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구 행정통합 추진에 대한 찬반 투표 결과. 피재윤 기자
경북·대구 행정통합 추진에 대한 찬반 투표 결과. 피재윤 기자
경북도의회의 대구·경북 행정통합 찬반 표결 결과는 단순한 의결을 넘어 경북 정치 지형의 이동을 의미한다. 재석 59명 중 찬성 46명(78%)이라는 수치는 불과 일주일 전 영남일보가 실시한 전수조사에서 나타난 찬성 응답 66%보다 12%포인트 상승했다. 짧은 시간 정치권 내부 판단이 빠르게 정리됐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지역별로 보면 찬성표는 대구 인접권과 중·남부권에서 두드러졌다. 경산·구미·포항·경주 등 산업 기반과 교통 접근성이 비교적 양호한 지역 의원 다수가 찬성표를 던졌다. 반면 북부권과 동해안 일부에서는 반대·기권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균형발전 장치 부재'와 '대표성 약화' 우려가 그대로 표결에 반영된 결과다.
그럼에도 찬성률이 급격히 높아진 것은 몇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가장 큰 변수는 정부의 명확한 시그널이다. 지난 16일 발표된 연 최대 5조 원, 4년간 최대 20조 원 규모의 재정 지원 방안은 '불확실한 구상'에 머물던 통합 논의를 '정치적 선택지'로 끌어올렸다. 의원들 사이에서 "지금 빠지면 기회를 잃을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확산됐다.
두 번째는 도의회 내부 논점 이동이다. 초기 '통합 찬반'이 중심이었지만, 표결을 앞두고는 '조건부 찬성'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했다. 실제, 찬성 토론에 나선 의원 상당수는 "통합 자체에는 공감하지만, 예산·권한 이양은 분명히 해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반대 여론의 일부가 '원천 반대'에서 '보완 요구'로 움직이며 막판 찬성으로 전환된 것이다.
세 번째는 시간 압박이다. 광주전남, 충청권 등 전국적으로 초광역 통합 논의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는 상황에 경북·대구가 결정을 미루면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했다. "완벽한 설계는 아니지만 출발은 해야 한다"는 현실론이 다수 의원의 선택을 이끌었다.
다만 이번 결과가 사회적 합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북부권과 농어촌 지역의 불안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고, 찬성표 역시 상당 부분 '조건부' 성격을 띠고 있다. 숫자는 78%였지만, 통합의 정당성은 이제 특별법 내용과 재정 배분 구조, 지역 균형 장치에서 다시 검증받게 된다.
경북 정치권은 방향을 선택했다. 그러나 통합이 '기회'로 남을지, '불신의 출발점'이 될지는 앞으로의 설계와 실행에 달려 있다. 일주일 사이 여론은 움직였지만, 도민의 판단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피재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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