 직접 네이밍(Naming) 했어요. 우리 회사의 미래는 좁은 내수 시장이 아니라 해외에 있다고 확신했거든요."


그는 단순히 방향만 제시한 게 아니었다. 수많은 제품군 중에서 만두, 김, 소스, 치킨 등 글로벌 시장에서 승산이 있는 7개 품목을 직접 골라 '선택과 집중'을 주문했다. 미국 냉동식품 시장을 뚫기 위해 현지 거대 유통망을 가진 '슈완스(Schwan's)' 인수를 주도한 것도 그였다.


"미국 유통 시장은 진입 장벽이 엄청납니다. 월마트 같은 곳에 납품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예요. 그래서 이미 미국 전역의 유통 채널을 장악하고 있는 슈완스를 인수해 그 유통망이라는 고속도로 위에 우리 '비비고' 만두를 태워 보낸 겁니다. 그 전략이 적중해서 지금 미국에서 비비고 치킨까지 나오고 있는 거죠."


그가 만든 성공 방정식은 명쾌했다. 시장을 읽고, 전략을 세우고, 과감한 투자로 실행에 옮기는 것. 그는 이 '성공 DNA'를 이제 정치에 이식하려 한다.


◆입법 독재 막는 것이 야당의 숙명…"정치는 결국 서비스"


화제를 정치권으로 돌리자, 부드러웠던 그의 표정이 단호해졌다. 현재 국민의힘 원내 수석대변인과 원내부대표를 맡고 있는 최 의원은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대한민국 정치가 정상 궤도를 이탈했다"며 작심 비판을 쏟아냈다.


"기업에 있을 때와는 차원이 다른 절박함을 느낍니다. 지금 국회는 거대 여당인 민주당의 일방 독주로 '비정상적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소위 '법 왜곡죄'나 내란 관련 재판부 법안 등은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사법부의 독립성마저 침해하려는 시도입니다. 이는 명백한 민주주의의 파괴입니다."


그는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등을 통해 국회가 멈춰 서 있다는 일각의 비판에 대해서도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싸우는 모습이 국민들께 피로감을 준다는 걸 안다"면서도 "하지만 지금은 독재적 입법 폭주를 막아내야 할 때"라고 했다. 그러면서 "말도 안 되는 악법들이 통과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그 부당함을 알리고 저지하는 것이 지금 야당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책무"라고 덧붙였다.


다만 그는 '투 트랙(Two-Track)' 전략을 강조했다. 최 의원은 "민주당의 의회 폭거에는 치열하게 맞서 싸우되, 한편으로는 국민의힘이 다시 집권했을 때 보여줄 수 있는 민생·경제 정책의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그래야 수권 정당으로서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격한 대치 정국 속에서도 그가 놓지 않는 원칙이 있다. 바로 '고객 중심 사고'다. 그는 기자들의 전화를 직접 받고, 늦더라도 반드시 콜백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기업에서 가장 중요한 존재는 '고객'이잖아요. 정치도 똑같더라고요. 제 고객은 국민이고, 그 고객의 목소리를 가감 없이 전해주시는 언론인들이야말로 제1의 파트너죠. 소통의 기본은 경청 아닙니까. 기업이 고객의 니즈를 파악해 혁신하듯, 정치도 국민이 무엇을 불편해하고 원하는지 듣는 것이 모든 의정 활동의 시작입니다."


◆ 대구의 미래, '장밋빛 구호' 대신 '실물경제 노하우'로


그의 시선은 지역구인 대구에 집중됐다. TK공항(대구경북민·군통합공항) 이전 등 굵직한 현안에 대해 그는 '장밋빛 희망 고문' 대신 냉철한 현실 인식을 주문했다.


"수조 원짜리 M&A와 투자를 집행해 본 입장에서 말씀드리면, 단순히 법만 만든다고 투자가 이뤄지지 않습니다. K-2 이전 문제도 국방부와 지자체가 머리를 맞대고 정확한 비용 추산과 수익성 모델을 만들어야 민간 자본이 움직입니다. 막연한 구호가 아니라, 치밀한 협상과 갈등 조정, 그리고 실물 경제를 아는 리더십이 절실한 시점입니다."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이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영남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최은석 의원실 제공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이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영남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최은석 의원실 제공

그가 그리는 대구의 미래는 '청년이 일하고 싶은 도시'다. 그는 이미 동대구 벤처밸리에 '대구 AI 혁신센터'와 'AI 테크포트'를 유치하며 성과를 내고 있다. 단순히 예산을 뿌리는 게 아니라, 스타트업이 성장할 수 있는 생태계와 경로를 설계해 주는 것, 그것이 '최은석식 해법'이다.


◆"실행과 성과, CEO DNA를 대구에 심겠다"


특히 그는 내년 6월 지방선거 '대구시장'에 대한 관심을 드러냈다. 실제로 지역 정가에서는 최 의원을 차기 대구시장 후보군으로 꼽는다. 이에 대해 묻자 그는 부인하지 않았다. 오히려 "대구의 산적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내 경험이 쓰일 수 있다면 피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그동안 관료 출신들이 대구 발전을 위해 노력했다면 이제는 실물경제에 능한 리더가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을 때라는 것이 그의 시각이다.


최 의원은 "국회의원은 법을 만들고 예산을 심의하지만, 실제로 도시를 바꾸고 프로젝트를 집행하는 건 경영의 영역"이라며 "글로벌 시장을 개척했던 경험, 수조 원 단위의 투자를 결정하고 책임졌던 그 '실행력'이야말로 지금 정체된 대구에 가장 필요한 리더십 아니겠나"라고 강조했다.


최 의원은 특히 대구의 미래 먹거리를 만드는 일에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기업 유치나 신공항 건설은 단순히 정치적 구호로 되는 게 아니다. 기업이 무엇을 원하는지, 글로벌 자본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아는 '실물경제 전문가'가 키를 잡는다면 대구가 달라질 것"이라고 소신을 드러냈다. 이어 "대구는 일 잘하는 경제 전문가 시장이 필요한 시기"라고 덧붙였다.


인터뷰를 마치며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을 묻자, 그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대구에 대한 '진심'을 꺼내 놓았다.


"CJ제일제당 대표 시절, 3만5천명의 임직원을 이끌었습니다. 기업에서는 비전을 세우고, 로드맵을 만들고, 결국은 실행을 통해 '성과'로 증명해야 살아남습니다. 그게 제 몸에 밴 DNA입니다. 말만 앞세우는 정치가 아니라, 구체적인 성과로 국민에게 효능감을 주는 정치인, 대구의 심장을 다시 뛰게 하는 정치인으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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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훈

서울정치팀장 정재훈입니다. 대통령실과 국회 여당을 출입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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