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농업리포트①] 대구에서 귤이? 새로운 보고 아열대작물

  • 김현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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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1-06 17:16  |  발행일 2026-01-06
계절을 잊은 비닐하우스, 도심에서 생산되는 감귤
기후변화 아열대작물 생산 가능한 대구
체험활동으로 소득원 확보
지난 5일 찾은 대구 동구 둔산동 비닐하우스에서 한라봉이 자라고 있다. <김현목기자>

지난 5일 찾은 대구 동구 둔산동 비닐하우스에서 한라봉이 자라고 있다. <김현목기자>

대구 동구 둔산동 비닐하우스에서 재배 중인 한라봉. <김현목기자>

대구 동구 둔산동 비닐하우스에서 재배 중인 한라봉. <김현목기자>

대도시 대구는 '사과의 고장'으로 유명하지만 산업화와 도시 팽창으로 서서히 농업이 설 자리가 줄고 있다. 사과도 기후변화로 점차 비중이 감소하는 추세다. 이에 따라 전형적인 도시근교농업 형태로 변하고 있다. 품질 좋은 농작물의 소량 생산에 집중하고 도시 근교의 장점을 살려 체험공간 역할도 담당하는 등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농가소득 향상과 농업 인구 증가를 위해 청년 농부 양성 등 다양한 정책 지원이 이어지고 있다. 농업 현장을 직접 찾아 그 변화상을 확인하고 향후 발전 방향도 모색해봤다.


대구 동구 둔산동 비닐하우스에서 재배 중인 레몬. <김현목기자>

대구 동구 둔산동 비닐하우스에서 재배 중인 레몬. <김현목기자>

◆기후 변화가 가져온 농작물 변화


지난 5일 대구 동구 둔산동 한 비닐하우스 안으로 들어서자 강추위에 얼어붙은 몸이 녹는 것같은 느낌을 받았다. 초록 나무와 줄기, 주황색 열매가 한눈에 들어왔다. 귤이 달린 나무가 먼저 눈길을 끌었다. 다른 비닐하우스엔 한라봉이 나무에서 떨어지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듯 달려 있었다. 레몬나무는 마지막 수확을 기다렸다.


각 나무 사이 간격은 언뜻 보면 빽빽해 보였다. 농장주는 나무가 자라면서 더 간격이 좁아졌다고 했다. 제주도 노지 감귤밭처럼 넉넉하게 간격을 둘 수 없는 도시 비닐하우스의 현실을 보여줬다. 간격이 좁은 만큼 전지가 중요하다. 햇빛이 가려지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은 물론 나무가 서로를 덮지 않도록 일일이 손으로 길을 내야 한다.


지난 5일 찾은 대구 동구 둔산동 비닐하우스에서 귤이 달려 있는 모습. 김현목 기자

지난 5일 찾은 대구 동구 둔산동 비닐하우스에서 귤이 달려 있는 모습. 김현목 기자

이날 기자가 찾아간 둔산동 농가는 총 4동의 비닐하우스를 운영하고 있다. 1천983.5㎡(600평) 규모의 비닐하우스 1동에선 감귤이 재배되고 있다. 한라봉(1동)과 레몬(2동) 재배용 비닐하우스도 따로 있다.


이곳에선 무농약 재배가 원칙이다. 농약을 치지 않는 대신 방충망으로 큰 해충을 막는다. 막걸리와 설탕을 섞은 트랩으로 작은 벌레를 잡아낸다. 진딧물이나 균에 천연 재료를 쓰거나 흡입 장비를 활용한다.


하우스 내부 온도는 자동으로 조절된다. 설정 온도를 넘으면 지붕이 열려 더운 공기를 보내고 다시 닫힌다. 기온이 크게 떨어지는 겨울 밤에는 온풍기가 돌아가며 비닐 위로 '이불' 같은 커튼이 드리워진다. 이날 감귤 하우스 내부 온도는 5℃를, 레몬 하우스는 15℃로 유지되고 있었다. 힘들 것으로 예상된 수확기보다 수확 전, 나무를 관리하고 균형을 맞추는 계절에 더 일손이 많이 간다.


현장에서 만난 한 감귤하우스 농장주는 "비닐이 찢어지거나 문을 열면 해충이 들어올 수 있어 완벽하게 막을 순 없다"면서도 "농약을 사용하지 않아야 상품 가치가 올라가는 만큼 계속 살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한라봉은 판매를 거의 하지 않고 농장을 찾는 체험객들이 수확하도록 했다. 체험과정에서 많이 보고 느끼게 해주기 위해서다. 일반적인 농업과 달리 도시근교농업은 체험 활동도 중요하다. 농장 운영에 절반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는 수입원이기 때문이다.


감귤 체험은 9월 중순부터 12월 초까지 이어진다. 한라봉은 12월 초부터 1월 중순까지 수확과 체험을 겸한다. 수익 구조는 체험이 60%, 판매가 40%다. 다만 비율은 매년 달라진다. 귤값이 오른 해는 판매가 유리하며 가격이 떨어질 때는 체험이 더 힘을 발휘한다.


