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지대] 한국 개신교, 무엇을 하는가

  • 서병철 대구YMCA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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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1-19 06:00  |  발행일 2026-01-19
서병철 대구YMCA 사무총장

서병철 대구YMCA 사무총장

요즘 우리 사회에서 "교회가 문제다"라는 말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최근의 정치적 혼란을 거치며 이런 부정적 담론이 더욱 확산되는 추세다. 신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차별과 혐오 발언, 지나친 정치적 개입이 빈번하게 목격되기 때문이다. 신앙이 정치적 선동의 도구가 되는 순간, 종교는 더 이상 진리와 생명의 길을 보여주지 못하고 사회의 독(毒)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인식은 객관적 지표로도 증명된다. 한국리서치가 발표한 조사(2025)에 따르면, 개신교에 대해 "신뢰하기 어렵다"고 답한 비율이 절반이 넘는 58%에 달했다. 불교는 26%, 천주교는 27%에 비해 개신교에 대한 사회적 불신은 압도적으로 높다. 교회가 사회로부터 고립되어 '노인 동아리'로 전락했다는 자조적 탄식이 나오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이는 개신교가 한국에서 근본적 위기에 처해 있다는 강력한 신호다. 사실 이 질문은 이미 70년 전에 제기되었다. 1950년대 함석헌 선생은 '사상계'에 발표한 '한국 기독교, 무엇을 하려는가'를 통해 민중의 아픔을 외면하고 권력에 결탁해 기득권화된 종교를 매섭게 질타했다. 그는 "비판 없는 종교는 죽은 종교다. 종교는 시대 전체, 사회 전체의 것이어야 한다"고 했다.


그의 날선 질문은 오늘날에도 비수가 되어 사회를 가른다. 기독교가 특정 정치 진영의 확성기가 될 때, 그것은 더 이상 종교가 아니라 사회를 분열시키는 하나의 이해집단일 뿐이다. 여기에서 다시 묻는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 기독교는 왜 필요한가?" 이 물음에 대해 교회는 더 이상 내부적인 자기변호나 감정적인 언어로 답하거나 침묵해서는 안 된다.


흥미롭게도 최근 이 질문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하는 이들은 종교인이 아닌 세속 사상가들이다. '공론장 이론'으로 잘 알려진 위르겐 하버마스는 현대 민주주의의 제도와 절차는 정교해졌으나, 이를 지탱할 '도덕적 동기와 책임의 언어'는 고갈되고 있다고 진단한다. 우리는 자유와 권리를 외치지만, 정작 '타인의 고통에 응답할' 설득력 있는 언어를 잃어버렸다는 것이다. 하버마스는 기독교가 축적해온 정의와 사랑, 인간존중과 연대의 언어가 공적 사회의 언어로 '번역'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사회학자 하르트무트 로자 역시 '공명(共鳴)'의 상실을 현대 사회의 핵심 위기로 보았다. 모든 것이 효율과 통제의 대상이 된 세상에서 타인과 자연은 더 이상 우리에게 말을 걸지 않는다. 그래서 현대인들은 외롭다. 다른 목소리를 맹목적으로 배제하는 이 시대에 민주주의를 지탱하기 위해서는 경청하는 마음, 즉 공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로자에게 기독교는 오랫동안 예배와 기도, 침묵을 통해 세계의 부름에 응답해온 '공명'의 소중한 유산을 지닌 종교다. 그는 기독교가 더 높은 존재를 상정하기에 공명을 실현하기에는 매우 유리한 공동체라고 한다. 특히 성서와 그 정신으로 타자의 부름에 응답하고 친교하는 공명사회를 이루는데 있어 기독교의 역할은 여전히 유효하다. 하지만 기독교가 본연의 가치를 상실하고 정치적 투쟁의 수단으로 전락하는 순간, 이러한 귀중한 유산은 스스로 파괴되고 만다.


모든 것이 알고리즘화되고 효율성이 지배하는 AI 시대에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참된 종교의 역할이 절실하다. 기독교가 고통받는 이웃의 삶에 귀를 기울이고 응답하는 자리, 즉 종교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갈 때만이 사회적 신뢰를 다시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진리와 생명의 종교는 이미 완성된 것이 아니라, 역사와 사회 속에서 날마다 새로워져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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