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별과 모래' 스틸컷. <감정원 감독 제공>
최근 금호강 팔현습지 보도교 설치를 둘러싼 갈등이 뜨거운 가운데, 이곳의 이야기를 담아낸 대구 영화 한 편이 전국적인 주목을 받았다. 그 주인공은 올해 제51회 서울독립영화제에서 대상을 수상한 감정원 감독의 '별과 모래'다. 대구 지역을 배경으로 지역 예술인과 영화인이 의기투합해 만든 '순도 100% 대구 영화'라는 점에서 더욱 뜻깊다. 2023년 12월부터 '팔현습지를 지키는 예술행동' 활동을 지속하며 영화 작업을 함께해온 감정원 감독과 백승현 미술감독을 만나 영화와 팔현습지, 그리고 지역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지난 18일 금호강 팔현습지 인근 카페에서 만난 영화 '별과 모래'의 백승현(왼쪽) 미술감독과 감정원 감독. 감 감독은 "올해 보도교 공사가 시행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들어, 이곳의 모습을 영화로 기록하기로 결심했다"고 전했다. <사진=정수민기자>
'팔현습지를 지키는 예술행동' 2년째 활동 중
보도교 설치 위기감에 영화로 기록하기로 결심
팔현습지 배경…과도한 미장센 지양하며 촬영
▶팔현습지의 이야기를 영화로 풀어내게 된 계기가 있다면.
감정원= 현재 '팔현습지를 지키는 예술행동' 활동을 2년째 이어오고 있다. 올해 보도교 공사가 시행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들어, 이곳의 모습을 영화로 기록하기로 결심했다. 지난 겨울 시나리오를 완성했고, 관객들에게 상황을 알리기 위한 작업을 했다. 특히 전문 영화인뿐만 아니라 '팔현습지를 지키는 예술행동'에서 함께 활동해온 동료들이 참여했기에 그 의미가 더욱 남다르다. 관객들이 영화를 보며 이 사안에 대해 자연스럽게 고민해 볼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주고 싶었다.
영화 '별과 모래' 스틸컷. <감정원 감독 제공>
▶영화 작업 과정에서 가장 신경 썼던 부분은.
감= 인물들이 사건 앞에서 어떤 태도를 취하는지를 그려내는 것이 핵심이었다. 또한 자연을 단순히 영화의 소비적인 배경이나 과도한 미장센으로 활용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특히 밤 시간대는 서식 동물들이 활동하는 시간이라, 이들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촬영 장소를 조정하는 등 팀원들과 많은 논의를 거쳤다.
백승현= 자연물을 소재로만 이용하지 않겠다는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했다. 미술감독으로서는 두 주인공의 가치관 차이를 공간에 녹여내는 데 집중했다. 남자 주인공에게는 모래 냄새가 나는 현실적인 느낌을, 여자 주인공에게는 꿈과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자유로운 느낌을 부여해 대비를 줬다.
지난 18일 금호강 팔현습지 인근에 설치된 '팔현습지를 지키는 예술행동' 작업물에서 백승현(왼쪽) 미술감독과 감정원 감독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정수민기자>
영화 '별과 모래' 스틸컷. <감정원 감독 제공>
작품 속 갈등 옳고 그름 아닌 태도 변화에 중점
대구 영화계, 예산 삭감에도 동료들과 버텨
감 감독, 차기작으로 '환경 SF 영화' 계획
▶영화 속 대립하는 인물들은 재점화되고 있는 보도교 설치사업 갈등을 떠올리게 한다. 관객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었나.
감= 누가 옳고 그르냐를 가르기보다, 무엇을 우선순위로 두느냐에 따라 태도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보여주고 싶었다. 메시지를 직접 설명하기보다 관객의 시선과 호흡을 바꾸는 최소한의 개입을 하고 싶었다. 갈등의 본질은 의견 차이가 아니라 '시간을 어떻게 대하고 존재를 어떻게 존중하는가'의 문제다. 이런 지점들이 현재 보도교 논쟁과 겹쳐 보인다면, 영화가 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생각한다.
▶대구는 지역 영화계에서 꾸준히 강세를 보이고 있다. 대구 영화인으로서 지역 영화계를 어떻게 바라보나.
감= 대구는 창작자들이 지역에 머물며 이야기를 풀어나가려는 힘이 강하다. 하지만 지난 정부 지역 영화 관련 예산이 삭감되고, 대구영화학교가 중단될 위기에 처하는 등 환경이 매우 척박하다. 그럼에도 대구 다양성영화 지원사업 등 지역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사업을 비롯해, 뜻을 함께하는 동료들의 저력으로 버티며 성과를 내고 있다.
▶앞으로의 활동 계획은.
감= 내년에는 '별과 모래'로 더 많은 국내외 관객을 만나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차기작으로는 3년 전부터 구상해온 대구 배경의 '환경 SF 영화'를 준비 중인데, 어떤 도시의 이야기를 조금 더 큰 규모로 풀어보고 싶다.
백= 대구 지역의 여러 이슈에 집중한 전시 작업을 이어갈 예정이다. 영화 작업을 통해 배운 것처럼, 갈등 속에서도 서로 다른 삶의 맥락을 이해하고 연결하는 예술 작업을 계속해 나가겠다.
정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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