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화 스마트팜 1기 교육생 권용우씨가 봉화군 임대형 스마트팜 온실에서 딸기 육묘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황준오기자
"새벽 온실에 들어서면 잎 끝에 맺힌 작은 이슬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밤사이 환경이 적절했는지, 딸기가 편안하게 호흡했는지 확인하는 순간, 하루 농사가 시작됩니다."
지난 3월 개소한 봉화군 임대형 스마트팜에 4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입주한 청년농업인 권용우씨(31)는 요즘 가장 중요한 작업으로 '육묘'를 꼽는다. 내년 수확량을 좌우하는 첫 단계이자 농사의 방향을 결정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권 씨의 하루는 해가 뜨기 전 온실에서 시작된다. 온도와 습도, 일사량 등 밤사이 축적된 데이터를 확인하고 딸기 모주의 상태를 점검하는 것이 첫 일정이다. 이후에는 복합환경제어시스템을 통해 환경 조건을 조정하고 생육 단계에 맞춰 양액 공급을 설계한다. 자동화 설비가 갖춰진 스마트팜이지만 작물의 미세한 변화를 읽어내는 농업인의 감각 역시 여전히 중요하다.
그는 "스마트팜은 기술이 농사를 대신하는 구조가 아니라 데이터를 통해 농사의 정밀도를 높여주는 방식이다. 센서가 제공하는 수치를 바탕으로 작물의 스트레스를 최소화하고 최적의 생육 환경을 만드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권 씨가 스마트농업을 선택한 배경에는 기후 변화에 대한 문제의식이 자리한다. 부모가 과수 농사를 짓는 과정을 지켜보며 이상기후가 농업에 미치는 영향을 체감했기 때문이다. 폭우나 냉해 같은 변수 앞에서 농가의 1년 노력이 무너지는 현실은 청년 세대가 농업에 뛰어드는 데 큰 부담으로 작용해 왔다.
그는 "노지 농업은 하늘의 영향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지만 스마트팜은 환경을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안정성이 높다. 기후위기가 일상이 된 시대에 농업을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중요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딸기는 환경 변화에 민감한 작물로 꼽힌다. 온도와 습도, 일사량의 균형이 조금만 어긋나도 품질 차이가 발생한다. 권 씨는 낮 동안 광합성을 극대화하고 밤에는 에너지 소모를 줄일 수 있도록 주야간 온도 편차를 정밀하게 관리하는 데 가장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또 누적 일사량 데이터를 기반으로 양액 공급 횟수와 공급량을 조정하며 생육 균형을 유지한다. 경험에 의존하던 기존 방식과 달리 수치와 그래프를 기반으로 재배 전략을 세우는 것이 스마트팜 농업의 특징이다.
봉화군 임대형 스마트팜 시설 가운데 가장 만족스러운 부분으로는 복합환경제어시스템을 꼽았다. 자동화된 환경 제어 설비 덕분에 노동 시간을 줄이고 데이터 분석과 재배 기술 향상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권 씨는 "개인이 초기 투자로 구축하기 어려운 수준의 장비가 갖춰져 있어 청년 농업인이 기술 역량을 빠르게 축적할 수 있는 환경이다. 스마트팜은 단순한 생산 공간이 아니라 농업 창업을 준비하는 학습 공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임대 기간은 3년으로 제한돼 있다. 이후에는 독립적인 농장 운영을 준비해야 한다. 그는 현재 재배 기술뿐 아니라 수익 구조 분석, 시설 설계 계획 등 농장 경영 전반을 함께 준비하고 있다.
권 씨는 "이곳은 실전과 같은 준비 과정이다. 3년 동안 데이터를 축적해 실패 가능성을 줄이고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생산 구조를 갖춘 농장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고향인 봉화에서 농업을 시작한 이유에 대해 그는 지역 농업의 지속 가능성을 언급했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농촌에서 청년 농업인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청년들이 농업에 도전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해 준 지역의 지원이 큰 힘이 됐다. 1기 입주자로서 의미 있는 성과를 만들어 더 많은 청년들이 봉화를 선택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봉화군 임대형 스마트팜은 청년 농업인의 정착 가능성을 시험하는 정책 실험의 성격을 지닌다. 초기 투자 부담을 낮추고 기술 축적 기회를 제공해 농촌 인구 감소 문제를 완화하겠다는 취지다.
데이터 기반 농업이라는 새로운 방식이 지역에 안정적으로 뿌리내릴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이는 가운데 청년 농업인의 도전은 지역 농업의 미래 방향을 가늠하는 하나의 지표가 되고 있다.
권 씨는 "농업은 여전히 가능성이 큰 산업이다. 청년들이 지속적으로 유입되는 구조가 만들어진다면 봉화 농업의 미래도 충분히 밝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황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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