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간송미술관 아트숍의 베스트셀러로 등극한 '자개 텀블러& 보틀' 세트. 해당 굿즈는 조선 중기 화가 이정의 '삼청첩-월매'를 모티브로 삼았다.<대구간송미술관 제공>
지난해 12월 30일 오후, 대구간송미술관 1층에 자리한 아트숍은 연말 미술관의 고즈넉한 분위기 속에서도 굿즈를 구매하려는 관람객들의 발걸음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었다. 관람객들은 저마다 진열된 미술관 굿즈들을 꼼꼼하게 살펴보고 있었고, 실제 구매로 이어지는 풍경도 자연스럽게 목격됐다.
지난해 10월 말 경북 경주에서 개최된 APEC 정상회의를 기념해 국립경주박물관이 기획한 특별전 '신라 금관, 권력과 위신'이 3개월 전시 동안 28만 명이 넘는 관람객을 모으며 성황리에 끝났다. 전시 기간에 박물관 개관 전부터 줄을 서는 오픈런 현상이 반복되면서 '금관 신드롬'이란 말까지 나왔다. 이에 힘입어 경주박물관에서 선보인 금관을 모티브로 한 굿즈들도 새롭게 주목받았다. 국립경주박물관 상품관의 신라 금관 뮷즈(MU:DS 박물관 문화상품)가 특별전 3개월 간 14억2천만원이라는 역대 매출을 기록했다.
최근 'K-컬처(Culture)'에 대한 세계적 관심이 박물관·미술관 기념품(굿즈) 시장으로 옮겨가면서 대구간송미술관을 비롯해 대구·경북지역 박물관의 굿즈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특히 기획전 개최에 맞춰 제작된 대구간송미술관의 '자개 텀블러&보틀'은 해외 고위 인사들의 눈길까지 사로잡으며 '베스트셀러'에 등극해 눈길을 끈다.
지난해 12월30일 오후, 전시 마감을 한시간여 앞둔 대구간송미술관의 아트숍에서 관람객들이 굿즈를 살펴보고 있다. <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박물관 굿즈, 기념품 구매 넘어 문화 현상
과거 박물관 기념품점은 전시 관람 후 나가는 길에 잠시 들르는 곳이었다. 하지만 이젠 달라졌다. 최근 MZ세대를 중심으로 '박물관 굿즈(Museum Goods)' 열풍이 불고 있다. 이는 단순한 기념품 구매를 넘어 하나의 문화 현상으로 자리 잡았다. 굿즈를 사기 위해 박물관을 찾는 주객전도의 상황이 벌어진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박물관 굿즈 유행의 불을 지핀 것은 국립박물관문화재단의 브랜드 '뮷즈'다. 특히 방탄소년단(BTS)의 RM이 뮷즈로 나온 반가사유상 미니어처를 구입해 집에 놔둔 사진을 SNS에 올리면서 품절대란이 일기도 했다. 이후 뮷즈의 새 상품이 나올 때마다 오프런 현상이 일면서 이젠 웬만한 패션 브랜드 못지않은 팬덤을 거느리고 있다.
몇 년 전 국립중앙박물관 아트숍에서 반가사유상을 구입했다는 박성애씨(여·23·대구 수성구)는 "그 당시만 해도 뮷즈에 대한 반응이 지금처럼 뜨거울 때가 아니라서 운 좋게 구입했다. 그동안 여러 박물관을 갔지만 굿즈는 처음 샀다"며 "그 이후 박물관, 미술관을 갈 때마다 굿즈를 유심히 살펴보고 종종 산다"고 말했다. 박씨는 굿즈의 매력으로 "인테리어 용품으로서의 아름다움, 희소성이 주는 가치 등이 있다"고 했다.
