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장에서 만난 사람] 메조소프라노 손정아 “강인한 여인부터 남자 역할까지…나름의 ‘특권’ 있죠”

  • 정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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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4-24 16:08  |  발행일 2026-04-24
■ 메조소프라노 손정아 수성아트피아 로비톡톡
어린 시절부터 남달랐던 음색…성악가 길 들어서
독일에서 첫 조우한 ‘카르멘’, 지난해 대구서도 연기
카르멘, ‘나쁜 여자’ 아닌 ‘강인한 여성’으로 해석해
여성 성악가가 남자 역을 맡는 ‘바지 역할’도 매력적
메조소프라노 손정아는 메조소프라노는 주변에 있을 법한 현실적인 캐릭터를 연기한다는 점이 큰 매력이라고 언급했다. 사진은 지난 23일 손정아 성악가가 수성아트피아 대극장 로비에서 로비톡톡 문화예술특강을 진행하는 모습. <수성아트피아 제공>

메조소프라노 손정아는 "메조소프라노는 주변에 있을 법한 현실적인 캐릭터를 연기한다는 점이 큰 매력"이라고 언급했다. 사진은 지난 23일 손정아 성악가가 수성아트피아 대극장 로비에서 '로비톡톡 문화예술특강'을 진행하는 모습. <수성아트피아 제공>

메조소프라노. 화려한 고음을 자랑하는 소프라노와 달리, 중후한 음색으로 무대의 중심을 담당하는 음역대다. 쉽게 말해 소프라노와 알토 사이의 중간, 악기로 따지자면 깊은 울림을 주는 첼로와 베이스처럼 무대에 결코 빠질 수 없는 중요한 위치에 있다.


다소 생소할 수 있는 메조소프라노로서 세계 무대를 누벼온 성악가 손정아가 지난 23일 오후 수성아트피아의 '로비톡톡 문화예술특강'에서 '내가 사랑한 오페라Ⅰ'를 주제로 강연을 했다.


손씨는 남달랐던 어린 시절 이야기로 포문을 열었다. 아이답지 않은 '굵은' 음색을 가졌던 그는 자연스레 메조소프라노의 길을 걷게 됐지만, 포지션 특성상 주역을 맡기란 쉽지 않았다. 그는 "찻잔, 고양이, 여우, 부엉이처럼 사물이나 동물 역할도 여러 번 맡았다"며 "하지만 일에 재미를 붙이고 오히려 다양한 역할을 체험하며, 점차 제가 가진 소리에 대한 확신과 자부심을 갖게 됐다"고 회상했다.


손정아 성악가는 오페라 카르멘에 대해 설명하며 나이가 들수록 카르멘이 다르게 다가온다. 기회가 된다면 또 다른 해석으로 무대에 서고 싶다고 전했다. 사진은 지난 23일 손정아 성악가가 수성아트피아 대극장 로비에서 카르멘 중 하바네라를 부르는 모습. <수성아트피아 제공>

손정아 성악가는 오페라 '카르멘'에 대해 설명하며 "나이가 들수록 카르멘이 다르게 다가온다. 기회가 된다면 또 다른 해석으로 무대에 서고 싶다"고 전했다. 사진은 지난 23일 손정아 성악가가 수성아트피아 대극장 로비에서 '카르멘' 중 '하바네라'를 부르는 모습. <수성아트피아 제공>

메조소프라노가 주역인 대표작은 비제의 오페라 '카르멘'이다. 손씨가 20대 중후반 독일에서 먼저 인연을 맺은 작품이기도 하다. "처음 카르멘을 맡았을 때는 나쁜 여자라고만 생각했어요. 어린 마음에 그저 테너보다 얼마나 더 소리를 크게 내고, 오케스트라 소리를 어떻게 뚫을 것인지와 같은 단순한 생각만 했었죠."


