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회 대구지부장
광복 80년을 지나온 지금, 우리는 독립운동정신을 다시 되묻게 된다. 독립운동은 단순히 나라를 되찾기 위한 투쟁만은 아니었다. 그것은 반칙과 특권, 불의가 일상이던 시대에 인간의 존엄과 공동체의 정의를 지켜내려는 선택이자 실천이었다. 나라조차 없던 시절, 독립운동가들은 법도, 제도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오직 '옳다'는 신념 하나로 일제의 폭력에 맞섰다. 그들에게는 어떤 보호막도, 보상도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침묵 대신 저항을 택했고, 편안함 대신 책임을 선택했다. 그 선택은 개인에게는 희생이었으나, 민족에게는 희망이었다. 그들의 길은 늘 불리했고, 그 대가는 가혹했다. 그러나 그들이 남긴 가치가 오늘 대한민국의 근간이 되었음은 부인할 수 없다.
이름 없이 스러진 수많은 독립운동가들은 특권을 거부했고, 반칙을 택하지 않았다. 손해를 알면서도 원칙을 지켰고, 개인의 안위보다 공동체의 정의를 앞세웠다. 그들은 힘이 있어서가 아니라, 옳다고 믿었기에 행동했다. 불의에 순응하는 것이 더 안전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끝내 양심을 저버리지 않았다. 바로 그 정신이 있었기에 우리는 갈망하던 광복을 맞이할 수 있었고,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을 세울 수 있었다. 독립운동은 과거의 한 장면이 아니라, 지금의 우리를 가능하게 한 도덕적 토대였다.
하지만 오늘의 현실을 돌아보면 마음이 무겁다. 법 위에 군림하는 특권, 책임지지 않는 권력, 규칙을 어겨도 처벌받지 않는 반칙이 여전히 사회 곳곳에 남아 있다. 정직한 사람이 손해를 보고, 원칙을 지키는 사람이 어리석은 존재처럼 취급받는 장면을 우리는 낯설지 않게 마주한다. 편법과 요령이 능력처럼 인정받고, 공정이라는 말이 형식적인 구호로 소비되는 현실은 선열들이 꿈꾸던 나라와는 분명 거리가 멀다. 광복의 꿈은 이루었으되, 정의의 실현은 아직도 완성되지 않았다. 그 간극을 메우는 일은, 결국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몫이다.
독립운동정신이 과거를 기념하는 말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그것은 오늘의 사회를 판단하는 기준이며, 우리가 어떤 나라를 선택할 것인가를 묻는 살아 있는 가치다. 불의 앞에서 침묵하지 않는 태도, 공익을 위해 사익을 절제하는 자세, 약자의 편에 서려는 실천이 바로 독립운동정신의 현재형이다. 선열들의 뜻을 계승한다는 것은 거창한 구호를 외치는 일이 아니다. 일상의 자리에서 반칙을 거부하고, 원칙을 지키는 작은 선택을 반복하는 일이다. 그것이 어렵고 불리해 보여도 외면하지 않는 용기가 필요하다. 사회는 이러한 작은 선택들이 쌓일 때 비로소 바뀐다.
병오년 새해를 맞으며 우리는 다시 한 번 스스로에게 질문하게 된다. 과연 우리는 독립운동가들이 바랐던 나라에 얼마나 가까이 다가가 있는가. 2026년은 반칙보다 상식이, 요령보다 정직이 조금 더 힘을 얻는 해가 되기를 바란다.
법과 제도가 정의를 뒷받침하고, 시민의 양심이 그것을 지켜내는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 작은 원칙을 지키는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선택이 모여 사회의 방향을 바꾼다. 독립운동가들이 목숨으로 지켜낸 이 나라는, 이제 우리가 양심으로 지켜야 한다. 정의는 어느 날 갑자기 주어지는 선물이 아니다. 그것은 오늘의 삶 속에서 차분히 실천될 때 비로소 자리를 잡는다. 독립운동정신이 다시 일상의 언어가 되고 행동의 기준이 되기를, 그래서 대한민국의 올 한 해가 조금 더 단단하고 떳떳해지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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