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치매와 걷기

  • 윤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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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5-28 06:23  |  발행일 2026-05-28

치매는 암보다 무섭다고들 한다. 암은 몸을 공격하지만, 치매는 '나'라는 존재를 지워버리기 때문이다. 당사자도, 가족도 고통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마땅한 치료제조차 없다. 발병 원인이 복잡한 데다 약물이 뇌혈관 장벽을 뚫기가 까다로워, 임상시험은 열이면 아홉이 실패로 돌아간다. 결국, 지금으로선 예방이 거의 유일한 무기다. 그런데 최근 하버드대(大) 연구진이 꽤 반가운 소식을 들고 왔다. 치매를 막는 방법이 헬스장 등록도, 고가의 영양제도 아닌, 그냥 '걷기'라는 것이다. 연구의 핵심은 이렇다. 치매 고위험군조차 꾸준히 걸으면 인지 기능 저하 속도를 평균 7년이나 늦출 수 있다. 그것도 특별한 장비 하나 없이, 걷기 하나로.


구체적으로는 하루 5천~7천 보 정도면 충분하다. 알츠하이머의 주범으로 꼽히는 아밀로이드 베타, 즉 뇌 속에 서서히 쌓이는 독성 단백질의 축적을 의미 있는 수준으로 억제할 수 있다고 한다. 걸을 때마다 뇌에 산소와 영양이 원활히 공급되고, 각종 호르몬과 신경전달물질이 분비되면서 뇌가 자신을 지키는 방어막을 두텁게 쌓아가는 셈이다. 운동이 뇌 건강에 좋다는 이야기는 상식처럼 통용됐지만, 이번 연구는 그 구체적인 과학적 연결고리를 명확히 밝혀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렇다고 매일 만 보를 채우겠다며 무릎을 혹사할 필요는 없다. 연구진은 하루 7천500 보를 넘기면 추가적인 효과는 미미하다는 사실도 함께 확인했다. 욕심보다는 꾸준함이 관건이다. 매일 조금씩, 꾸준하게 걷는 것. 그것이 지금 우리가 뇌에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선물이다. 치매가 두렵다면, 지금 당장 신발 끈을 묶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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