다시 '카르멘'을 만난 건 지난해 대구국제오페라축제 무대였다. 그는 "원작 소설을 다시 읽으면서 준비하다 보니, 과거에 얼마나 겁 없이 배역에 임했는지 깨달을 만큼 해석의 깊이가 달라졌다"고 전했다. "다시 마주한 카르멘은 멋있는 여자였죠. 당당하게 삶을 개척하고, 사랑 앞에서도 솔직한…. 매 순간 사명을 다해 살아가는 카르멘을 사랑하게 됐어요."


당시 연출자였던 이탈리아 출신의 카탈도 루쏘는 원작 소설에 집중해 죽음 앞에서도 돌진하는 강인한 여성을 표현하기를 요구했다. 극 중 마지막 대사 역시 "이런 사랑을 요구받을 바에 자유롭게 죽음을 선택하겠다"는 결연함을 담고 있다.


손씨는 "카르멘은 당시 유럽에서 천대받던 직업인 집시와 여공의 조건을 갖춘 여성 주인공이다. 그런 여인이 겁 없이 전진하며 운명을 겸허히 받아들이는 모습이 무척 매력적"이라며 "나이가 들수록 카르멘이 다르게 다가온다. 기회가 된다면 또 다른 해석으로 무대에 서고 싶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그가 가장 많이 맡았던 캐릭터는 푸치니의 오페라 '나비부인'의 하녀 '스즈키'다. 공연 내내 주역인 '초초상'의 곁을 지키는 헌신적인 역할이다. 그는 "언니나 할머니처럼 다양한 위치에서 초초상과 교감하며 많은 감정을 공유한다"며 "연기할 때마다 주인공보다 더 많이 울게 된다. 점차 이 여인의 삶을 이해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손정아 성악가는 오페라를 어렵게 느끼는 분들이 많지만, 전체적인 줄거리나 연출자의 의도를 미리 알고 가면 훨씬 즐겁게 관람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팁을 덧붙였다. 사진은 지난 23일 손정아 성악가가 수성아트피아 대극장 로비에서 로비톡톡 문화예술특강을 진행하는 모습. <수성아트피아 제공>

손정아 성악가는 "오페라를 어렵게 느끼는 분들이 많지만, 전체적인 줄거리나 연출자의 의도를 미리 알고 가면 훨씬 즐겁게 관람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팁을 덧붙였다. 사진은 지난 23일 손정아 성악가가 수성아트피아 대극장 로비에서 '로비톡톡 문화예술특강'을 진행하는 모습. <수성아트피아 제공>

메조소프라노의 '특권'으로는 '바지 역할(여성 성악가가 남성 역할을 맡는 것)'을 꼽았다. 모차르트 '피가로의 결혼'의 '케루비노', 훔퍼딩크 '헨젤과 그레텔'의 '헨젤', 오페레타 '박쥐'의 '오를로프스키 공작' 등이 대표적이다. 그는 "남자 역할을 소화하기 위해 독일에서 걷는 법과 자세는 물론 펜싱 수업까지 들었다"고 덧붙였다.


여전히 소프라노에 비해 조연에 머무는 경우가 많지만, 메조소프라노만의 현실적인 매력에 주목했다. 그는 "음역대를 떠난다면 탐나는 역할은 많다. 하지만 소프라노가 비현실적인 주인공을 주로 맡는다면, 메조소프라노는 주변에 있을 법한 현실적인 캐릭터를 연기한다는 점이 큰 매력"이라고 덧붙였다.


강연을 마무리하며 그는 대구를 '제2의 고향'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대구 출신은 아니지만, 귀국 후 살게 된 도시가 이곳"이라며 "좋은 공연장과 활발한 예술 활동이 넘쳐나 많은 문화적 혜택을 누리고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오페라를 어렵게 느끼는 분들이 많지만, 전체적인 줄거리나 연출자의 의도를 미리 알고 가면 훨씬 즐겁게 관람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람 팁도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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