◆간송의 아트숍 매출을 견인하는 효자 굿즈
영남일보가 대구간송미술관 굿즈 제작 및 판매를 담당하는 간송미술문화재단 관계자에게 문의한 결과 '자개 텀블러&보틀' 세트가 간송의 아트숍 매출을 견인하는 효자 굿즈로 나타났다. 지난해 12월 21일 막을 내린 기획전 '삼청도도(三淸滔滔)'와 연계해 출시된 해당 굿즈는 조선 중기 화가 이정의 '삼청첩-월매'를 모티브로 삼았다. 검은 비단 위 금니(金泥)로 그려진 원작의 고풍스러운 미감을 영롱한 자개 장식으로 재해석한 것이 특징이다. 수제작인 관계로 한 번에 30개씩 주문하며, 6일 기준 재고는 100개 미만이다. 재단 측에 따르면 이 텀블러와 보틀은 독창적인 미적 가치를 인정받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의 고위급 인사로부터 구매 문의가 오는 등 해외에서도 '러브콜'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간송미술문화재단 굿즈가 대량 생산 대신 '프리미엄' 전략을 택한 것에도 눈길이 간다. 이는 재고 부담을 줄이고 문화유산의 희소성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재단 관계자는 "문화유산이 지닌 역사적 무게와 품격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일상에서 실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고급스러운 마감과 소재를 적용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구간송미술관 1층 아트숍에서 판매중인 굿즈들.<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대구 생산업체와 협업 통해 시너지
'메이드 인 대구(Made in Daegu)' 전략도 기대된다. 재단 측은 대구 지역 생산업체에 상당수 굿즈의 제작을 의뢰해 지역 상생을 도모하고 있다. 간송미술문화재단은 섬유 도시 대구의 탄탄한 인프라와 기술력을 활용, 전시가 바뀔 때마다 지역 제조업체와의 협력을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여기에다 국립중앙박물관 굿즈 공모전 선정 경험이 있는 국내 베테랑 업체들과 손잡고 제작 노하우를 공유 중이다.
대구간송미술관 아트숍에서 판매 중인 도자 키링 시리즈.<대구간송미술관 제공>
2030세대에서 유행하는 '백꾸(가방 꾸미기)' 트렌드도 매출 상승에 도움이 됐다. 관람객들이 키링이나 사무용 아크릴 집게핀 등을 가방에 매달아 연출한 뒤 소셜미디어(SNS)에 공유하는 문화가 확산된 덕분이다. 대구간송미술관 관계자는 "일상 속에서 개성을 표현하려는 젊은 층의 욕구가 아트상품 소비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대구간송미술관은 올해 상반기 예정된 기획전 개막에 맞춰 신규 굿즈 라인업을 대거 선보일 예정이다. 현재 대구간송미술관 아트숍은 자개 텀블러와 보틀 외에도 엽서, 마스킹테이프 등 문구류부터 간송 소장 서화 영인 포스터, 훈민정음 한글 키보드 등 다양한 가격대의 상품을 판매 중이다.
대구간송미술관 관계자는 "대구간송미술관 굿즈가 간송의 핵심 가치인 '문화보국(문화로 나라를 지킨다)' 정신을 공유하는 매개체가 됐으면 한다. 굿즈와 더불어 향후 새롭게 선보일 전시에도 많은 관심 부탁한다"고 말했다.
◆대구·경북의 '로컬 특화 굿즈' 다양
최근 박물관 굿즈의 인기로 새롭게 주목받는 국립경주박물관의 얼굴무늬수막새(왼쪽)와 신라 금관. 국립경주박물관은 이들 유물을 모티브로한 굿즈를 선보였다. 서민지기자 mjs858@yeongnam.com
신라 금관 문양을 활용한 자개스티커. 천연 자개 특유의 은은한 빛깔을 살려 만든 상품이다. <국립박물관문화재단 뮷즈(MU:DS) 온라인숍 제공>
국립중앙박물관 산하 대구박물관과 경주박물관에서도 다양한 굿즈를 선보이고 있다. 대구박물관은 '섬유 도시'인 대구지역 특성을 살려 복식 문화를 주제로 한 굿즈를 다양하게 내놨다. 한복의 선을 살린 책갈피, 선비의 갓끈을 활용한 볼펜, 박물관 소장의 근대 복식과 전통 자수 문양으로 디자인한 파우치·손수건·에코백, 대구 비산동 등 인근 지역에서 출토된 금동관 디자인을 모티브로 한 금동관키링 등이 있다.
경주박물관은 '금관'과 '신라의 미소' 굿즈가 유명하다. 경주의 상징인 얼굴무늬 수막새 디자인을 활용한 키링, 수저받침 등의 뮷즈들이 스테디셀러였지만 지난해 APEC 정상회의 이후 금관을 모티브로 한 굿즈들도 판매 호조세를 이어가고 있다. 국립박물관문화재단 온라인숍의 경주박물관에는 신라금관 자개 스티커, 금관 스프링 수첩, 금관 스티커와 키링, 금관 엽서 등 금관 관련 상품이 유독 많다.
임훈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단독인터뷰] 한동훈 “윤석열 노선과 절연해야… 보수 재건 정면승부”](https://www.yeongnam.com/mnt/file_m/202603/news-p.v1.20260228.8d583eb8dbd84369852758c2514d7b37_P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