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K ‘뺄셈정치’ 잔혹사] <하> TK 역할론 - “배신자 쳐내는 칼 버리고 용광로 돼야”

  • 정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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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2-05 18:08  |  발행일 2026-02-05
한동훈 제명 사태 속 보수 본진 역할론 부상
‘영남 자민련’ 우려… 유승민·이준석 등 포용 주문
소신 정치 응원하는 ‘품’ 필요… DJP연합 모델 제시


TK의 선택 관련 AI 생성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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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전 대표 제명 사태로 국민의힘이 또 한 번 격랑에 휩싸인 지금, 대구경북(TK) 정치권은 중대한 질문 앞에 섰다. 20년여간 반복해 온 '뺄셈의 정치'를 답습하며 스스로 고립될 것인가, 아니면 '덧셈의 정치'로 전환해 보수 재건의 주도세력이 될 것인가. 정치 전문가들은 지금이야말로 보수의 중심인 TK가 이질적인 세력까지 품어 안는 '대통합의 용광로' 역할을 자처해야 할 골든타임이라고 입을 모은다.


◆TK 보수의 역할은 감별 아닌 확장


그동안 TK는 보수 정치인들을 검증하는 '심판자' 역할을 자처해 왔다. 특히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로는 '배신'의 기미가 보이면 가차 없이 싹을 자르는 데 주력했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계파정치로 인한 폐해는 정당정치의 부득이한 산물이라고 치부할 수 있지만, 이른바 '의리'를 다짜고짜 1순위로 평가하는 상황은 분명 잘못됐다"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정치 새싹들이 잘려 나가다 보니 현역 의원들도 공천을 위해 스스로 몸을 사리는 모습을 보인다"고 평가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치평론가는 "그동안 TK 출신 인물들이 대통령 선거에서 주름을 잡았지만 지금은 어떤가" 반문하며 "TK가 우리와 생각이 100% 똑같은 사람만 찾으려 한다면, 보수정당은 소위 '영남 자민련' 정당으로 쪼그라들어 영원히 집권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진짜 보수의 실력은 '나와 다른 사람'을 부려 쓰는 용인술에서 나온다"며 "DJ(김대중)가 보수 인사인 김종필과 손을 잡아(DJP연합) 집권했던 것처럼 TK 역시 유승민·이준석·한동훈 같은 인물들을 적으로 돌리지 말고 전략적 자산으로 활용하는 대범함을 보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때문에 이제는 TK가 심판자가 아닌 인물을 키워내는 '인큐베이터'로 역할 모델을 바꿔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정치·선거 컨설팅업체 엘엔피파트너스의 이주엽 대표는 "보수의 본산인 TK부터 빗장을 걸어 잠그면 보수는 고인 물이 돼 썩는다"며 "하지만 문을 열고 이질적인 세력과도 토론을 통해 결론을 낸다면, 그곳은 다시 대한민국 정치를 주도하는 거대한 바다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 TK에게 필요한 것은 배신자를 쳐내는 칼이 아니라 그들조차 품어 녹이는 용광로"라고 강조했다.


TK 국회의원실 한 보좌관도 "TK가 키운 인재들이 중앙무대에서 소신을 펼치려 할 때 고향 사람들이 가장 먼저 돌을 던지는 비극을 멈춰야 한다"며 "자신을 키워준 인사 또는 지도자와 각을 세우더라도 그것이 소신이나 보수의 가치를 지키기 위한 것이라면 지역에서도 박수를 쳐 줄 수 있는 '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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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훈

서울정치팀장 정재훈입니다. 대통령실과 국회 여당을 출입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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