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토니상 6관왕을 달성한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공연 장면. <NHN링크 제공>
한국뮤지컬이 60주년을 맞았지만 산업을 뒷받침할 제도적 기반이 성장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어쩌면 해피엔딩'의 토니상 6관왕 수상, DIMF(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20주년 등으로 K-뮤지컬이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정작 뮤지컬을 지속가능한 산업으로 안착시킬 지원 체계는 미비하다는 평가다.
한국은 미국, 영국, 일본에 이어 세계에서 네 번째로 큰 뮤지컬 시장(매출 규모 기준)이다. 예술경영지원센터에 따르면 국내 뮤지컬 시장은 2023년 매출액 4천591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고, 2024년엔 4천651억원을 기록하며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뮤지컬은 국내 공연시장 안에서도 핵심 장르로 꼽힌다. 대중예술을 제외하면 매출 규모가 가장 크다. 특히 국내 창작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이 지난해 미국 뮤지컬계 최고 권위상인 토니상 6관왕을 달성하고, 아시아 최대 규모의 뮤지컬 축제인 DIMF가 올해 20주년을 맞으며 K-뮤지컬의 위상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이런 외형적 성장에 비해 산업을 지탱할 법·제도적 기반은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영화, 음악 등 다른 예술 장르는 각각의 진흥법을 통해 정부로부터 체계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 뮤지컬은 아직 독립적인 진흥법이 없어 산업적 육성을 위한 법적 기반이 미흡한 상황이다. 지난달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한국뮤지컬 60주년 및 DIMF 20주년 기념 전시·정책간담회'에서도 뮤지컬업계 관계자들은 "성과에 대한 축하보다 지속가능한 구조를 먼저 점검해야 할 시점"이라는 문제의식을 제기했다.
지난달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한국뮤지컬 60주년 및 DIMF 20주년 기념 정책간담회'. 이 자리에서 뮤지컬업계 관계자들은 2024년 김승수 의원이 대표발의한 '뮤지컬산업진흥법' 제정 등을 촉구했다. 조현희기자
특히 장르 특성에 맞는 차별화된 지원의 필요성이 대두된다. 구체적으로는 △장기개발 지원 △전문인력 양성 △인프라 확충 △IP(지식재산권) 보호 등이 언급된다. 뮤지컬은 다른 예술 장르와 달리 최소 3~5년의 기획 개발 기간이 필요한 콘텐츠다. 하지만 현재 창작지원 사업은 대부분 단년도 사업이라 장기 인큐베이팅이 필수적인 뮤지컬의 제작 구조와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창작진을 체계적으로 양성할 아카데미도 부족한 상황이다.
이를 위해선 민간 자본이 유입될 수 있는 투자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한승원 한국뮤지컬제작사협회장은 "작가·작곡가에 대한 지원은 많지만 무대·조명 등 현장에서 연출을 담당하는 예술가를 키울 수 있는 아카데미는 부족하다"며 "대학로에서 제작하는 뮤지컬만 해도 10억원 정도의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경험이 없는 신진들은 작품 개발에 참여할 기회를 얻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경쟁력 있는 IP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은 창작진을 양성하는 것이고, 그러려면 무엇보다 투자 환경이 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중국, 일본, 대만 등 해외 제작사들이 한국 시장에 직접 진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국내 창작뮤지컬에 대한 보호 방안이 필요하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어디까지 K-뮤지컬로 볼지도 관건이다. 해외 제작사들이 한국에서 제작한 작품에 대해 '한국 IP'를 주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승연 뮤지컬 평론가는 "소재와 음악, 표현 방식 전반에 걸쳐 한국을 콘텐츠로 명확히 드러내는 모델을 생각해볼 수 있다"며 국내 창작뮤지컬의 모델을 제시하면서도, "보편적인 내용의 작품으로 해외 스태프와 협업을 할 경우엔 IP와 창작 단위 모두 한국시장 소속임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현재 국회에서는 '뮤지컬산업진흥법' 제정이 논의되고 있다. 2024년 김승수 의원이 대표발의한 이 법안은 국내 창작뮤지컬 수출, 독립적인 뮤지컬진흥위원회 설치, 전문인력 양성, 지역 뮤지컬 산업 지원 등을 골자로 한다. 이종규 한국뮤지컬협회 이사장은 "뮤지컬 산업의 과제를 위해선 제도적인 완비가 필요하다"며 "국회에서 뮤지컬산업진흥법 관련 논의가 활성화되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조현희
문화부 조현희 기자입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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