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을저수지 또는 안곡지. 1960년대에 축조되면서 옛길과 술도가가 물에 잠겼다. 요즘은 낚시와 차박지로 알음알음 알려져 있다.
괴괴하다. 마을 입구에 일렬로 늘어선 느티나무들, 괴괴하여 괴목인가. 이리도 바람이 많은데 흔들림이 없다. 조산이 크다. 이렇게나 큰 조산은 별로 본 적이 없다. 조산의 토단에도 느티나무 몇 그루가 작은 숲을 이루고 있다. 조산과 느티나무들은 마을 앞에 떡하니 서서 마을을 지킨다. 마을 안쪽에도 여기저기 느티나무다. 정자와 운동기구가 있는 쉼터는 530년 된 느티나무가 지키고 있다. 이 마을의 느티나무에 대해 누구는 11그루라 하고, 또 누구는 17그루라 한다. 확실히 11그루는 넘는다. 수령은 수십 년에서 500년 이상이고 5그루가 보호수로 지정되어 있다. 옛날에는 느티나무에 말을 매어 두었다고 한다.
안곡리에는 조산과 느티나무들이 마을을 지킨다. 허한 기운을 보하고 나쁜 기운을 물리치기 위한 것이다. 안곡역 시절에는 느티나무에 말을 매어 마장이라 했다.
마을 입구에 일렬로 늘어선 느티나무들. 마을 안쪽에도 여기저기 느티나무다. 수령은 수십 년에서 500년 이상이고 5그루가 보호수로 지정되어 있다.
안곡은 조선시대 안곡역이었다. 영남의 상인들과 과거를 보러 가는 선비들, 부임해 오던 관리들이 이 마을에서 말의 짐을 풀고 편히 쉬어갔다고 안실이라고 부른다.
◆ 역마을, 안곡
안곡(安谷)은, 구미의 끝이다. 동쪽으로 상송리, 서쪽으로 선산, 상주, 김천의 경계인 삼두봉, 남쪽으로 김천시 감문면, 북쪽으로 상주시 공성면과 접한다. 경계의 마을 안곡은 조선시대 한양으로 가는 길목이라, 남쪽의 선산 화조역과 김천 개령의 양천역, 북쪽의 상주 청리역과 문경새재를 이어주는 안곡역이 이곳에 있었다. 김천찰방 관할로 기마 2필, 복마 4필, 역리 62명, 노(奴) 20명, 비(婢) 5명을 거느린 경북 서북쪽의 주요 역 중의 하나였다고 한다. 영남의 상인들과 과거를 보러 가는 선비들, 부임해 오던 관리들이 이 마을에서 말의 짐을 풀고 쉬었다. 느티나무에 말을 매어 두었다고 마장(馬場)이라 했고, 편히 쉬어갔다고 안실(安室)이라고 부른다.
백운동서원을 세운 주세붕 선생은 안곡역 역리들의 고단함을 시로 남겼다. '매년 안곡역을 지날 때마다/ 몇 번이나 역 앞으로 흐르는 물을 길었던가/ 머리위에는 구름이 흘러가고/ 시 구절 고치니 어느새 가을이 되었네/ 벼슬아치들은 말이 병들었다 나무라고/ 우리들은 손님 많은 것을 원망하네/ 잠깐 등불 앞에서 쉬어/ 고금의 시름 유유히 흘러가네.' 역리가 62명이나 되는데 손님은 얼마나 많았던 걸까. 마을의 공동 우물은 350년이나 되었다고 한다. 2007년경에 전통방식대로 새로 고쳐 만들었고 지금도 우물물을 먹을 수 있다는데 뚜껑이 덮여있다. 과거를 보러가는 선비 수험생들이 이 우물물을 마시며 청운의 꿈을 꾸었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담벼락 말이 전봇대에 매여 있다. 과거시험이 사라진 후 1960년대까지는 마을에서 마방을 운영했다. 선산 우시장에서 소를 사서 김천이나 상주로 넘어가려던 사람들이 이곳 마방에서 하룻밤을 묵었다.
마을 뒷산 어디쯤에는 최양업 신부가 포교활동을 하던 교우촌이 있었다고 한다. 최양업 신부는 우리나라 천주교 2대 신부다. 그는 천주교 박해가 가장 심했던 1850년대에 5개 도에 걸쳐 100개가 넘는 광활한 전교 지역을 돌았다. 프랑스 선교사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지역을 맡아 전국에 흩어져 있던 교우촌 신자들을 위한 순방길이었다. 7천 리를 걸어 다녔던 최양업 신부는 1861년 6월 15일 영남지방 전교를 마치고 상경하던 중 문경에서 갑자기 쓰러졌다. 이후 그는 안곡리에서 2년여를 머물렀다고 한다. 그는 1842년부터 1860년까지 매년 보고 듣고 체험한 것들을 써서 스승 신부들에게 보냈는데 전체 19통의 편지 중 16·17번째 편지가 안곡리에서 작성한 것이다. 수백 년 동안 이 마을은 얼마나 북적였던 것일까.
