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t 1억4천만원 폴리에틸렌 2억5천만원까지 올라…실물경제는 이미 고물가 고통

  • 윤정혜·정지윤·이동현(경제)
  • |
  • 입력 2026-04-22 20:21  |  수정 2026-04-23 14:26  |  발행일 2026-04-22
석유제품 31.9% 급등, 외환위기 이후 최대 상승폭
나프타 68%·에틸렌 60% 상승, 원자재 가격 급등 영향
증동 전쟁 장기화가 전망되는 지난 4일 오후 대구 북구 주유소에서 한 시민이 주유를 하고 있다. <영남일보 DB>

증동 전쟁 장기화가 전망되는 지난 4일 오후 대구 북구 주유소에서 한 시민이 주유를 하고 있다. <영남일보 DB>

생산자물가지수가 가파른 상승세다. 7개월 연속 거침없이 올라 3월 상승폭은 4년여 만 최대치로 올랐다. 한국은행이 22일 공개한 '2026년 3월 생산자물가지수'를 살펴보면 생산자물가지수는 125.24로 한달 전보다 1.6% 올랐다. 2022년 4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직후(1.5%) 최고 상승률이다.


◆어디에서 얼마나 올랐나


생산자물가추이. 연합뉴스

생산자물가추이. 연합뉴스

생산자물가지수를 끌어올린 건 공산품이다. 중동 전쟁의 직접적 영향을 받은 품목은 석탄 및 석유제품이다. 3월 가격이 한달 사이 31.9% 급등했다. 화학제품도 6.7% 오르며 공산품 전체 물가를 끌어 올렸다. 석탄 및 석유제품은 외환위기 당시인 1997년 12월(57.7%)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공급난을 겪고 있는 나프타는 68.0% 올랐고, 에틸렌(60.5%)과 자일렌(33.5%), 경유(20.8%)도 직격탄을 맞았다. 여파는 반도체 관련 품목으로도 이어져 컴퓨터기억장치는 101.4% 폭증했고, D램(18.9%)도 상승을 나타냈다. 수입품까지 포함해 가격 변동을 측정하는 국내 공급물가지수는 2.3% 상승했다. 원재료(5.1%), 중간재(2.8%), 최종재(0.6%) 모두 올랐다. 총산출물가지수도 공산품(7.9%) 상승 영향으로 전월 대비 4.7% 상승했다.


소비자물가 급등도 각오해야 할 처지다. 생산자물가는 생산자가 시장에 공급하는 상품과 서비스 가격으로, 통상 1~3개월 정도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된다. 이미 3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18.80으로 전년 동월 대비 2.2% 상승했다.


특히 경유(17.0%)와 휘발유(8.0%)가 지수를 크게 끌어 올렸다. 이에 따라 공업제품은 2.7% 상승했다. 축산물(6.2%)과 수산물(4.4%)도 높은 상승세를 나타냈고, 전기·가스·수도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0.2% 올랐다. 한국은행 이문희 물가통계 팀장은 "생산자물가가 7개월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3월에도 큰 폭으로 오른 만큼 소비자물가에 상방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원자재값 급등에 실물경제는 시름중


중동 전쟁발 원재자 수급불안과 가격 급등으로 대구지역 중소 포장재 업계는 심각한 경영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포장재 핵심 원료인 폴리에틸렌(LDPE) 단가 폭등과 물량 확보도 더 어려워져 생존 기로에 내몰리고 있다. 22일 영남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비닐 포장재 주원료인 폴리에틸렌 가격은 지난 2월 kg당 1천400원에서 3월 1천600~1천700원, 4월 현재 2천200~2천300원까지 올랐다. 업계는 5월에도 단가가 추가 인상돼 kg당 2천500~2천600원까지 내다보고 있다.


