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헌 봉화군 기획예산실 공보팀장(왼쪽)과 오혜진 주무관이 봉화군 공식 유튜브 영상에 출연해 군민과 시청자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봉화군 유튜브 캡쳐 화면.
경북 봉화군 홍보의 문법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보도자료와 카드뉴스 중심의 일방적 전달에서 벗어나, 영상 플랫폼을 통해 공감과 참여를 이끌어내는 방식으로의 전환이다.
이런 변화의 흐름 속에서 봉화군 유튜브 채널은 유독 눈에 띄는 성과를 내며 주목받고 있다. 그 중심에는 기획예산실 공보팀 오혜진 주무관이 있다.
오 주무관은 기존 행정 홍보의 한계를 분명히 인식하는 데서 출발했다. 그는 "보도자료나 카드뉴스, 홈페이지 중심의 홍보는 정보 전달은 빠르지만 친근감과 쌍방향 소통에는 한계가 있었다"며 "이 방식만으로는 봉화군에 대한 흥미와 관심을 유발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고민 끝에 선택한 해법이 유튜브였다. 단순히 군정 소식을 나열하는 채널이 아니라, 봉화의 자연환경과 특산물, 그리고 공무원들의 진솔한 일상까지 담아 실제 방문으로 이어지는 홍보를 해보자는 문제의식이었다.
변화의 신호탄은 쇼츠 콘텐츠 '홍보가 기가 막혀'였다. 오 주무관은 기획 단계에서 지역의 고령화라는 현실을 가장 먼저 고려했다. "최신 트렌드를 그대로 따라가기보다는 어르신부터 청년까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콘텐츠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1990년대 대중가요를 배경음악으로 선택하고, '흥보가 기가 막혀'와 '홍보'의 발음을 결합한 제목으로 유쾌함과 호기심을 동시에 끌어냈다. 세대 간 간극을 줄이면서도 콘텐츠의 목적을 직관적으로 드러낸 이 선택은 예상보다 큰 반응으로 이어졌다.
콘텐츠 공개 이후 반응은 군 안팎에서 고르게 나타났다. 오 주무관은 "군민들로부터 '유튜브 잘 보고 있다'는 말을 현장에서 자주 들었고, 외부 시청자들 역시 '봉화를 처음 알게 됐다', '가보고 싶다'는 반응을 보였다"며 "전 세대를 아우르겠다는 방향이 틀리지 않았다는 확신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쇼츠를 넘어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영역을 확장했다. 공무원의 하루를 담은 '공무원 다큐' 시리즈는 예산팀의 실제 업무 현장을 통해 1년 예산이 어떻게 편성되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주며 군정 이해도를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제작 과정은 결코 녹록지 않았다. 오 주무관은 "기획과 시나리오 작성, 촬영, 편집 방향 설정까지 전 과정을 혼자 맡았고, 다른 업무와 병행하다 보니 시간적 부담이 가장 컸다"고 털어놨다. 바쁜 동료 직원들을 홍보 영상 출연자로 설득해야 하는 과정에서 느낀 미안함과 부담 역시 적지 않았다고 했다.
봉화군 공식 유튜브 채널 '봉화나들e' 화면. 봉화군 유튜브 캡쳐.
봉화군 유튜브는 이제 군정 홍보를 넘어 지역 홍보의 플랫폼으로 확장되고 있다. 수원특례시와 협업해 조성된 '청량산 수원캠핑장'을 소개한 쇼츠 영상은 대도시와 소멸위기 지역 간 상생 모델을 자연스럽게 알렸고, 은어축제와 송이축제 등 봉화 대표 축제를 담은 영상은 관광과 소비로 이어지는 선순환 효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인기 유튜버들과의 협업 역시 관 주도형 행사 홍보에서 벗어나 대중이 즐겨 찾는 플랫폼과 호흡하는 방식으로 변화를 이끌고 있다.
이 같은 노력의 성과로 봉화군 유튜브 채널의 구독자 수는 1년 새 1천 명 이상 증가했다. 댓글에는 "아이디어가 톡톡 튄다", "나도 출연해보고 싶다"는 반응이 이어지며 자발적인 참여 의사도 늘고 있다. 오 주무관은 "숨겨져 있던 봉화의 이야기와 가치를 발굴해 외부 대중에게 전달하고, 그것이 실제 지역 활성화와 방문으로 이어지는 홍보를 지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강조하는 핵심 원칙은 '균형'이다. 오 주무관은 "흥미를 끌 수 있는 재미를 추구하더라도 행정 채널로서 사실관계의 정확성과 책임감을 잃어서는 안 된다"며 "이 균형이 무너지면 군정에 대한 신뢰도 함께 흔들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트렌드는 금세 바뀌지만 지역의 진심은 오래간다'는 그의 말은 봉화군 유튜브가 지향하는 방향을 압축한다.
노인 인구가 많은 지역에서 시작된 봉화군의 유튜브 실험은 단순한 홍보를 넘어 지역의 존재감을 새롭게 드러내는 시도로 평가받고 있다. 화려한 기술이나 유명인보다, 지역과 사람에 대한 진정성 있는 시선이 만들어낸 변화다. 행정 홍보의 현장에서 묵묵히 카메라를 들고 봉화의 이야기를 기록해온 한 공무원의 선택이, 오늘의 봉화군 유튜브를 만들고 있다.
공무원의 가요톱텐 무대 홍보가 기가막혀 [봉화군 #유튜브 홍보영상]
황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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