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갤러리동원 앞산에서 만난 강정주 작가는 "이번 전시가 누군가에게 감동을 주고 힐링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권혁준기자 hyeokjun@yeongnam.com
만물이 생동하는 봄의 기운이 갤러리 안을 가득 메운다. 파스텔 톤의 화면 위로 금세 바람을 타고 흩날릴 듯한 꽃들이 피어 있다. 유화물감 특유의 점성과 질감을 살려 나이프로 켜켜이 쌓아 올린 꽃들은 평면 화면 위에서 입체감을 형성하며 관람객의 시선을 붙든다. 여러 차례 덧입힌 물감층을 통해 구현된 꽃들은 한층 화사한 색감으로 되살아나며 생생한 생명력을 드러낸다.
강정주 초대개인전 '봄을 담은 향기'가 오는 25일까지 갤러리동원 앞산에서 열린다.
강 작가의 회화는 꽃이라는 친숙한 소재를 매개로 삶의 환한 에너지와 내면의 긍정성을 끌어올리는 작업이다. 작가에게 꽃은 단순히 아름다운 자연의 대상이 아니라 각자의 빛과 색을 지닌 채 자신만의 시간을 살아가는 존재이자 따뜻한 정서를 품은 대상이다.
지난달 26일 갤러리동원 앞산에서 만난 강 작가는 "호주 유학 시절 IMF가 터지면서 어려움이 많았고, 몇 달이 지나니 집에 대한 향수가 깊어졌다"며 "그러다가 어느 날 길을 걷는데 꽃들이 너무 예쁘게 보였다. 그때부터 몇 송이를 가져다가 그렸는데, 이전에 그렸던 꽃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그냥 예쁜 것이 아니라 저에게 모든 것을 다 주는 부모 같고, 친구 같은 존재로 느껴졌다"고 말했다.
강정주 작. <갤러리동원 제공>
이번 전시는 강 작가의 신작들로 구성됐다. 이전의 작품들과 달리 꽃의 생명감을 한층 끌어올리기 위해 주력했다는 것이 강 작가의 설명이다. 꽃의 형태와 색을 보다 유연하게 풀어내고, 화면 안에 향기의 감각까지 담아내려 했다는 것.
그는 "이전의 작업들보다는 조금 더 자유로워지고 싶었다"며 "이전 작품들이 조금 갇혀 있었다면, 신작들은 조금 더 풀어지고 밖으로 나가고 싶어하는 갈망이 담겼으며 바람과 함께 꽃이 어울렸으면 하는 마음으로 표현했다"고 말했다.
이어 "비록 화병에 꽂혀 있는 꽃이지만, 시들기 전까지는 많은 에너지를 준다. 그게 생명력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강 작가 회화의 특징은 두꺼운 마티에르다. 캔버스 위에 축적된 물감의 층위는 단순한 질감의 효과를 넘어 작가가 꽃과 마주하며 쌓아온 시간의 흔적처럼 읽힌다.
그는 "회화라고 해서 납작하게 그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물감의 꾸덕한 느낌이 좋고, 나이프로 섞을 때의 느낌을 좋아한다"며 "나이프 작업은 타이밍이 생명이다. 물감이 많이 마르면 까칠하게 보이기 때문에 적절하게 말리고 작업하는 게 중요하다. 이 타이밍을 살리기 위해서는 하루도 빠짐없이 작업실로 출근해 부지런히 작업을 해야 한다. 어떤 사람이 이 그림을 하나 소장했을 때는 그만한 가치가 있도록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파스텔 톤의 배경은 화면 속 꽃의 생명력이 한층 도드라지게 한다. 밝고 부드러운 색조는 꽃의 존재를 감싸면서도 그 안에 축적된 물감층과 색의 밀도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특히 이번 작업에서는 배경색의 변화 자체가 작가의 성장을 드러내는 장치다.
그는 "배경이 밝은 색이지만 한 색만 들어가는 게 아니다. 또 물감을 섞어서 쓰는 것도 아니다"라며 "한 색을 올린 뒤 그 위에 다른 색을 덧입히는 과정을 수차례 반복해야 차별성 있고, 꽃과 어울리는 색이 나오게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전엔 원색에 가까운 배경이 많았다. 많은 사람들이 좋아했지만, 안주하지 않기 위해 변화를 택했다"며 "전시를 거듭할수록 내 작업이 조금 더 업그레이드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작가는 변화하고 조금씩 성장해야 한다고 믿는다"고 전했다.
권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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