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의 잠정 휴전으로 '글로벌 경제 파국'은 면했지만, 기름값은 전쟁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가긴 어려울 전망이다. 안타깝게도 값싼 에너지 시대는 저무는 형국이다. 이란은 휴전 기간에도 세계 핵심 에너지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을 쥐고, 하루 통과 선박 수를 10여 척으로 제한할 움직임이다. 그것도 통행료를 암호화폐나 중국 위안화로 내야 통과할 수 있다고 한다. 여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어제 이란과의 통행료를 공동 징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혀, '호르무즈 톨게이트' 설치를 기정사실로 하는 모양새다. 이는 국제법 위반을 넘어 국제 에너지 가격에 부담을 전가, 인플레이션 확산에 불을 지필 우려가 크다. 실제로 미국 에너지정보청은 올해 기름값 전망치를 21% 이상 상향 조정했다.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도 장기화할 조짐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어제 국민경제자문회의 1차 회의에서 "휴전했다고 하면서도 폭격이 있었다고 한다. 언제 정리가 될지 알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현 상황에 대한 엄중한 인식을 드러냈다. 이번 사태로 우리의 에너지 확보 체계의 취약성이 여실히 드러난 데다,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마저 더는 돈만 있다 해도 에너지를 원하는 만큼 사기 어려운 구조로 바뀌게 됐다. 그런데도 우리나라는 에너지 자급률이 낮지만, 국민 1인당 에너지 소비량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보다 높은 에너지 다소비 국가다. 이참에 에너지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민도 고유가 시대에 맞춰, 삶의 방식을 에너지 절약형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정부도 원전과 함께 태양광·풍력 등 지속 가능한 에너지 전환에 집중해야 한다. 이러려면 정부와 시민사회, 정치권의 합의, 협력이 전제돼야 한다. 특히 태양광 발전의 경우, 비교적 짧은 기간에 보급 확대 여지가 크다. 최근 가정용 태양광 보급에 주력하면, 최대 4.5GW 규모의 재생에너지를 확보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 전력량이면 330만 명이 1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규모다. 하지만 야당의 부정적인 인식, 주민 민원 등 풀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국민의힘은 이번 추경에 포함된 아파트 베란다 태양광 사업을 '부적절한 예산'이라며 정부의 재생에너지 정책에 발목을 잡기도 했다.
이제 에너지는 안보, 민생 경제에서 변수가 아니라 상수다.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망 확보는 물론, 에너지 구조를 자립형 체계로 전환하는 게 바로 국가 안보다. 원전과 함께 재생에너지 육성에 우리 모두 '한 뜻'으로 나아가야 하는 이유다.
윤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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