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혜훈의 ‘내란 옹호’ 사과…진정성 검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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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12-31 06:00  |  발행일 2025-12-30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가 30일 비상계엄 이후 자신의 행동과 관련, "당파성에 매몰돼 사안의 본질과 국가 공동체가 처한 위기의 실체를 놓쳤음을 솔직하게 고백한다"며 사과했다. 또 그는 "내란은 헌정사에 있어서는 안 될 분명히 잘못된 일로,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불법적 행위"라고도 했다. 특히 이 후보자는 "기획예산처 초대 장관이라는 막중한 책무를 앞두고 있는 지금, 국민 앞에 먼저 사과하지 않으면 그런 공직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 후보자는 비상계엄 선포 이후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며 '윤 어게인' 세력에 동조하는 정치적 행보를 보여왔다. 그런데 장관 후보로 지명된 이후 지난 행동을 반성하며 사과에 나섰으니, 배경을 묻지 않을 수 없다. 본인 스스로의 성찰로 인식이 달라진 것인지, '내란 옹호'에 대한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는 인사권자의 주문에 답한 것인지, 아니면 눈앞의 권력을 노린 태도 전환인지 확인해야 한다.


비상계엄 사태를 바라보는 시각은 헌법 질서에 대한 인식의 문제이며, 고위 공직자에게는 위기 판단 능력의 기준이 된다. 장관은 단순한 행정 책임자가 아니다. 국가 운영의 철학과 우선 순위를 설계하는 자리다. 기획예산처 장관에게는 헌정 질서에 대한 인식이 정책 능력보다 더 중요하게 요구된다. 헌정 질서가 위협받는 상황에서 정파적 계산이 앞선 사람에게 국정을 맡겨도 되는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인사청문회를 통해 국민 앞에서 검증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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