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룡사 전경 <석현철 기자>
반룡사 일주문 <석현철 기자>
반룡사 전경 <석현철 기자>
반용사 주지 중현 스님 <석현철 기자>
경북 고령군 미숭산 자락에 자리한 반룡사는 산사의 고요함 속에서도 묘한 생명력을 품고 있었다. 일주문 너머로 범종 소리가 울리고, 산새 소리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은 오래된 시간의 결을 조용히 흔들었다. 신라 애장왕 3년인 802년에 창건된 것으로 전해지는 반룡사는 천년이 넘는 세월 동안 대가야의 역사와 함께 지역민들의 삶을 지켜온 수행 도량이다.
반룡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웅장한 일주문이다. 하나의 기둥으로 이어진 문은 불교에서 모든 존재가 결국 하나로 통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반룡사 주지 중현 스님은 "일주문을 지나며 사람들은 잠시 세상의 번잡함을 내려놓게 된다"며 "수행은 특별한 사람이 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데서 시작된다"고 말했다.
반룡사는 단순한 산사가 아니다. 이곳에는 고령 지역의 역사와 대가야의 정신이 깊게 배어 있다. 미숭산은 오래전부터 지역을 지켜주는 영산으로 여겨졌고, 반룡사는 그 중심에서 공동체의 안녕과 평안을 기원해왔다. 특히 사찰 곳곳에는 '용의 기운'과 '대가야 정신'을 상징하는 요소들이 남아 있다. 중현 스님은 "대가야는 단순한 옛 왕국이 아니라 공동체와 예를 중요하게 여긴 정신문화의 상징"이라며 "반룡사 역시 그 정신을 오늘의 삶 속에서 이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중현 스님의 수행 철학은 다소 현실적이다. 산속에 홀로 머무르며 깨달음을 추구하는 전통적인 수행관보다는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실천 수행에 더 큰 의미를 두고 있다. 그는 "불교는 결국 사람을 위한 종교"라며 "굶는 사람이 있으면 함께 밥을 나누고, 외로운 사람이 있으면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 역시 수행"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반룡사는 지역사회를 위한 다양한 나눔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무료 급식과 지역 봉사활동은 물론 청소년들을 위한 인성 교육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스님은 "요즘 아이들은 경쟁 속에서 너무 빨리 지쳐간다"며 "남을 이기는 것보다 자신을 바르게 세우는 힘을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종교계 역시 급격한 사회 변화 속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젊은 세대의 종교 이탈 현상과 공동체 해체, 개인주의 심화는 불교계에도 큰 고민거리다. 그러나 종현 스님은 오히려 이런 시대일수록 불교의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고 말한다.
"사람들이 불안한 이유는 쉼이 없기 때문입니다. 비교하고 경쟁하며 끊임없이 자신을 몰아붙이죠. 절은 그런 마음을 잠시 내려놓고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합니다."
그의 말처럼 반룡사에는 유난히 '쉼'의 분위기가 짙게 흐른다. 대웅전 마루 끝에 앉으면 미숭산 능선이 한눈에 들어오고, 오래된 풍경 소리는 마음의 속도를 천천히 늦춰준다. 도시의 화려함도, 거대한 관광 시설도 없지만 반룡사에는 사람을 편안하게 만드는 묘한 힘이 있다.
중현 스님은 "수행은 산속에서만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며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며 자신의 욕심을 내려놓는 과정 자체가 수행"이라고 말했다. 이어 "반룡사가 앞으로도 지역민들의 마음을 품어주는 공간으로 남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석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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