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인터뷰] 6인실 없애고 4인실로…대구파티마병원 김병호 의무원장이 말하는 ‘진짜 환자 중심’

  • 강승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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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5-10 16:15  |  수정 2026-05-10 19:22  |  발행일 2026-05-10
툿찡 수녀회 ‘치유 씨앗’…전쟁터에서 대구의 거목이 되기까지
‘나보다 남을 낫게’…6인실 폐지 결단 뒤에 숨은 ‘나눔 경영’ 정수
지역 완결형 의료 중심…100년 향한 ‘스마트 의료’와 ‘필수의료’ 조화
개원 70주년을 맞은 대구파티마병원의 과거를 되짚고 미래 비전을 밝히는 김병호 의무원장. 영남일보 DB

개원 70주년을 맞은 대구파티마병원의 과거를 되짚고 미래 비전을 밝히는 김병호 의무원장. 영남일보 DB

대구파티마병원의 70년은 전쟁의 폐허 위에서 툿찡 포교 베네딕도 수녀회가 뿌린 '치유의 씨앗'이 지역 의료의 거목으로 성장해온 인(仁)의 기록이다. 보릿고개 시절부터 팬데믹의 위기까지 대구 시민의 곁을 지켜온 병원은 이제 지역 의료의 든든한 '허리'를 넘어 새로운 100년의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이 전환점의 중심에는 28년간 현장을 지켜온 김병호 의무원장이 있다. 평전문의로 시작해 의무원장에 이르기까지 병원의 격변기를 함께해온 그는 가톨릭 영성과 첨단 의학이 조화를 이루는 '인간 중심 의료'의 산증인이다. 개원 70주년을 맞아 병원의 역사적 소명과 미래 비전, 그리고 의료계 현안에 대한 그의 깊이 있는 통찰을 들어 봤다.


◆황무지에서 피어난 '치유의 빛'


대구파티마병원의 뿌리는 1925년 북한 원산에서 독일 수녀 4명이 세운 작은 시약소로 거슬러 올라간다. 전쟁의 풍파를 겪으며 남하한 수녀들이 1956년 대구 동구에 터를 잡은 것이 오늘날 대구파티마병원의 시작이다. 당시 대구는 전쟁 직후의 참혹함이 가시지 않은, 그야말로 의료의 황무지였다.


김 의무원장은 "그 시절, 대구는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로 가득했다"며 "병원의 정체성은 그때부터 '가난하고 소외된 자를 돕는다'는 이념에 고정돼 있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임용 후 28년 동안 삶의 방향이 병원 미션과 일치했기에 흔들림 없이 이 길을 걸어올 수 있었다. 70주년은 단순한 숫자를 넘어 과거의 헌신을 기억하고 앞으로의 100년을 준비하는 엄숙한 전환점"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수익'보다 '인간의 존엄'


최근 대구파티마병원은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통해 기존 6인실을 모두 4인실로 전환하는 파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병원 경영 측면에서 병상 수가 줄어드는 것은 수익 감소와 직결되지만, 김 의무원장의 판단은 확고했다.


그는 "6인실에 보호자들까지 섞여 12명이 좁은 공간에서 부대끼는 환경은 환자 인권과 치료 효율 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며 "수익이 조금 줄더라도 환자가 쾌적하고 인간적인 대우를 받는 환경을 만드는 것, 그것이 우리 병원이 추구하는 본질"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환자 제일주의'는 객관적인 지표로도 증명됐다.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환자경험평가'에서 종합병원 부문 전국 1위를 차지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외래 동선을 환자의 직관에 맞게 재설계하고, 각 구역을 넘버링하여 환자의 피로도를 낮추는 한편, 회진 종료 알림 서비스를 도입하는 등 시스템 전반을 환자 중심으로 재편했다.


◆'나눔'으로 실천하는 생명 수호


파티마병원은 가톨릭 영성을 바탕으로 '축적'이 아닌 '나눔'의 경영을 실천한다. 원내 자선단체인 '파티마성모자선회'를 별도 법인으로 분리해 기금을 조성하고,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암 환자나 심장 질환자들에게 고난도 치료비를 지원한다. 국내 이주노동자들을 위한 건강검진 등 의료 사각지대 해소와 몽골, 캄보디아를 잇는 해외 의료봉사 역시 병원의 일상적인 책무다.


특히 의료계 기피 분야로 꼽히는 산부인과와 소아청소년과를 끝까지 지켜내고 있는 점은 지역 사회에서 높게 평가받는다. 김 의무원장은 "가톨릭 교리에 따라 인위적인 낙태나 불임 시술은 배제하지만, 대신 고위험 산모와 분만 중심의 진료를 통해 생명의 탄생을 가장 성스럽게 수호하고 있다"며 "수익성만 따졌다면 포기했을 필수의료 분야를 유지하는 원동력은 결국 '치유 사도직'이라는 확고한 사명감"이라고 강조했다.


개원 70주년을 맞은 대구파티마병원의 과거를 되짚고 미래 비전을 밝히는 김병호 의무원장. 영남일보 DB

개원 70주년을 맞은 대구파티마병원의 과거를 되짚고 미래 비전을 밝히는 김병호 의무원장. 영남일보 DB

◆첨단 장비로 완성하는 '양질의 진료'


전통을 고수하면서도 기술적 혁신에는 거침이 없다. 최근 도입한 최첨단 방사선 암 치료기 '트루빔(TrueBeam) 4.1'은 고정밀 치료가 가능해 수도권 대형병원으로 향하던 지역 암 환자들에게 큰 희망이 되고 있다. 또한, 오는 6월 도입 예정인 '다빈치 5' 로봇 수술 시스템은 최소 침습 수술의 정밀도를 극대화하여 환자의 빠른 회복과 삶의 질 향상을 도울 전망이다.


김 의무원장은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의 안정성에도 공을 들였다. '전산 마비는 곧 진료 중단을 의미한다'는 지론에 따라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전산 시스템 이중화를 완료했다. 비행기 엔진이 두 개인 것처럼, 한쪽 시스템에 문제가 생겨도 즉시 다른 쪽이 가동되어 진료의 연속성을 보장하는 인프라를 구축한 것이다. 이러한 과감한 투자는 환자 생명을 다루는 현장에서 '안전'만큼은 결코 양보할 수 없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지역 의료의 든든한 '완결점'


대구파티마병원은 상급종합병원은 아니지만, 그에 준하는 진료 역량을 갖춘 '포괄 2차 종합병원'이다. 대학병원만큼 복잡한 중증 질환을 다루면서도 지역 의료진을 양성하는 수련병원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한다. 특히 파티마에서 수련받은 전공의들이 대구·경북 지역에 정착하는 비율이 매우 높다는 점은 병원의 큰 자부심이다. 이는 서울로 쏠리는 의료 현상을 막고 지역 내 의료 완결성을 높이는 핵심적인 동력이 된다.


김 의무원장은 구성원들에게 늘 "나보다 남을 낫게 여기는 마음"을 강조한다. 환자를 단순한 피치료자가 아니라, 병원 밖에서는 누군가의 귀한 부모이자 사회의 일꾼이었음을 기억하자는 뜻이다.


그는 "70년 동안 대구 시민들이 보내주신 '파티마는 믿고 간다'는 신뢰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자산"이라며 "100년이 흘러도 지역민이 가장 아프고 절박한 순간에 가장 먼저 떠올리는 따뜻한 병원, 그리고 지역 필수의료를 끝까지 책임지는 든든한 동반자로 남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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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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