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달서구 한 아파트 단지 관리사무소에 설치된 어린이집이 문을 닫았다. 김현목 기자
맞벌이 가정이 보편화되면서 보육은 선택이 아닌 필수 인프라로 자리 잡았다. 아이를 맡길 수 있는 보육환경의 질은 부모의 노동 지속 여부를 좌우한다. 이는 지역 정착과 인구 이동으로 도 이어진다. 보육 여건이 좋은 지역으로 사람이 몰리면 교육과 주거 등 사회 전반의 흐름도 달라진다. 재정과 인구 구조, 정책 대응 방식의 차이가 결국 서울과 지방의 격차를 만든다. 대구도 예외가 아니다. 서울과의 보육 격차는 아이들 성장 환경 차이로 이어지고, 결국 격차를 더 벌리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선생님 한 명에 아이 7명, 교실에서부터 시작되는 격차
대구 달서구 상인동에서 만 2세 자녀를 키우는 학부모 이진희(가명·여·40)는 매일 아침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는 일이 편치 않다. 1세까지는 교사 1명이 5명을 돌봤지만, 올해 3월 신학기부터 7명으로 늘었다. 이씨는 "배변이나 식사를 완전히 혼자 하기 아직 어려운 나이"라며 "교사 한 명이 7명을 돌보는 건 물리적으로 불가능해 보인다"고 했다. 이어 "아이에게 충분히 신경을 못 써주는 것 같아 늘 미안하다. 선생님에게도 과도한 부담을 주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고 털어놨다.
현장 어린이집 교사들은 돌봐야 할 아이가 늘어나는 현 상황을 '돌봄 방식 붕괴'로까지 받아들인다. 아이 수가 늘어나는 순간 개별 상호작용은 줄고, 돌봄은 순차 처리 중심으로 바뀌기 때문이다. 보육 교사 박신영(가명·여·38·달서구 도원동)는 "같은 나이라도 발달 정도는 천차만별"이라며 "순간순간 한계를 느낄 때가 적지 않다. 내가 아이들을 제대로 돌보고 있는지에 대한 고민도 많다"고 말했다.
현재 법정 교사 1인당 아동수는 만으로 0세 3명, 1세 5명, 2세 7명, 3세 15명이다.
계명대 김은혜 교수(유아교육과)는 이러한 문제가 특정 연령대에 국한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김 교수는 "정원이 3명인 0세반의 경우, 아이들이 아직 자유롭게 움직이기 어려운 시기"라며 "교사가 양팔에 한 명씩 안으면 두 명인데, 세 번째 아이는 어떻게 하느냐는 이야기가 현장에서도 흘러나온다"고 했다. 또 "교사 대 아동 비율은 보육의 질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라며 "이 비율이 높아질수록 개별 상호작용은 줄어들 수밖에 없고 돌봄 질도 떨어진다"고 덧붙였다.
요즘 학부모들 요구는 훨씬 정교해졌고, 발달 특성이 다양한 아이들도 늘고 있다. 이에 대한 고민도 함께 있어야 한다. 김 교수는 "현재 기준은 교사 한 명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의 부담을 주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지금은 찾아보기 힘든 아파트 세대를 활용한 가정어린집. 김현목 기자
◆저출산 직격탄, 어린이집과 아이 모두 줄었지만 돌봄은 더 어려워져
대구시에 확인결과, 지역 어린이집 수는 2020년 1천323곳에서 2026년 997곳으로 24.6% 감소했다. 시설 감소 속도도 빠르지만 더 큰 문제는 수요 감소와 운영 구조가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2026년 3월 기준 정원은 5만1천465명이지만 실제 이용 아동은 2만9천55명으로 충원율은 56.4%에 머물렀다. 겉으로 보면 여유가 있어 보이지만, 실제 상황은 녹록지 않다.
경북대 임민정 교수(아동학부)는 "정원이 채워지지 않으면 수입이 줄고, 결국 이는 인건비 부담으로 이어진다"며 "교사를 줄이기 어렵지만 늘리기는 더 어렵다"고 했다.
