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속으로] 보이스피싱 피해금 14억원, 코인으로 ‘고속 세탁’한 총책 징역 5년

  • 최시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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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1-18 16:52  |  발행일 2026-01-18
해외 거점 보이스피싱 조직 ‘국내 환전’ 총책 및 일당
총책 A씨 징역 5년, 일당 B씨 징역 2년8개월 선고
대구지법. 영남일보 DB

대구지법. 영남일보 DB

해외 보이스피싱 조직의 지시를 받아 국내에서 14억원대 범죄 수익을 가상자산으로 잽싸게 세탁해온 '국내 환전 총책' A(41)씨. 사전계획은 치밀했다. 2024년 8~10월까지 서울 광진구 한 은신처에서 텔레그램을 통해 국내 자금 흐름을 진두지휘했다. 해외 총책으로부터 자금세탁 요청이 들어오면, A씨는 즉시 하부 조직원 B(35)씨에게 지시를 내려 대포통장에 입금된 돈을 수표로 곧바로 인출하게 했다.


실제 2024년 10월 어느 날. 유인책에게 속은 피해자가 오전 11시56분쯤 5천만원을 송금했다. 상부 지시를 받은 B씨는 불과 43분 뒤인 낮 12시 39분쯤 서울 무교동 한 은행에서 이를 전액 수표로 인출했다. 이후 이 수표는 미리 섭외된 사설 환전소로 옮겨져 가상자산인 '테더(Tether)' 코인으로 전환됐다. 피해자가 사기임을 인지하기도 전에 '현금→수표→코인'으로 재빨리 세탁한 것. 수사기관의 계좌 동결 조치가 이뤄지기 전에 선수를 친 셈이다. 이들 일당은 이같은 방식으로 3개월간 14억4천300만원을 세탁해 빼돌렸다.


A씨와 B씨는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대구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이영철)는 총책 A씨에게 징역 5년을, 일당 B씨에게 징역 2년 8개월을 각각 선고했다고 18일 밝혔다.


재판 과정에서 이들은 범행 가담 정도가 낮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A씨가 하부 조직원을 관리하고 환전소와 직접 계약 조건을 조율하는 등 범행 전반을 주도한 '컨트롤타워'라고 판단했다. 텔레그램을 통해 전해진 구체적인 환전 비율과 이동 동선 지시 등이 판단 근거가 됐다.


이 부장판사는 "피고인들은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역할 분담을 통해 치밀하고 기만적인 수법으로 불특정 다수의 재산상 이익을 가로챘다"며 "특히, 자금세탁은 범죄수익 최종 목적지를 은닉해 피해회복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만드는 핵심적 과정이어서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피해자들이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음에도 피해 복구를 위한 노력을 전혀 하지 않은 점 등을 참작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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