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 뛰고 떠들어야 아이지

  • 이찬희 법무법인 율촌 고문·전 대한변호사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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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5-17 14:44  |  발행일 2026-05-18
이찬희 법무법인 율촌 고문·전 대한변호사협회장

이찬희 법무법인 율촌 고문·전 대한변호사협회장

아들만 둘 있다. 우스갯소리로 '목메달'이다. 애교는 커녕 사고나 치지 않으면 다행일 정도로 키우기 어렵기 때문에 생긴 말일 것이다. 오죽하면 골프에서도 드라이버는 아들과 같아서 살아만 있으면 된다는 농담이 있을 정도다. 이런 중에 딸 열이 부럽지 않은 아들 둘을 두어서 행복하다. 팔불출 같겠지만 건강하고 올바르게 자라준 두 아들이 자랑스럽다.


아침에 아버지보다 먼저 나가면서 안방 문을 열고 다녀오겠다는 인사를 한다. 늦은 밤 한잔하고 현관문을 들어서면 득달같이 함께 나와 반갑게 맞아준다. 휴일에 외식하자거나 휴가 때 여행 가자면 아무 불평 없이 동행한다. 바쁘다는 핑계로 늘 대화가 부족한 아버지이지만 이처럼 살가운 아들들을 두게 된 것은 어린 시절 마음껏 뛰어놀게 한 덕분인 듯하다.


20여 년 전쯤 아파트 맨 꼭대기 층에 살았다. 야근과 휴식으로 늦은 귀가가 일상이던 어느 밤이었다. 막 닫히려던 엘리베이터를 간신히 타게 되었는데 안에 우리 동네 구청장이 계셨다. 가볍게 목례를 나누고 보니 바로 아래층 버튼이 눌려있기에, "저희 집에 아들만 둘 있는데 혹시라도 쿵쾅거리면 언제든지 편하게 말씀하십시오"라고 인사를 건네자, 감사하게도 "아이들이 다 그렇지요. 신경 전혀 안 쓰니 마음껏 뛰어놀라고 하세요"라고 화답한다.


몇 달 후 늦은 저녁, 엘리베이터 안에서 다시 그를 만났다. 혹시나 해서 "저희 아이들이 너무 소란스럽게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라고 운을 떼자, "아주 건강들은 합디다"라면서 껄껄 웃는다. 몇 번이나 뛰어 올라왔을 상황인데 유권자라 참아준 것 같아 너무 미안했다.


얼마 후 우리는 현재 살고 있는 아파트 1층으로 이사를 했다. 층간 소음으로 아래층에 폐 끼치는 것도 미안하고, 아이들을 뛰놀지 못하게 막는 것도 싫어서였다. 이후 우리 집은 동네 아이들의 놀이터가 되었다. 마음껏 뛰어놀고 떠들면서 친구의 소중함을 느끼고 세상이 함께 사는 곳이라는 것을 배우면서 자연스럽게 부모를 공경하고 타인을 배려하며 밝게 성장하였다.


이번 어린이날을 맞이하여, 개혁신당 천하람 의원이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 등에서 교육·놀이 활동 중 발생하는 소리를 '소음'이나 '인근 소란'에서 원천 제외하는 소음·진동관리법과 경범죄 처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지난해 학교 운동장 소음이라며 경찰에 접수된 신고가 350건이고, 이중 99%에 가까운 345건이나 출동한 현실에 비추어 볼 때 가장 큰 어린이날 선물이 될 만큼 시의적절한 입법이다.


인근 주민들의 휴식권도 보호해야 하지만, 아이들의 운동회나 쉬는 시간 체육활동은 절대적으로 보장하여야 한다.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라는 말처럼 아이들은 마음껏 뛰어놀아야 한다.


아이들의 깔깔거리는 웃음소리와 힘찬 함성이 사라진 사회는 심장의 박동이 희미해지는 신체와 같다. 아이들을 핸드폰이나 컴퓨터 모니터 앞에서 조용히 혼자만의 세상 속에서 살게 만드는 사회는 죽어가게 된다. 뛰고 떠들면서 친구들과 소통하며 성장하는 아이들이 우리의 희망찬 미래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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