보육 현장에서는 교사 대 아동 비율을 낮춰달라는 요구가 이어지고 있지만, 재정 지원 없이 이를 강제하기는 어려운 구조다.
교사 노동 강도도 중요한 변수다. 임 교수는 "현재 연장보육 체계로 근무 시간이 길어졌다"며 "이 상태에서 인력 보충 없이 법정 기준 아이 수를 감당하면 교사 소진이 빨라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교사당 아동 수를 줄이는 문제는 단순한 숫자 조정이 아니라, 교사 수급과 근무 체계 개선이 함께 이뤄져야 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대구와 서울의 보육 격차.<인포그래픽=생성형 AI>
◆서울 줄었지만 더 좋아졌다
서울도 저출생 문제에서 결코 자유롭지 않다. 그러나 대응 방식은 대구와 달랐다. 서울 어린이집은 2021년 5천229곳에서 2026년 3천700여 곳으로 줄었다. 5년 만에 30%가 문을 닫았다. 하지만 서울시는 이를 '축소'가 아닌 '재편'의 기회로 활용했다.
서울시와 기초자치단체는 2021년부터 자체 예산을 투입, 교사 대 아동 비율을 법정 기준보다 낮추는 정책을 추진했다. 만 0~2세는 각각 1명, 3세는 기존 15명→ 10명 수준으로 줄였다. 사업 참여 반도 2021년 110개에서 올해 약 3천개 반으로 확대됐다. 관련 예산은 올해 952억원이 투입됐다. 서울시는 아동 비율 감소를 통해 안전사고 감소, 상호작용 질 향상, 교사 처우 개선, 학부모 신뢰도 상승 등의 효과를 거둔 것으로 보고 있다.
계명대 김은혜 교수는 "인건비 지원을 통해 교사 수가 늘어난 어린이집은 만족도가 매우 높다"며 "교사 한 명이 늘어난다는 건 아이 한 명에게 쓸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난다는 의미"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 차이는 아이 발달과 안전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고 부연했다.
◆대구 재정 한계 속 '국가 의존 구조'
대구 등 대부분 광역 지자체는 재정적 여력이 부족한 상태다. 인천·부산 등 일부 지역도 과거 서울과 유사한 사업을 시행했지만, 현재는 상황이 달라졌다.
대구시 정선애 출산보육과장은 "서울은 2021년부터 자체 재정을 투입해 교사 대 아동 비율 개선을 추진해 왔고, 인천과 부산 등도 시행한 바 있다"며 "다만, 올해부터 국가 인건비 지원이 시작되면서 지자체 사업은 대부분 국가 사업으로 전환된 상태"라고 말했다. 대구의 경우, 재정 여건상 별도 추가 지원을 하기 어려워 국가 기준에 맞춰 운영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도 전했다.
결국 서울은 자체 재정을 추가 투입해 보육환경을 개선했지만, 다른 지역은 국가 기준에 머무르는 구조가 형성된 셈이다.
문제는 이러한 격차가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김은혜 교수는 "보육의 질은 교사의 헌신만으로 유지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며 "교사 한 명이 감당해야 하는 아이 수를 줄이지 않는 이상 근본적 개선은 어렵다"고 지적했다.
임민정 교수도 "보육은 노동집약적인 서비스이기 때문에 결국 사람을 늘리지 않으면 질을 유지하기 어렵다"며 "재정 투입 수준에 따라 지역 간 격차는 불가피하게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 격차가 누적되면 보육 환경 자체가 인구 이동을 좌우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보육의 질을 높이는 교사 대 아동 비율 개선은 지자체 재정 여건이 아닌 국가가 책임져야 할 영역이라는 의견이 공통적으로 제시됐다.
김 교수는 "교사 대 아동 비율이 지역에 따라 사실상 다르게 작동하는 구조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최소한의 보육 질을 보장하는 기준은 국가가 재정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현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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