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분석]“강한 2차 병원이 응급실 뺑뺑이 해법”…김지건 삼일병원장의 ‘집념’

  • 강승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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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3-29 22:32  |  발행일 2026-03-29
수가 손해 감수한 ‘24시간 야간 전담의’
정부, 2차 병원 중심으로 육성 해야
김지건 삼일병원장이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2차 병원의 역할과 중증 응급 의료 체계 개선 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김지건 삼일병원장이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2차 병원의 역할과 중증 응급 의료 체계 개선 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대구 달서구 도심 한복판에 거대한 '알약' 형상의 건물이 솟아 있다. 삼일병원 외관은 그 자체로 치열한 의료 현장의 선언문이다. 캡슐을 형상화한 독특한 창문과 외국에서 공수해온 세련된 외장재는 단순한 미학을 넘어선다. 과거 호텔 건물을 리모델링해 쓰며 겪었던 공간적 한계를 극복하고자 김지건 병원장이 2년간 도면을 수백 번 고쳐 쓴 집념의 산물이다.


◆"병원은 병원 다워야"…30억원 옥상 헬기장의 무게


김 병원장이 신축 과정에서 가장 고집한 대목은 '병원다운 병원'을 만드는 것이었다. 설계 단계부터 환자의 검사·치료 동선과 내부 이동 흐름을 세밀하게 반영했고, 외부 디자인에는 그의 의중이 100% 투영됐다.


특히 옥상 헬기장은 지역 의료계의 이목을 끌었다. 지리적 특성상 활용 빈도는 낮지만, 30억원이라는 거액을 투입했다. 이유는 명확하다.


"단 한 명의 골든타임을 위해서라도 닥터헬기가 즉각 착륙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했습니다. 수익성을 따졌다면 결코 할 수 없는 결정이었죠. 하지만 언제든 생명을 받아낼 준비가 돼 있다는 상징성과 미래 가능성이 더 컸습니다. 섬이 많은 해안 지역만큼 이송이 활발하진 않아도, 오랜 소망이었던 '닥터헬기가 뜨는 병원'을 꼭 실현하고 싶었습니다."


그는 병원에 요란한 간판을 다는 것도 경계했다. 흔한 돌출 간판 하나 없이 외국에서 공수한 맞춤형 외장재와 색감만으로 병원의 정체성을 드러냈다.


"대충 지으면 쉽겠지만, 제대로 된 신뢰감을 주는 공간을 조성하고 싶어 건축 비용을 20~30% 더 감수했습니다. 병원다운 묵직한 존재감이 환자에게는 심리적 치유의 시작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핀포인트' 진료의 함정…'통합 외과 시스템'으로 정면 돌파


김 병원장은 최근 의료계의 주류인 '전문병원' 체계에 대해 작심한 듯 우려를 표했다. 대학병원 쏠림을 막겠다는 취지는 좋으나, 진료 영역이 지나치게 파편화되면서 복합 응급 환자가 갈 곳을 잃는 역설적 상황이 발생했다는 지적이다.


"요즘 외과 교육은 지나치게 세분화돼 있습니다. 대장항문 전문의가 간담췌 수술을 꺼리는 식이죠. 하지만 응급실로 실려 온 복통 환자의 원인이 상부인지 하부인지 초기에는 판별하기 어렵습니다. 분과가 따로 움직이면 당직 체계상 서로 미루게 되고, 이것이 결국 '응급실 뺑뺑이'의 근본 원인이 됩니다. 외과 의사라면 모름지기 복부 전체를 아우를 수 있어야 합니다."


삼일병원은 이를 해결하고자 '통합 외과 수술 체계'를 가동 중이다. 상·하부 위장관부터 간담췌, 혈관외과, 유방·갑상선까지 모든 분과 전문의가 한 팀으로 유기적으로 움직인다. 소화기내·외과가 협진하는 소화기센터 등 환자가 "어느 과에 가야 하느냐"를 고민하지 않게 만드는 시스템이 핵심이다.


김지건 삼일병원장이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2차 병원의 역할과 중증 응급 의료 체계 개선 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김지건 삼일병원장이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2차 병원의 역할과 중증 응급 의료 체계 개선 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실력 없는 친절은 기만"…24시간 잠들지 않는 '포스트 케어'


그의 경영 제1원칙은 친절이 아닌 '실력'이다. 정확한 진단, 숙련된 술기, 수술 후 합병증까지 통제하는 '포스트 케어' 역량이 의료의 본질이라는 믿음이다. 이를 위해 수가 손해를 감수하며 야간 병동 전담 의사 시스템을 유지한다.


"주치의가 부재한 심야에도 의료 사각지대는 없어야 합니다. 응급 상황에서 즉각 CPR을 시행하고 문제를 조기에 포착하는 것은 경영 효율 면에서는 마이너스일지 모르나 환자의 생존율에는 결정적인 변수입니다. 충분히 치료 가능한 환자인데도 전문 인력이 없다는 이유로 우왕좌왕하다 골든타임을 놓치는 비극은 결코 없어야 합니다."


◆의료 전달 체계의 '허리', 강소 2차 병원이 국가적 해법


김 병원장은 기형적인 의료 쏠림을 타개할 열쇠로 '강소 2차 병원' 육성을 꼽았다. 동네 의원과 대학병원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하는 2차 병원이 무너지면 국가 의료 시스템은 결국 붕괴한다는 진단이다.


"대학병원 선호 현상을 탓하기 전, 우리 같은 2차 병원들이 대학병원에 비견되는 전문성을 스스로 입증해야 합니다. 복합 기저질환을 동반한 응급 질환은 2차 병원이 완벽히 소화해줘야 의료 체계가 선순환됩니다. 정부 역시 지원 사업 기준을 대형 병원에만 맞출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중증 응급을 해결하는 허리급 병원에 맞는 보상 체계를 마련해주길 바랍니다."


김 병원장의 시선은 이미 다음 단계를 향한다. 향후 2년 내 응급·중증·외상 분야를 더욱 고도화한 독립 중증응급센터를 구축할 계획이다. 도면은 이미 완성됐다. "규모는 2차 병원이되 역량은 3차 이상을 지향합니다." 그의 집념이 투영된 삼일병원의 행보는 위기에 직면한 한국 의료 체계가 나아가야 할 실천적 이정표를 제시하고 있다.


◆방수팩 속 휴대전화, 그 집념이 만든 '최후의 보루'


이러한 김 병원장의 철학은 지난 17년의 세월 동안 온몸으로 겪어낸 현장 경험에서 비롯됐다. 그는 지금도 직접 수술실에 들어간다. 개원 초기, 대구 시내 응급 외과 환자의 상당수를 홀로 집도하던 시절부터 이어온 생명에 대한 책임감 때문이다.


당시 그는 혹시라도 올지 모를 긴급 호출을 놓치지 않고자 휴일 사우나를 갈 때도 휴대전화를 방수팩에 넣어 챙겼다. 그 치열했던 집념이 오늘날 삼일병원을 대학병원조차 수용이 어려운 중증 환자들이 마지막으로 찾아오는 '최후의 보루'로 만들었다.


"외과는 고되고 경제적으로도 큰 보상이 따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죽음의 문턱에 선 환자가 멀쩡하게 걸어 나가는 그 극적인 보람이 제가 여전히 이 길을 걷는 이유입니다. 돈보다 배울 것이 많다며 찾아오는 젊은 의사들을 볼 때 필수 의료의 희망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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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규

사실 위에 진심을 더합니다. 깊이 있고 따뜻한 시선으로 세상을 기록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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