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칼럼]향기박사 문제일의 ‘뇌 이야기’…젊은 피, 젊은 생각

  • 문제일 디지스트 뇌과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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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2-02 11:12  |  발행일 2026-02-02
젊은 피, 젊은 생각
문제일 디지스트 뇌과학과 교수

문제일 디지스트 뇌과학과 교수

2026년 병오년(丙午年) 새해가 밝았습니다. 붉은 말의 해인 만큼 독자 여러분 모두 역동적이고 건강한 한 해가 되시길 기원합니다. 새해 아침, 우리는 저마다의 소망을 빕니다. 그중 빠지지 않는 것이 바로 '젊음을 유지하는 것'일 것입니다. 진시황조차 얻지 못했던 불로장생, 그리고 괴테의 소설 '파우스트'에서 영혼을 팔아서라도 얻고 싶어 했던 젊음은 인간의 영원한 욕망입니다.


때론 이런 욕망은 타인의 피를 마시며 젊음을 유지한다는 뱀파이어처럼 섬뜩한 전설로 표현되기도 했죠. 그런데 전설 속 뱀파이어가 젊은 사람의 피만 쫓아다닌 데는 나름의 뇌과학적 근거가 있었던 모양입니다. 지난 2025년 9월, 광우병과 같은 프리온 질환과 알츠하이머병 치매를 연구해 온 미국 텍사스 대학교(휴스턴) 로드리고 모랄레스(Rodrigo Morales) 교수 연구팀은 젊은 동물의 혈액이 뇌의 노화를 늦추고 알츠하이머병을 억제할 수 있다는 사실을 실험으로 증명해 '에이징(Aging)'에 발표했습니다.


모랄레스 교수 연구팀은 알츠하이머병 모델 생쥐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한 그룹에는 젊은 쥐의 혈액을, 다른 그룹에는 늙은 쥐의 혈액을 매주 수혈하며 뇌의 변화를 관찰했습니다.


놀랍게도 늙은 쥐의 혈액을 수혈받은 알츠하이머 모델 생쥐들은 뇌 속에 치매의 주범으로 알려진 '베타 아밀로이드' 플라크가 급격히 축적되며 병세가 악화되었습니다. 늙은 핏속에 포함된 '염증 유발 인자'들이 뇌의 청소부 역할을 하는 미세아교세포(microglia)의 기능을 떨어뜨리고, 뇌를 보호하는 검문소인 뇌혈관 장벽(Blood-Brain Barrier)을 약화시켜 독성 단백질의 축적을 가속화한 것입니다.


반면, 젊은 쥐의 혈액을 수혈받은 쥐들은 달랐습니다. 젊은 피는 뇌 속 염증 반응을 줄이고 아밀로이드 플라크의 축적을 억제하여 뇌 노화의 시계를 늦추는 효과를 보였습니다. 즉, 혈액 속에 뇌의 건강을 좌우하는 중요한 '어떤 인자'들이 있음을 증명한 거죠. 그렇다고 이 칼럼을 읽고 당장 내일부터 "나도 젊은 피를 수혈받아야겠다"고 생각하시는 독자분은 안 계시겠지요? 이는 어디까지나 통제된 실험실에서 생쥐를 대상으로 확인한 결과이며, 실제 사람에게 안전하게 적용되기까지는 윤리적 검토와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이번 연구 결과에 대해 사회적, 인문학적 관점에서 다시 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말에 아주 가까운 사이를 일컬어 "피를 나눈 사이"라고 합니다. 부모와 자식, 형제자매처럼 끈끈한 관계를 의미합니다. 생물학적으로 피를 섞을 수는 없지만, 우리는 관계를 통해 서로의 생각과 감정을 나눕니다.


저는 이 연구를 보며 우리 사회라는 거대한 뇌를 떠올렸습니다. 사회의 어른들이 가진 연륜과 지혜는 뇌 속에 저장된 소중한 '기억'과 같습니다. 하지만 고인 물이 썩듯, 새로운 자극 없이 닫혀 있는 기억은 고집과 편견이라는 '아밀로이드 플라크'를 만들어냅니다. 이것이 심해지면 사회는 소통이 단절되고 경직되는 '사회적 알츠하이머'를 앓게 됩니다.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젊은 피'의 수혈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젊은 피란 물리적인 혈액이 아니라, 청년 세대가 가진 유연한 사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 정신, 그리고 새로운 시대의 감수성입니다. 연구에서 젊은 피가 늙은 쥐의 뇌 속 독소(아밀로이드)를 청소하고 기억을 보존했듯, 젊은 세대의 새로운 생각은 기성세대의 경직된 사고를 유연하게 풀어주고, 어른들이 쌓아온 소중한 지혜가 '꼰대 잔소리'가 아닌 '통찰력 있는 조언'으로 남을 수 있도록 돕습니다.


반대로 젊은이들에게도 어른의 존재는 필수적입니다. 연구에서 늙은 쥐의 혈액이 비록 병리 현상을 가속화시켰지만, 이는 역설적으로 노화된 환경이 얼마나 취약한지를 보여줍니다. 젊은이들의 혈기 왕성함이 방향을 잃지 않도록 잡아주는 혈관과 같은 구조는 바로 어른들이 구축해 온 사회적 시스템과 경험입니다.


결국 건강한 뇌가 젊은 신경세포와 성숙한 신경세포의 조화로운 연결로 유지되듯, 건강한 사회는 세대 간의 활발한 '정신적 수혈'을 통해 완성됩니다. 올해는 더 자주 가족이 둘러앉아 서로의 '젊은 생각'과 '깊은 지혜'를 나누며 사회적 치매를 예방하고 건강한 한 해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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