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장시성 간저우에 건설 중인 희토류 산업단지. 연합뉴스
미중갈등으로 야기된 중국산 광물 공급망 리스크. 연합뉴스
중국의 수출 통제가 단순한 안보 목적을 넘어 경제적 이익과 협상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적 무기'로 변하고 있는 가운데, 대구·경북 핵심 산업인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업계가 중국발 리스크에 무방비로 노출됐다는 지적이다. 중장기적 공급망 다변화뿐 아니라 단기적인 충격에 대비한 '조기 경보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는 업계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무역안보관리원(KOSTI)이 지난해 12월31일 발간한 '2025 무역안보 브리프'에 따르면, 최근 중국의 행보는 과거 대량살상무기 비확산 차원의 통제와는 결이 다르다. 보고서는 "중국이 첨단기술과 핵심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수출통제를 경제안보 차원의 정책적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며 "특히 미·중 무역협상 과정에서 이를 협상의 도구로 쓰는 경향이 뚜렷하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중국은 지난해 희토류와 흑연·갈륨 등에 대한 통제 범위를 확대한 데 이어, 최근에는 텅스텐 등 범용 광물로까지 전선을 넓히고 있다. 주목할 점은 중국의 통제 방식이 장기적인 '수출 금지'보다는 쿼터 축소나 관세 인상 등을 통해 상대국의 비용 부담을 높이는 '전술적·단기적' 성격이 강해졌다는 것. 이는 언제든 공급망을 흔들어 타격을 입힌 뒤 협상 목적이 달성되면 다시 빗장을 여는 이른바 '치고 빠지기(Hit-and-Run)' 전술이 가능함을 시사한다.
이에 따라 지역 산업계의 대응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구경북은 전통적으로 자동차 관련 소부장 산업이 발달했고, 미래모빌리티 산업으로 전환하는 과정에 있다. 최근엔 대구경북이 배터리·2차전지 소재 산업의 중심지로도 급부상하고 있다. 무역안보관리원은 "공급처를 다변화하는 중장기 전략도 중요하지만, 중국의 갑작스러운 쿼터 축소나 단기 관세 인상에 대응하기엔 어렵다"며 "단기 재고 관리 역량을 강화하고, 시장 변동을 즉각 감지할 수 있는 조기 경보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 "가공 기술은 중국이 유일" 희토류의 비극
중국의 '자원 무기화' 공세가 노골화하자 대구의 주력인 자동차부품 및 기계·금형 산업 현장에서 비명이 터져 나온다. 희토류와 텅스텐 등 핵심 광물의 공급줄을 쥔 중국이 가격과 물량을 동시에 옥죄면서 지역 기업들은 그야말로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대구 달성군에 위치한 지역 대표 희토류 영구자석 제조 기업 A사는 중국의 수출통제 강화로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전기차 모터의 핵심 소재인 희토류 수급이 불안정해지면서다. A사 관계자는 "PrNd(프라세오디뮴+네오디뮴 합금, 경희토류) 가격이 작년 말부터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며 "더 큰 문제는 가격보다 '가공 기술의 종속'"이라고 털어놨다.
이어 그는 "경희토류는 그나마 낫지만, 고성능 자석에 필수적인 중희토류(디스프로슘·터븀)는 산화물을 금속으로 가공하는 '메탈라이징' 양산 설비가 전 세계에서 중국에만 있다"고 지적했다. 호주나 베트남에서 광물을 캐내도 결국 가공을 위해 다시 중국을 거쳐야 하는 구조적 한계 때문에 '탈중국'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중국은 지난해 4월 발표한 수출 통제를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완제품은 허가를 거쳐 소량 반출하고 있는 반면, 원재료는 수출을 전면 통제하고 있다. 업체 측은 공급망 다변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시간이 걸린다. 당장 정부 차원의 외교적 해법이 절실한 상황이다. A사 관계자는 "산업부, 외교부와 계속 접촉 중이다. 대통령의 중국 방문과 공급망 MOU 체결로 숨통을 틔워 주길 바랄 뿐"이라고 했다.
◆ 텅스텐값 4배 폭등…대구 '뿌리' 흔들
절삭공구와 금형의 기초 소재인 텅스텐 상황은 더 심각하다. 대구 성서산단의 초경합금 업체 동남KTC 이동건 대표는 "작년 40~50달러(kg당)선이던 텅스텐 원료 가격이 현재 155달러까지 치솟았다"며 "불과 1년 새 4배 가까이 폭등한 비정상적인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대구는 '대구텍(옛 대한중석)'을 중심으로 절삭공구, 엔드밀, 드릴, 금형 소재 업체들이 밀집해 있는 국내 초경합금 산업의 본거지다. 원료값 폭등은 지역 자동차부품 단조, 철강 압연 등 후방산업 전반의 원가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중국의 통제 방식이 더욱 교묘해졌다는 점이다. 이 대표는 "중국 당국이 물량을 할당(쿼터)하는 것을 넘어 이 원료가 군사용인지, 혹은 미국이나 일본으로 우회 수출되는지 최종 경로까지 추적한다"고 전했다.
미래 수요 폭증도 우려를 키운다. 이 대표는 "최근 인공태양(핵융합) 발전 설비의 내화벽돌 소재로 텅스텐이 주목받으며, 기당 수만 t이 소요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며 "산업용·방산용을 넘어 미래 에너지 전략 자원으로서의 가치가 커지는 만큼 정부 차원의 치밀한 공급망 관리가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윤상현 대구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전부터 미·중 무역갈등이 점점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공급망 다변화는 필수적인 부분"이라며 "전기차 등 미래모빌리티를 주력으로 삼고 있는 지역 산업계에서 희토류를 절감하고 있는 쪽으로 R&D(연구개발)가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제언했다.
이동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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