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규 교수의 부동산 에세이] 도로명주소제도에 대한 단상

  • 서경규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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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2-04 14:00  |  발행일 2026-02-04


서경규 교수

서경규 교수

주소는 특정 장소의 위치를 나타내는 구조화된 정보로서 정치·경제·사회 등 다양한 활동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일제강점기 이후 우리나라는 약 100년 동안 필지의 등록단위인 지번(地番)을 주소로 써왔다. 그러나 지번이 처음부터 공간상에서 순서에 따라 규칙적으로 부여되지 못한 경우가 있고, 세월이 흐르면서 분할과 합병이 많아져 더욱 불규칙한 배치를 보임에 따라 지번주소로는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었다.


정부수립 이후 지번주소의 문제를 해소하고 일제의 잔재를 청산한다는 의미를 담아 도로명주소제도의 도입을 지속 논의해 온 결과 마침내 2006년 10월 '도로명주소 등 표기에 관한 법률'(2009년 4월 법률명을 '도로명주소법'으로 변경)을 제정했다. 새로 법률을 제정한 이유는 주소만으로 누구나 쉽게 건물 등의 위치를 찾을 수 있게 하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오랫동안 익숙한 지번주소를 생소한 도로명주소로 바꾸고 적응하는데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여 2014년 1월부터 전면적으로 시행했다.


도로명, 건물번호 및 상세주소로 표기하는 도로명주소제도가 전면 시행된 지 10년 이상 지난 시점에서 애초의 제도 도입취지를 충분히 살리고 있는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 여기서 도로명주소제도의 문제점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도로나 건물이 없는 경우 주소를 부여할 수 없다. 예컨대 맹지이거나 농지·임야의 경우 도로명주소가 없다. 따라서 지금도 부동산 거래계약에 있어서는 해당 부동산의 소재지를 도로명주소가 아닌 지번주소로 기재하고 있다.


둘째, 도로명 설정의 문제이다. ① 도로명의 구간길이가 길거나 또는 도로명의 개수가 많고 생소하여 위치를 연상하기 어렵다. 예컨대 대구광역시의 달구벌대로는 연장이 33.58㎞로서 건물번호가 3,322번까지 있다. 또한, 같은 시·군·구에서 읍·면·동 개수보다 도로명 개수가 더 많다. ② 도로명주소의 음절이 길고 외래어로 된 도로명이 많다. 평균적으로 도로명주소의 음절은 지번주소보다 길다. 또한, 에코로, 이노밸리로, 테크노대로 등 외래어로 된 이름이 많다.


셋째, 자연부락이나 개별입지공장지대 등과 같이 필지의 모양이 불규칙적인 경우 건물번호를 규칙적으로 부여하기 어렵다. 지번주소의 이러한 문제점을 해소하고자 도입한 도로명주소로도 이를 해소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넷째, 제도 시행에 따르는 추가 인력과 예산의 문제이다. 지번주소에 비해 도로명주소는 도로명 관리, 표지판 제작·설치, 각종 공부(公簿) 정리 등을 위해 더 많은 인력과 예산이 필요하다.


누구나 휴대전화를 이용하여 실시간으로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시대에 주소로서 도로명이 지번보다 더 우수하다고 보기 어렵다. 그동안의 시행결과를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도로명주소제도의 계속시행여부를 결정해야 할 것이다.


<대구가톨릭대 부동산학과·부동산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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