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상급종합병원 판 바뀐다…“환자 수 아닌 중증 치료로 승부”

  • 강승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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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3-30 15:40  |  수정 2026-03-31 20:12  |  발행일 2026-03-30
중환자실 전문의 상주 의무화…평가 기준 ‘질 중심’으로 전환
헬시온·AI 치료계획…대구 암 치료 ‘시스템 경쟁’ 본격화
수도권 쏠림 완화 기대 속…인력난·운영 부담은 여전
대구 한 상급종합병원에서 구급대원들이 들것에 실린 환자를 앰뷸런스로 이송하고 있다. 영남일보 DB

대구 한 상급종합병원에서 구급대원들이 들것에 실린 환자를 앰뷸런스로 이송하고 있다. 영남일보 DB

상급종합병원을 둘러싼 평가 기준이 바뀌고 있다. 정부는 앞으로 중증·응급환자를 얼마나 제대로 치료하는지, 지역 의료의 최후 보루 역할을 얼마나 충실히 수행하는지를 더 엄격하게 따질 방침이다. 이런 변화 속에서 대구지역 대형병원들은 지정 기준 강화에 대비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첨단 방사선치료 시스템 도입을 통해 암 치료 경쟁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영남일보는 제도 개편이 지역 상급종합병원들에 미칠 영향과, 장비를 넘어 시스템 중심으로 재편되는 대구 암 치료 경쟁의 현주소를 살펴본다.


병세가 위독할 때 환자와 가족이 가장 마지막으로 찾는 곳은 상급종합병원이다. 대구에서는 계명대 동산병원, 경북대병원, 대구가톨릭대병원, 영남대병원, 칠곡경북대병원(이상 가나다순)이 그 역할을 맡고 있다. 지역 의료현장에서 '최후의 보루'로 불리는 이들 병원이 앞으로는 한층 더 엄격한 기준으로 평가를 받게 될 전망이다. 앞으로는 정부가 병상 규모나 환자 수보다 중증·응급환자 치료 역량, 지역 의료 책임성이 더 중요한 평가 잣대로 삼을 것으로 보여서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상급종합병원 지정 및 평가 규정 일부개정안'을 행정예고했다. 개정안 방향은 명확해 보인다. 지역 의료체계 중심축으로 역량을 발휘하는 병원을 '상급종합병원'으로 평가하겠다는 것.


우선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중환자실 전담 전문의 기준 강화다. 개정안에 따르면 전담 전문의는 하루 8시간 이상, 주 5일 이상 중환자실에서 근무해야 한다. 근무 시간에는 중환자실 인근에 상주하면서 다른 업무를 병행할 수 없다. 외래진료도 환자 안전에 지장이 없는 범위에서 하루 4시간, 주 2일 이내로만 예외적으로 허용된다. 전담 전문의가 자리를 비울 경우 대체 전문의를 지정해야 한다. 이 역시 전체 근무일의 30%를 넘지 못하도록 했다. 중환자실 공백을 최소화해 중증 치료 역량을 실질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정부의 취지로 보인다.


이 같은 변화는 병원들에도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상급종합병원은 원래 고난도 진료와 응급의료를 책임지는 곳이다. 하지만 최근 의료 인력난과 간호 인력 부족 현상이 겹치면서 현장 여건이 녹록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중환자실 전문의 기준은 물론 응급·중증의료 기능까지 더 촘촘하게 갖춰야 한다. 이에 대학병원 등 대형병원들 사이에선 상급종합병원 지위를 유지하기 위한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평가 기준 방향도 달라진다. 그간 상급종합병원이 경증 외래환자까지 떠안으면서 대형병원 쏠림 현상이 심화했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이에 따라 개정안은 '외래 환자 비율 지표'를 삭제하는 대신, 중증질환 환자를 얼마나 충실히 진료하는지와 경증 환자를 1·2차 의료기관으로 얼마나 적절히 회송하는지를 중점적으로 평가하도록 했다. 앞으로는 외래환자가 많이 찾는 병원보다, 꼭 필요한 중증 환자를 책임 있게 치료하는 병원이 더 높은 점수를 받게 되는 것이다.


공공성과 응급의료 책임은 한층 무거워진다. 기존 공공성 평가 항목은 '공공성 및 중증·응급의료'로 개편된다. 중환자실과 음압격리실 병상 확보 수준, 지역 내 소아응급환자 진료 실적, 중증 환자에 대한 최종치료 제공 여부 등이 새 평가지표에 포함됐다. 정부가 최근 사회 문제가 된 '응급실 뺑뺑이'와 소아 진료 공백 문제를 병원 평가에 직접 반영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보인다.