통상 한 달 기준 150톤의 폴리에틸렌을 주문하는데, 100톤을 기준하면 1억4천만원 하던 원료 가격이 2억3천만원까지 올랐고, 다음달에는 2억5천만원을 상회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극심한 원료난과 단가 불안정으로 물량 주문이 들어와도 공장을 가동하지 못하는 사태까지 빚어지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비닐제품 생산업체 A사 장모 대표는 "사재기 등으로 주문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지만 일정도 원재료 물량도 맞출 수 없어 주문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플라스틱 용기 제조업체인 수주산업 등 관련 업계 상황도 암담하기는 마찬가지다. 업계에 따르면 원료 가격은 1월 kg당 1천500원에서 2~3월 2천100원을 거쳐 4월 2천200원까지 올랐다. 용기 제작에 쓰이는 페트(PET)는 수입산과 일부 국내 물량으로 구할 수 있지만, 비닐이나 라면 봉지 등에 쓰이는 PE·PP 원료는 구하기조차 어렵다는 설명이다. 수주산업 여상엽(37) 이사는 "턱없이 오른 원료비 인상분을 납품 단가에 오롯이 반영하지 못하면 아예 생산을 포기하는 편이 나은 수준"이라며 "제조업 특성상 부채를 안고 있는 기업이 많아 납품가 인상 불발로 인한 수익성 악화와 고정 이자 부담이 맞물리면 생존 자체가 위태롭다"고 설명했다.


섬유업계 역시 원부자재 가격 폭등과 물류비 부담까지 이중고다. 액상염료(20kg 기준) 단가는 1월 2천750원에서 4월 3천원대로, 같은 기간 블랙파우더는 kg당 3천800원에서 6천~6천500원으로 50~60% 치솟았다. 업체들은 재고 물량이 소진되는 5월부터는 대폭 인상된 원재료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할 처지다. 익명을 요구한 지역 섬유업계 관계자는 "고유가로 운송료를 비롯해 오르지 않은 것이 없어 업계가 매우 힘들다. 원가 인상분을 판매가에 적용해야 해 소비자 물가도 오를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분양가 또 오르나


철근·레미콘은 물론 방수·도장재 등 석유화학계 자재 의존도가 높은 건설업은 또 한번 공사비 인상이 불가피하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공사비 폭증 사태를 맞은 건설업은 중동 전쟁 충격이 장기간 지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민간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3월 말 기준 대구의 경우 3.3㎡당 2천988만원이다. 1년 전(1천935만원)보다 54% 높아진 상태다.


문제는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시공사와 정비사업 주체 간 빈번했던 공사비 갈등이 또 빚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달서구 상인동 송현주공3단지 재건축정비사업의 경우 2022년 시공사와 공사비 3천212억5천여만원에 계약을 체결했으나, 전쟁 이후 원재가 가격이 크게 올라 49% 공사비를 올린 바 있다. 이 과정에서 조합과 시공사 간 갈등이 고조됐다.


건설업은 철근·레미콘·아스콘과 같은 기초자재와 방수재, 도장재, 단열재 등 석유화학계 자재 의존도가 높은 산업으로, 장비 연료비와 운송비, 현장 운영비, 보험료까지 공사비에 반영되는 구조다. 석유화학과 유가 급등만 해도 공사비 인상 요인이 된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사정이 이렇자 HS화성 등 대구지역 건설사도 공사계약을 맺은 현장을 중심으로 자재 수급의 어려움과 원자재 인상 추이를 공지하고 사업주체와 상황을 공유하고 있다.


대구시 역시 최근 대구건설협회 등 업계와 긴급회의를 갖고, 후속조치로 지역 관급공사 발주처에 공문을 발송해 자재비 인상분에 대한 공사비 반영을 요청했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 박선구 연구실장은 "지금 당장 종전하더라도 고유가로 인한 경기 후행 효과가 건설업은에 장기간 이어지고, 특히 공사비 상승 압력은 지금부터 본격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자 이미지

윤정혜

기사 전체보기
기자 이미지

정지윤

영남일보 정지윤 기자입니다.
기사 전체보기
기자 이미지

이동현(경제)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경제인기뉴스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

영남일보TV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