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은 사람과 사람 잇는 ‘가교’… 이제 K-소주의 정점 보여줄 것”

  • 김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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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4-07 17:56  |  발행일 2026-04-07
■토크인사이드/ 나라셀라 마승철 회장
국내 와인 수입사 최초 코스닥 상장
생활 수준 높아지면서 와인소비 증가
한국적 전통 기반한 안동소주에 주목
기존 관념 뒤엎는 증류식 소주 개발
“전세계인들 안동소주로 건배하는 꿈”
마승철 나라셀라 회장은 한잔의 와인이 세상의 갈등을 줄이고, 사람들을 따뜻하게 연결한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나라셀라 제공>

마승철 나라셀라 회장은 한잔의 와인이 세상의 갈등을 줄이고, 사람들을 따뜻하게 연결한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나라셀라 제공>

인류의 역사는 술과 함께 익어왔다. 구석기 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인류가 개최한 중요한 의식마다 술이 있었다. 동서양 술의 문화도 사뭇 달랐는데, 곡물과 누룩을 사용한 소주가 동양을 상징한다면 과일과 맥아를 발효시킨 와인과 맥주는 서양을 대표하는 술이다.


나라셀라 마승철 회장은 우리나라 주류업계에 '맏형' 같은 인물이다. 맥주에서 출발해 위스키, 와인 그리고 소주까지 전 분야를 섭렵했다. 국내 와인 수입사 최초로 2023년 코스닥 상장 성공 신화도 썼다. 재경 경북대 동창회장으로 있는 마 회장은 "한 잔의 와인은 단순한 음료 이상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벽을 허물고, 삶의 여백을 채워줌으로써 보다 품격 있는 삶을 선물한다"고 강조했다.


◆갈등 해소 와인, 최고의 외교관


마 회장의 와인 예찬은 독일의 철혈 재상 비스마르크의 일화로 이어졌다. 당대 소문난 애주가이자 미식가였던 비스마르크는 와인을 외교적 도구로 활용했다. 각국 대사들을 초대해 만찬을 열 때, 최고급 와인을 아낌없이 대접하며 상대의 경계심을 풀게 만들었다. 술기운에 상대방이 내뱉는 실언이나 진심을 포착해 외교적 이득을 취하는 데 능숙했다.


"낮에 물을 마시며 하는 회담은 늘 팽팽한 긴장 속에 결론이 나지 않지만, 저녁에 와인을 곁들인 대화는 꼬인 실타래를 풀 듯 일이 잘 풀리게 합니다. 와인은 갈등을 완화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최고의 외교관입니다. 제가 와인 사업에 자부심을 느끼는 이유도 결국 세상의 갈등을 줄이고 사람들을 따뜻하게 연결하는 일을 하고 있다는 믿음 때문입니다."


우리 사회에서 '서민의 술=소주'라는 공식은 여전히 견고해 보이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아주 흥미로운 균열과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최근 대중은 소주처럼 급하게 취하는 술보다 특유의 향과 맛, 그리고 음식과의 조화가 있는 와인에 눈길을 보내고 있다. 퇴근 후 편의점에서 1~2만 원대로 가볍게 살 수 있는 '소확행 와인'에 지갑을 열고 있다.


"과거 소주 위주의 음주 문화에서 와인으로 중심축이 이동한 것은, 한국인들이 자신의 삶의 질을 높이고 그 격에 맞는 아이템을 찾기 시작한 자연스러운 결과입니다. 소득 수준이 1만불에서 3만불, 4만불로 올라가면서 술을 대하는 사람들의 소비 패턴과 문화적 눈높이도 그만큼 달라졌다고 볼 수 있죠."


◆좋은 와인 결정하는 3요소 '천지인'


마 회장이 와인을 대하는 자세에서는 남다른 고집스러움이 느껴진다. 와인을 단순한 술이 아닌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가교로 보는 것처럼 경영철학에도 고집스러움이 묻어난다. 단순히 이익을 쫓아 브랜드를 바꾸는 '거간꾼'이 아니라, 생산자와 함께 하나의 브랜드를 정성껏 빌드업하는 '동반자'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확고하다.


