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어린이에게 희망을①] 화재로 집 잃은 13세 준현이 “가족 다함께 한 방에 눕고 싶어요”

  • 최시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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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5-31 18:22  |  수정 2026-06-01 09:00  |  발행일 2026-05-31
이사 일주일 만에 발생한 화재로 집 전소, 가족 뿔뿔이 흩어져
집단폭행·아동학대 이어 덮친 화마, 트라우마 시달리는 준현이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대구지역본부와 함께 복지 사각지대 아동들을 위한 '어린이에게 희망을' 캠페인을 이어간 영남일보가 올 5월부터 새로운 콘텐츠를 선보인다. 이번 캠페인은 지역 내 위기 아동을 보다 신속하게 구조하기 위한 '특별·긴급지원 캠페인' 체제로 전개된다. 특히, 의료·주거·학습 등 생존과 성장의 기본 권리마저 위협받는 저소득 계층 위기 아동의 사례를 집중 조명한다.


이사 일주일만에 화재로 집을 잃은 13세 준현이

집에 화재가 발생해 엄마와 떨어진 채 친할머니댁에서 생활하고 있는 준현이(가명)가 수리 중인 집을 둘러보고 있다.
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집에 화재가 발생해 엄마와 떨어진 채 친할머니댁에서 생활하고 있는 준현이(가명)가 수리 중인 집을 둘러보고 있다. 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이게 1개월에 10만원이 넘어 비싸니 수영장에 다시 안 가도 괜찮습니다."


좋아하던 수영을 왜 다시 하지 않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준현이(가명·13)는 한참을 망설이다 결국 돈 이야기를 꺼냈다. 내년이면 중학생이 되는 나이, 한창 갖고 싶은 것도 하고 싶은 것도 많을 때지만 준현이의 시선은 늘 엄마의 지갑과 가난한 현실에 묶여 있다. 최근 겪은 대형화재와 연이은 불행은 준현이의 작은 어깨를 더욱 무겁게 짓누르고 있다.


◆ 폭력과 화재, 트라우마에 갇힌 일상


준현이네 가족에게 비극이 덮친 것은 대구 동구 한 아파트로 이사한 지 고작 일주일 만이었다. 평소 엄마에게 짐이 되기 싫어 수영장에 다니고 싶다는 말조차 수십 번 고민한 끝에 꺼냈던 준현이다. 엄마가 그 소원을 들어주려 이혼한 아빠를 만나러 나간 사이, 이유 모를 폭발과 함께 불길이 치솟았다. 준현이와 형(16)은 옷가지와 신발조차 제대로 챙기지 못한 채 맨발로 겨우 탈출했다.


집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전소됐다. 화재가 남긴 상처는 가혹했다. 당장 머물 곳이 없어진 가족은 결국 서로 떨어져 지내는 길을 택했다. 준현이와 형은 동구 검사동에 있는 친할머니 집으로 보내졌다. 엄마는 남구 송현동에 있는 비좁은 월세 원룸방에 홀로 머물고 있다. 갑작스러운 환경 변화와 눈치가 보이는 생활 탓인지 아이들은 할머니 집에서 밥조차 제대로 넘기지 못하고 있다.


사실 준현이가 마주한 세상은 화재 이전부터 이미 폭력으로 얼룩져 있었다. 준현이는 지난 2024년, 지하철역 화장실에서 동급생 무리에게 집단 폭행을 당했다. 당시 충격으로 뇌 수술까지 받아야 했다. 지난해엔 아파트 놀이터에서 일면식 없는 성인 여성에게 멱살을 잡히고 밀쳐져 미끄럼틀 모서리에 머리를 찧는 아동학대를 당하기도 했다.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에 닥친 화재에 준현이는 깊은 정신적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 준현이는 지금도 전기장판이나 선풍기 같은 가전제품만 보면 불이 날까 봐 기겁을 한다. 밤마다 바깥 소음에 놀라 잠을 깨며 불안감에 시달리기도 한다.


◆ 한계에 닿은 경제·신체적 상황


준현이네 가족의 경제·신체적 상황은 한계에 다다랐다. 엄마는 심각한 우울증과 공황장애로 입원을 권유받을 정도다. 최근에는 혈소판 수치가 급감하고 백혈구 기형이 발견되는 등 원인 모를 중증 혈액 질환까지 겹쳐 매일 한 움큼의 약으로 버티고 있다. 기초생활수급비로 나오는 지원금은 월세와 약값, 각종 요금과 대출 이자를 내고 나면 단돈 1원도 남지 않는 형편이다.


화재가 난 집주인은 6천만원에 달하는 건물 복구비와 내부 집기류, 대여 가전제품들의 변상을 요구하고 있다. 이미 전 남편의 도박 채무로 인해 신용불량자가 된 엄마의 능력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금액이다.


이런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아는 준현이는 철저하게 마음을 숨기고 있다. 생일 선물로 갖고 싶은 게 없냐는 물음에도 준현이는 엄마에게 "원하는 게 없다"고만 답했다. 중학교 입학 후 공부를 도와줄 코칭 선생님과 동아리 활동을 지원해 준다는 말에도 기뻐하기보다 "돈이 얼마나 드느냐"는 걱정부터 앞세운다.


무엇이 가장 하고 싶으냐 묻자 준현이는 "엄마, 형과 다함께 살 수 있게 집이 빨리 고쳐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준현이 엄마는 "아이들이 차라리 떼를 쓰며 싸우는 게 낫지, 말끝마다 돈 걱정을 하며 눈치를 보고 철든 모습을 볼 때마다 가슴이 턱 막히고 미안해 죽겠다"며 눈물을 훔쳤다.


무너진 집을 고치고 다시 세 모자가 한 방에서 복작거리며 사는 것, 그것이 현재 이 가족의 유일한 꿈이다. 준현이가 다시 마음 편히 천장 대신 앞을 바라보고 환하게 웃을 수 있도록 지역사회의 따뜻한 관심과 손길이 절실하다.


▶ 후원금 모금계좌 : 기업은행 035-100411-01-431 초록우산어린이재단


▶ 후원문의(기부금영수증 발행 등) : 초록우산 대구지역본부 053-756-97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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