마을은 고요하고, 바람은 회오리를 일으키며 회관 앞마당을 쓴다. 바람이 많고, 거칠다. 퇴계 이황 선생도 이 바람이 인상적이었나 보다. '바람소리 숨 쉬듯/ 창문짝은 소리 지르는 듯/ 불 때는 연기 보잘 것 없어/ 나그네 집 춥기만 하네.' 조산 뒤에 서니 바람이 제법 잦아든다. 유난히 억센 골맥이 귀신들의 나쁜 기운을 억누르기 위해 세워 둔 것이라는데 몇 그루 느티나무 숲 안에 막돌을 둥글게 돌리면서 쌓아 올린 돌무덤 형태다. 돌무지 안에 무엇이 매장되어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단다. 조산의 정상부는 평평하게 정돈되어 있고, 고개를 빼꼼 내밀면 멀리 무을저수지가 보인다. 주황색 교회 첨탑이 있는 곳은 안곡2리 저전(楮田)마을이다. 마을을 개척한 선비가 닥나무를 많이 재배하여 문종이를 만들어 생계를 이어 갔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닥박골, 딱밭골이라고도 한다. 안곡리에는 도가(都家)라는 자연마을도 있었다. 술도가가 있어서 붙여진 이름으로 도간이라고도 한다. 저기 무을저수지가 술도가가 있던 자리다.
안곡리에서 시작된 대천이 저수지로 흘러든다. 물길 주변은 무을테마생태공원으로 돌탑과 바람개비 공원, 솟대공원, 은행나무길, 금강송나무길, 단풍나무길 등이 소소하게 이어진다.
저수지 주변에는 산책하기 좋은 둘레길이 조성되어 있다. 전체 3.5㎞로 거리도 적당하고 길도 순하다.
◆ 무을저수지 또는 안곡지
마을 앞 밀밭 사잇길을 따라 내려가면 무을저수지에 닿는다. 도로 이정표는 안곡저수지라 알려주고 도로명 역시 안곡지길이니 안곡이 원래의 이름이었을 것이다. 안곡리에서 시작된 대천은 서리들, 우미기들, 못진지들 등과 같은 충적평야를 만들고는 선산읍 이문리에서 감천으로 합류된다. 역리들이 몇 번이나 길어 올린 '역 앞으로 흐르는 물'이 대천이고 그 물길 따라 사람의 길이 함께 흘렀을 것이다. 무을저수지는 1960년대에 축조되었다. 마방의 시대가 끝난 때와 시기가 같다. 옛길과 술도가가 물에 잠기고 새로운 길들이 속속 생겨나면서 안곡은 고요해 졌다. 대천이 간앞1교 아래를 지나 저수지로 흘러든다. '간앞'은 마구간 옆이나 대문 옆 공간을 뜻한다는데, 옛날 이삭을 매달아 바람개비를 달던 장대를 세우는 곳이었다고 한다. 바람개비는 풍년을 기원하는 의미다. 옛날 마을의 동구였을 '간앞'을 '간앞1교'로 기억하는 듯하다. 다리 곁에 돌탑 하나 서 있다.
물길 왼편은 '무을테마생태공원'이다. 그 옆에는 '춤새마을'이라는 농촌생태체험 공간이 넓게 자리한다. 춤새마을은 무을면 안곡1리, 안곡2리, 상송리 등 세 개 마을을 하나의 권역으로 묶은 것으로 2011년부터 시행된 권역단위종합정비 사업을 통해 결성 되었다. 1998년경 폐교되어 방치되어 있던 무을초교 안곡분교를 활용해 2015년 센터 건물을 짓고, 운동장을 정비하는 등 정성을 쏟았다. 그리고 단체 워크숍을 비롯해 농촌문화체험, 먹거리 체험, 청소년 인성교육, 농산물 직거래 장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꾸준히 운영해오고 있다. 돌탑과 바람개비 공원, 솟대공원, 유채 꽃밭을 비롯해 은행나무길, 금강송나무길, 단풍나무길 등이 소소하게 이어진다. 저수지 주변에는 산책하기 좋은 둘레길이 조성되어 있다. 전체 3.5㎞로 거리도 적당하고 길도 순하다.
요즘 무을저수지는 낚시와 차박지로 알음알음 알려져 있다. 주차장이 아주 넓고 화장실도 있어서 세미캠핑과 차박을 즐기는 사람들이 꽤 많다고 한다. 봄과, 가을 해질녘이 가장 예쁘다 하고, 깜깜한 밤이 되면 쏟아지는 별들을 볼 수 있어 별멍하기도 좋은 곳이다. 겨울에는 오리온자리와 큰곰자리, 페르세우스자리, 토끼자리 등이 하늘을 수놓는다. 저수지는 백운산과 연악산 사이 골짜기에 천상호수처럼 펼쳐져 있다. 물빛이 너무 짙어 깊이를 가늠치 못하겠다. 둘레를 절반 쯤 걸었다. 길은 순하나, 바람이 많은 날에는 그저 물멍을 권한다.
글·사진=류혜숙 전문기자 archigoom@yeongnam.com
무을저수지 주변에 조성된 둘레길은 쉬엄쉬엄 산책하기에 그만이다.
>>여행정보
경부고속도로 대전방향으로 가다 김천분기점에서 45번 중부내륙고속도로 충주방향으로 간다. 선산IC에서 나가 68번 도로 상주 방면으로 가다 보면 왼편에 무을저수지가 있다. 저수지변의 68번 도로를 따라 조금 더 가면 춤새농촌생태체험마을 입간판이 있고, 곧 안곡1리 안실 마을 표지석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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