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용산에서 다시 청와대로’, 국민은 착잡하다

  • 박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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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12-24 06:00  |  발행일 2025-12-23

대한민국은 대통령 중심제 국가이다. 대통령의 국가적 상징성은 크다. 대통령 집무실과 숙식 공간은 늘 국민적 주목을 받는다. 국정의 컨트롤타워이자, 외교 무대의 공간이다. 보안 측면에서도 그 어떤 건물 공간보다도 우선 순위에 있다. 대통령 집무실이 용산에서 다시 청와대로 되돌아간다. 3년7개월 만이다. 이를 바라보는 국민의 마음이 편치 않은 것은 사실이다.


용산 이전은 800억원 이상의 비용이 소요됐다. 기존 국방부 청사를 비워주면서 무형의 국가자산도 소모됐다.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구중궁궐 소리를 듣던 청와대를 떠나 국민과 소통의 공간을 창출하겠다던 윤석열 전 대통령의 각오는 12.3 계엄으로 막을 내렸다. 군 수뇌부와 접촉이 빈번한 위치 탓에 계엄을 촉발했다는 지적마저 나왔다. 이전의 진짜 배경을 놓고는 '무속인 조언' 같은 이상한 소리도 들렸다.


이재명 대통령실은 이제 청와대로 복귀한다. 비용을 떠나 오락가락한 논쟁들이 있다. 청와대가 과연 공간으로서 문제가 있어서 역대 대통령의 퇴임 후 혹은 재임 중 불행이 닥쳤겠는가 하는 의문이다. 내부 사무실이 이격돼 있다면 적절히 고치면 될 일이다. 중요한 것은 그 속에서 일하는 이들의 국가관과 애국심, 나아가 국민을 끝없이 마음에 담는 겸허함이다.


청와대란 공간이 더 이상 최고권력이 독점하는 위엄의 성(城)이 되서는 안될 것이다. 민주공화국의 대통령실은 나라 정책 결정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국민 여론을 끝없이 취합하는 공간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청와대로 복귀하는 이 대통령도 이를 잘 알고 있을 것으로 믿는다. 청와대 개방으로 1천6백만명이 관람의 기쁨을 만끽했다는 위안이 저간의 뒤엉킨 대통령실 이전의 혼선을 모두 덮는 것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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