농장주는 "소량생산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품질에 승부를 걸 수밖에 없다"며 "비닐하우스는 온도·습도·환기·병해를 매일 확인해야 하는 등 손이 많이 가지만 품질을 지켜야 한다"고 했다.


대구 동구 둔산동 비닐하우스에서 아열대 작물이 재배되고 있다. <김현목기자>

대구 동구 둔산동 비닐하우스에서 아열대 작물이 재배되고 있다. <김현목기자>

◆ 재배품목 다각화와 근교농업 장점 극대화


지구 온난화로 작물의 재배 한계선이 북상하고 있다. 대구 역시 재배 가능한 아열대작물이 생겨나고 있다. 새로운 농가 소득원으로 안착시키기 위해 정부와 지자체 등이 지원사업을 한다.


대구는 감귤 주산지와 비교해 토양과 일조량 등 재배환경에 강점이 있다. 당도가 높고 산미가 낮은 것이 특징이다. 대도시 소비시장이 인접해 소량이라도 높은 품질을 유지해 판매한다. 도심근교농업의 강점을 살려 '체험형 농장'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데도 유리하다.


현재 동구 둔산동엔 2곳, 부동·미대동·중대동·숙천동엔 각각 1곳, 수성구 고모동 3곳 등 총 9개 농가(1.1㏊)에서 온주 밀감, 한라봉, 레몬 등을 재배 중이다. 가장 먼저 2017년 식재된 수성구 고모동과 동구 둔산동의 시설하우스 농가에서 감귤이 출하되고 있다. 지난해 고모동·둔산동지역 감귤 생산량은 22t에 이른다. 주로 직거래와 로컬푸드 판매장을 통해 판로를 개척하고 있다.


김수진 대구시농업기술센터 소장은 "체험형 농업모델이 지역농업의 새로운 소득원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 5일 대구 동구 둔산동 아열대 농장에서 만난 손효동 대표가 아열대 작물 재배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김현목 기자

지난 5일 대구 동구 둔산동 아열대 농장에서 만난 손효동 대표가 아열대 작물 재배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김현목 기자

지난 5일 대구 동구 둔산동 한 농장 비닐하우스 안에는 아직 수확하지 않은 감귤과 한라봉, 레몬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손효동(40) 별그린농원 대표는 이곳에서 10년 넘게 농사를 짓고 있다. 군 장교(ROTC) 출신으로 경영학을 전공했다. 회사에서 직장생활도 해봤지만 적성과 맞지 않자, 절치부심 끝에 농부의 길을 택했다. 이후 끊임없이 공부해 경북대 농업경제학과 대학원을 졸업했다. 농업인대학, 기술센터 교육, 경북농민사관학교까지 수료했다. 손씨는 "학사모만 아홉 개"라며 "농업도 자격증, 수상 이력 등 하나라도 더 있어야 신뢰를 쌓을 수 있다"고 했다.


처음부터 감귤 등 아열대 작물을 제배한 건 아니다. 한때 전국 최대 규모로 산딸기를 재배했다. 지금도 출하하지만 비중을 많이 줄였다. 산딸기는 출하를 매일 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하루에 500박스에서 많게는 1000박스까지 출하가 되는데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인건비를 올려도 사람을 구하기 쉽지 않는 현실의 장벽에 가로막혔다. 결국 체험과 병행이 가능한 감귤·한라봉 농사로 방향을 틀었다.


손씨는 대구가 감귤 재배에 오히려 유리하다고 했다. 그는 "감귤 재배의 핵심요소는 바람·땅·태양"이라며 "바람과 온도는 시설로 만들 수 있지만, 땅·햇빛은 바꿀 수 없다. 대구의 경우 땅이 매우 좋다. 제주도는 따뜻한 게 장점이지만 땅이 화산토이고, 햇빛 조건이 좋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규모 농장경영은 제주가 유리할 수 있지만 소농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대구에서도 소규모 고품질 작물 재배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지난 5일 대구 동구 둔산동 아열대 농장에서 만난 손효동 대표가 한라봉을 따고 있다. 김현목 기자

지난 5일 대구 동구 둔산동 아열대 농장에서 만난 손효동 대표가 한라봉을 따고 있다. 김현목 기자

손씨의 농원에서 연간 생산되는 감귤은 4천 박스이다. 이중 체험 등으로 2천500 박스가 소비된다. 이중 1천500박스 가량은판매한다. 1천명 정도의 소비자만 확보하면 충분히 소화할 수 있다고 여긴다.


농사의 가장 큰 어려움으로 1년 내내 긴장해야 한다는 점을 꼽았다. 자동화 시스템이 있지만 기계를 전적으로 믿을 수 없어 주말에도 늘 긴장을 늦출 수 없단다.


손씨는 "더 키우겠다고 욕심을 부리기보단 지금처럼만 해도 만족한다"며 "농사는 결국 계속 버티는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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