간호 서비스 기준 강화도 지역 병원들에는 또 다른 과제다. 간호사 1인당 입원 환자 수 기준이 더 엄격해지고, 신규 간호사와 교육생을 체계적으로 지도하는 교육전담간호사 배치 여부도 평가 대상에 포함된다. 환자 안전과 의료서비스 질을 높이기 위한 조치이지만, 벌써부터 지역 의료 현장에선 인력 확보와 운영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구 암 치료 경쟁 2라운드…"장비보다 시스템이 승부 가른다"

대구지역 대형병원들이 잇따라 첨단 방사선치료 장비를 도입하면서 암 치료 경쟁이 새로운 국면에 들어섰다. 일반적인 장비 확보를 넘어 영상 기술과 환자 추적 시스템, 인공지능(AI) 기반 치료계획까지 결합한 '통합 치료 체계' 구축으로 경쟁의 축이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영남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영남대병원은 최근 차세대 방사선치료기 '헬시온 4.0'을 도입하고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이 장비는 고해상도 영상 기술인 '하이퍼사이트'를 적용해 치료 전 촬영하는 콘빔 CT(CBCT)의 화질을 크게 개선한 것이 특징이다. 종양과 주변 장기 위치를 보다 정확히 파악한 뒤 방사선을 조사할 수 있어 정상 조직 손상을 줄이면서 치료 정밀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앞서 칠곡경북대병원도 같은 계열의 헬시온 장비를 도입하며 한발 앞서 나갔다. 이 병원은 여기에 무표식 실시간 표면유도 방사선치료와 AI 기반 치료계획 솔루션까지 더해 치료 전 과정을 고도화했다. 환자의 미세한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감지해 기준에서 벗어나면 즉시 방사선 조사를 중단하는 방식으로, 치료 안전성과 재현성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두 병원의 사례는 대구 암 치료 경쟁의 성격이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과거에는 방사선치료 장비 보유 여부가 경쟁력의 기준이었다면, 최근에는 영상 정밀도와 치료 속도, 환자 안전 관리까지 아우르는 '치료 시스템'이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즉 장비 단일 성능보다 이를 어떻게 유기적으로 운영하느냐가 병원 선택의 기준으로 자리잡는 분위기다.


영남대병원이 도입한 차세대 방사선치료기 헬시온 4.0. 고해상도 영상 기반으로 종양 위치를 정밀하게 파악해 정상 조직 손상을 최소화하면서 치료 정확도를 높일 수 있는 첨단 장비다.<영남대병원 제공>

영남대병원이 도입한 차세대 방사선치료기 '헬시온 4.0'. 고해상도 영상 기반으로 종양 위치를 정밀하게 파악해 정상 조직 손상을 최소화하면서 치료 정확도를 높일 수 있는 첨단 장비다.<영남대병원 제공>

이 같은 흐름은 다른 지역 주요 병원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계명대 동산병원은 헬시온 장비를 기반으로 방사선치료 역량을 강화하고 있으며, 대구파티마병원은 고정밀 방사선치료기 '트루빔'을 앞세워 치료 속도와 정확도를 끌어올리고 있다. 대구가톨릭대병원 역시 방사선치료 인프라를 유지하는 동시에 로봇수술 등 다른 치료 영역을 강화하는 전략을 병행하고 있다.


의료계에서는 이러한 변화를 수도권 쏠림 완화와 직결된 흐름으로 보고 있다. 지금까지는 정밀 치료를 위해 서울 대형병원을 찾는 환자가 적지 않았지만, 지역 병원들이 첨단 장비와 치료 시스템을 잇달아 도입하면서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영상 기반 정밀 치료와 실시간 환자 추적 기술이 결합되면서 치료 정확도가 한층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양성자 치료와 같은 초고가 특수 장비는 여전히 수도권 일부 대형병원에 집중돼, 고난도 치료 분야에서는 지역과 수도권 간 격차가 완전히 해소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대부분 암 환자가 받는 일반 방사선치료 영역에서는 지역 병원의 경쟁력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전문가들은 향후 경쟁의 핵심이 '속도와 정밀도'에서 '환자 경험'으로까지 확장될 것으로 보고 있다. 치료 시간 단축, 대기 기간 감소, 부작용 최소화 등 환자가 체감하는 의료 서비스 수준이 병원 선택을 좌우하는 기준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준 영남대병원장은 "헬시온 4.0 도입으로 고정밀 영상 기반 방사선 치료 환경을 구축하게 됐다"며 "앞으로도 첨단 의료기술과 장비 도입을 통해 환자 중심의 안전하고 효과적인 암 치료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영남대병원 의료진이 최근 차세대 방사선 치료기 헬시온 4.0 가동을 기념해 리본 커팅을 하고 있다. <영남대병원 제공>

영남대병원 의료진이 최근 차세대 방사선 치료기 '헬시온 4.0' 가동을 기념해 리본 커팅을 하고 있다. <영남대병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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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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