그는 '미국 와인의 아버지' 로버트 몬다비의 아들인 팀 몬다비, 칠레의 몬테스 회장 등 세계적인 와인 거장들과의 인연을 소중히 여긴다. 좋은 와인을 찾아 와이너리를 찾아가고, 끊임없이 대화를 나누는 등 와인 생산자들과 비즈니스 파트너를 넘어 형제이자 친구로서 철학을 공유해왔다.


마 회장은 좋은 와인을 결정하는 요소로 '천지인(天地人)'을 꼽았다. 땅의 기력(地), 하늘의 기운인 기후(天), 그리고 만드는 사람의 정성(人)이 결합해야 명작이 탄생한다는 얘기다.


"같은 산이라도 동향이냐 서향이냐에 따라 포도 맛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화강암 지대냐 점토 지대냐도 중요하죠.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입니다. 똑같은 재료라도 셰프에 따라 요리가 달라지듯, 와인 메이커의 철학이 술의 성격을 결정합니다."


그는 직원들과의 '타운홀 미팅'을 통해 경영 철학을 공유하는 소통형 리더이기도 하다. 인문학적 관점에서 비즈니스를 설명하고,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경영자의 철학이 말단 직원에게까지 수평적으로 전달될 때 비로소 기업의 총합적인 에너지가 발휘된다는 믿음을 가졌다.


◆안동소주에서 찾는 미래


와인으로 코스닥 상장을 하고, 경제적 부를 이룬 그의 시선은 이제 우리 땅에서 나는 우리술로 향하고 있다. 그는 10여년 전부터 전통주인 안동소주의 가능성을 엿보았다. K소주의 원조 격인 안동소주를 전 세계에 널리 전파하고, 안동을 대한민국 소주의 메카로 일으킬 꿈에 부풀어 있다.


"한국의 위상이 높아졌지만, 정작 국가적인 파티에서 내놓을 만한 대표 술이 마땅치 않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안타까웠습니다. 그동안 전 세계에 발품을 팔면서 얻은 지식을 바탕으로 한국적 전통을 기반으로 하는 세계적 명주를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마승철 나라셀라 회장은 한잔의 와인이 세상의 갈등을 줄이고, 사람들을 따뜻하게 연결한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나라셀라 제공>

마승철 나라셀라 회장은 한잔의 와인이 세상의 갈등을 줄이고, 사람들을 따뜻하게 연결한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나라셀라 제공>

그는 기존의 희석식 소주가 가진 건강상의 문제와 폭탄주 문화를 지적하며, 세계 어디 내놔도 손색없는 '고급 증류식 소주'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질 좋은 안동의 쌀과 물, 공기를 기반으로 하되, 80여년간 끊겼던 한국의 증류 기술 공백을 메우기 위해 일본 최고의 증류 전문가들과 협력했다. 그가 야심차게 준비한 소주는 올 하반기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낼 전망이다.


"우리가 만드는 안동소주는 기존의 관념을 완전히 깰 것입니다. 와인을 만들 때 들어가는 철학적, 기술적 요소를 가미해 향과 맛, 그리고 마신 뒤의 감성까지 극대화할 것입니다. 위스키나 보드카와 경쟁해도 이길 수 있는 최고의 소주를 선보이겠습니다."


◆문화‧기업 연계된 인프라 구축


대구와 부산에서 학창 시절을 보낸 그는 지역 균형 발전에 대해서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대한민국이 너무 작고 교통이 발달해 서울 쏠림 현상이 심화되는 현실에서, 단순한 구호만으로는 지방 소멸을 막을 수 없다는 진단이다.


"백약이 무효라는 말처럼 어렵습니다. 대학을 지방으로 이전하고, 공공기관뿐만 아니라 기업들이 지방에서 실질적인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파격적인 지원을 해줘야 합니다. 저 또한 안동에 공장을 짓고 인력을 뽑으며 지역 사회와 상생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문화와 기업이 연계된 특성화된 인프라가 구축되어야 지방이 살아날 수 있습니다."


제2의 마승철을 꿈꾸는 이 땅의 청년들에게 주는 따뜻한 조언이 있을까.


"꿈이 없는 사람은 죽은 사람과 같습니다. 대기업 부사장을 그만두고 사업을 시작할 때 벼랑 끝에 선 기분이었지만, 절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꿈을 가지고 끝까지 인내한다면 반드시 결실을 맺을 수 있습니다. 지금 제가 꾸는 꿈은 전 세계인들이 한국의 안동소주로 건배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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