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파장 부른 ‘주호영 주장’, 숙의로 TK 의견 모아야

  • 이재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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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12-12 06:00  |  발행일 2025-12-11

최근 대구경북 정치권 화제의 인물은 주호영 국회부의장이다. 이번 주초 대구에서 한 발언 때문이다. 그는 "윤석열 전 대통령은 폭정을 거듭했고 탄핵 사유가 충분했다"면서 '윤 어게인' 세력과 단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말은 화자가 누구인가, 그리고 시점과 강도에 따라 파장이 달라진다. 주 부의장의 발언은 당내는 물론 TK지역 최대 화젯거리로 빠르게 확산 중이다. 찬반 의견이 쇄도한다는 소문도 파다하다. 화두가 던져졌으니 숙의 과정이 필요하다. 당내 최대 지분을 가진 TK 정치권의 의견수렴과 통합된 견해 도출이 선행하면 금상첨화다.


'거듭된 폭정' '충분한 탄핵 사유' '윤 어게인 세력 단절' '지리멸렬한 당'은 평소 주 부의장이 사용하지 않는 어휘다. "같이 일하던 대통령에 대해 폭정이란 단어를 쓰는 게 마음이 무겁다"고 한 것도 그런 이유라고 본다. 장동혁 당 대표가 계엄 사과 없이 버티기만 하고 있는데 대해 "윤 어게인 냄새가 난다"고 비판한 것도 마찬가지다. 부지불식간 나온 말이라기보다 작정하고 준비한 레토릭이다. 윤 전 대통령 지지세력이 적지 않은 텃밭 대구에서 '절연'을 주장했으니 술렁거릴 만 하다.


그렇다고 주 부의장의 발언을 TK 분화로 읽는 건 잘못이다. 차기 대구시장 출마를 노린 '노이즈 마케팅'이란 일각의 시선을 이해 못하는 바 아니나 핵심을 비켜나선 안 된다. 그의 말이 틀리지 않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계엄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면 내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은 매우 어려운 고비를 맞을 것이다. 당 기조의 전면 전환과 쇄신을 요구하는 주장을 다른 이유로 폄훼하는 건 온당치 않다.


당내에서도 '노선 변경'에 대한 요구가 분출하고 있다. 전향적 조치가 필요한 시점이다. 장 대표는 "하루에 1도씩 변하겠다"고 했는데 하루에 1도씩 거꾸로 가고 있다. 장 대표가 소속 의원들과 외곽의 오피니언 리더들을 개별적으로 만나기 시작했다고 한다. '시간 벌기'가 아니었으면 좋겠다. 변화의 모멘텀을 찾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어느 정도 의견이 수렴되면 올해 말, 늦어도 내년 1월 중에는 '당 혁신' 메시지가 나오기를 바란다. 하루라도 빠른 게 좋다. 당이 고립당하지 않으려면 국민을 설득하고, 변화하고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 주 부의장은 대구경북은 물론 국민의힘 최다선 의원이다. 당이 혁신 의견을 수렴할 때 당의 중심 TK 의원들이 '주호영 주장'에 힘을 보태는 건 어떤가. TK가 바뀌면 국민의힘이 바뀐다는 건 지금도 변함없는 명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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