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호 왜관청년협의회 회장 <마준영 기자>
김경호 왜관청년협의회 회장 <마준영 기자>
새해 첫 날 아침, 대구경북에서 '일출떡국 맛집'으로 알려진 경북 칠곡군 왜관소공원에 100m가 넘는 대기줄이 섰다. 자고산 해맞이를 마친 주민들이 향한 곳은 따뜻한 떡국 한 그릇이었다. 새해 첫날이면 늘 줄이 생긴다. 20년 전 왜관청년협의회 선배들이 시작한 떡국 나눔이 지역의 풍경으로 자리 잡은 덕분이다. 올해도 준비한 1500인분은 오전 중 모두 동났다. 행사를 총괄한 이는 김경호(42) 왜관청년협의회장이다.
김 회장은 떡국 솥 앞을 새벽부터 지켰다. 회장 임기는 1년이 채 되지 않았지만, 사골 국물을 끓이는 일은 벌써 8년째다. "사골은 한 번 손대면 끝까지 봐야 합니다." 그는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떡국 나눔은 20년 전 시작됐다. 자고산에서 해맞이를 마치고 내려온 주민들에게 따뜻한 국 한 그릇을 건네자는 선배들의 제안에서 비롯됐다. 이후 매년 1월 1일이면 떡국향이 공원에 다시 올라왔다. 김 회장은 "우리는 중간에서 전통을 이어가는 역할일 뿐"이라며 선배들의 노고를 먼저 언급했다.
떡국 맛의 핵심은 사골이다. 협의회는 행사 일주일 전부터 사골 핏물을 빼고, 끓이고 식히는 작업을 수차례 반복한다. "5일 이상 우려내야 진한 맛이 나요. 불 조절을 조금만 잘못해도 냄새가 배기 때문에 자리를 오래 비울 수가 없습니다."
김 회장은 매년 불 앞을 지켜온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준비는 전날 밤부터 사실상 '밤샘 작업'이다. 회원들은 12월 31일 밤 공원에 모여 줄 서는 동선, 배식 순서, 자재 배치 등을 다시 맞춰본다. 계란지단과 고명은 회원 배우자들이 재료를 사서 직접 만든다. "겉으로 보이는 건 단순하지만 손이 많이 갑니다. 혼자서는 절대 못합니다."
올해 떡국 나눔에는 지역 금융기관의 도움도 이어졌다. 왜관농협은 학나루 쌀 20kg 25포대를, 왜관새마을금고는 한우사골 70kg을 지원했다. 김 회장은 "해마다 이런 도움을 받습니다. 저희 힘만으로는 1500인분 준비가 쉽지 않습니다"라고 말했다.
떡국 나눔은 협의회의 연중 활동 중 하나일 뿐이다. 협의회는 정월대보름 민속놀이, 환경정화, 읍민노래자랑, 자매지역 교류, 사랑의 연탄 나눔, 초등학생 장학금 전달 등 지역 행사를 거의 빠짐없이 맡아왔다. 대부분은 회원 회비와 직접 받은 찬조금으로 운영된다. 김 회장은 "우리 단체가 53년 됐습니다. 내 고장 발전은 청년의 힘으로 이룬다는 선배들의 정신을 그대로 이어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새해 떡국을 먹기 위해 줄을 섰다가 돌아간 이들도 있었다. 김 회장은 "아침 바람 맞으며 해맞이를 하고 내려올 때 따뜻한 국 한 그릇이 작은 위로가 되면 좋겠다"며 "내년에도 같은 자리에서 떡국을 지키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마준영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