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르포]반려견 수혈 수요 느는데 혈액망은 취약…피 한 팩이 귀한 ‘반려견 헌혈센터’ 가보니

  • 구경모(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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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5-31 18:24  |  수정 2026-05-31 20:41  |  발행일 2026-05-31
반려견 힘들면 멈춘다 건강·당일 컨디션 우선
‘귀한 피’ …응급수술·빈혈 치료 등 활용
대구경북 반려동물 29만9천63마리
중증·응급 진료 속 헌혈 필요성 커져
권역 단위 헌혈 거점 경북대 유일
지난 29일 오전 대구 북구 대현동 경북대 수의과대학 부속동물병원 KNU 아임도그너 헌혈센터를 찾은 골든리트리버 하늘이(3·오른쪽)와 보호자 박선영(45)씨. 구경모기자 kk0906@yeongnam.com

지난 29일 오전 대구 북구 대현동 경북대 수의과대학 부속동물병원 'KNU 아임도그너 헌혈센터'를 찾은 골든리트리버 '하늘이(3·오른쪽)'와 보호자 박선영(45)씨. 구경모기자 kk0906@yeongnam.com

반려견에게도 '혈액' 한 팩이 생사를 가르는 순간이 있다. 사고로 인한 응급수술, 빈혈, 종양 치료 과정에서 수혈이 필요한 반려견에게 '피' 한 방울은 생사를 가르는 목숨줄과도 같다. 동료 반려견에게 혈액을 공급해 소중한 생명을 구하는 '숨겨진 영웅', 우리는 그들을 '헌혈견'이라 부른다. 영남일보가 전국 두 번째이자, 비수도권 첫 반려견 헌혈 전문기관인 '경북대 수의과대학 부속동물병원 KNU 아임도그너 센터'를 직접 찾아 헌혈견의 하루를 쫓아가 봤다.


진료실 들어선 헌혈견…반려견 안전이 '최우선'

29일 오전 골든리트리버 하늘이와 보호자가 의료진으로부터 반려견 헌혈 절차와 주의사항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구경모기자 kk0906@yeongnam.com

29일 오전 골든리트리버 '하늘이'와 보호자가 의료진으로부터 반려견 헌혈 절차와 주의사항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구경모기자 kk0906@yeongnam.com

지난 29일 오전 9시쯤 대구 북구 대현동 경북대 수의과대학 부속동물병원 'KNU 아임도그너 헌혈센터(이하 아임도그너 센터)'. 보호자 박선영(여·45)씨가 반려견 '하늘이(3·골든리트리버·)'를 데리고 진료실로 들어섰다. 하늘이가 아임도그너 센터를 찾은 목적은 간단하다. 헌혈을 통해 위급한 상황에 놓인 동료 반려견에게 필요한 혈액을 나눠 주기 위해서다.


마침 이날은 센터에서 격주(금요일)에 한 번씩 진행하는 '반려견 헌혈의 날'이었다. 2024년 10월 센터가 문을 연 이래, 현재 등록된 헌혈견(올해 3월 기준)은 총 57마리. 이중 29마리가 실제 헌혈에 참여했다. 총 33회 헌혈로 확보한 혈액은 약 8ℓ다. 일부 혈액은 대구지역 동물병원 치료에도 공유되고 있다.


본격적인 헌혈에 앞서 의료진은 하늘이의 체중과 컨디션, 감염성 질환 여부 등 기본 검사를 진행했다. 건강 상태와 성향, 당일 컨디션까지 종합적으로 살핀 뒤 헌혈 가능 여부가 결정돼서다. 아임도그너 센터 고상호 수의사는 "반려견 헌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이다. 필요한 경우 진정제를 먹인 뒤 헌혈을 진행하기도 하지만, 반려견이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강행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경북대 수의과대학 부속동물병원 KNU 아임도그너 헌혈센터 채혈실 내부. 구경모기자 kk0906@yeongnam.com

경북대 수의과대학 부속동물병원 'KNU 아임도그너 헌혈센터' 채혈실 내부. 구경모기자 kk0906@yeongnam.com

이날 하늘이는 헌혈 전 검사를 거친 뒤 채혈실로 들어갔다. 하지만, 1시간가량이 지나도 긴장이 쉽게 풀리지 않았다. 의료진과 보호자는 곧바로 채혈을 진행하지 않았다. 하늘이는 보호자와 함께 병원 밖을 산책하며 안정을 취한 뒤 다시 진료실로 돌아왔다. 그러나 긴장 상태가 이어지면서 결국 '첫 헌혈'은 다음을 기약해야 했다.


보호자 박씨는 "헌혈 취지에 공감해 센터를 찾았다. 대형견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고 생각했다"며 "하늘이가 다른 반려견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했는데, 하늘이가 힘들어하면 다음 기회를 보는 게 맞다"고 말했다.


취재진이 직접 본 하늘이 사례처럼 '헌혈견'이 되는 조건은 까다로워 보였다. 헌혈 가능 조건은 기관마다 다소 차이가 있지만, 경북대 'KNU 아임도그너 헌혈센터'에선 만 2~8세, 체중 25㎏ 이상 대형견만 헌혈이 가능하다. 매달 심장사상충 예방약과 구충제를 복용해야 하며, 전염성 질환 이력도 없어야 한다. 신청 뒤엔 건강검진을 통한 헌혈 적합 판정이 필수다. 보호자 동의뿐 아니라 반려견의 성향과 당일 컨디션도 중요하다. 낯선 환경에서 과도하게 긴장하거나 스트레스를 크게 받는 경우에는 헌혈을 진행하지 않는다.


이에 대해 고상호 수의사는 "헌혈이 가능한 반려견은 한 번에 보통 300~400㎖가량의 혈액을 기부한다. 실제 채혈량은 체중과 건강 상태, 당일 컨디션에 따라 의료진이 결정한다"며 "확보된 혈액은 검사와 보관 절차를 거쳐 응급수술이나 빈혈 치료 등 수혈이 필요한 반려견에게 쓰인다. 한 마리의 헌혈이 다른 반려견에게 치료 기회를 제공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대구경북 30만 '반려견' 시대…혈액 확보가 치료 변수로

경북대 KNU 아임도그너 헌혈센터에 보관 중인 반려견 혈액. 이 혈액은 검사·보관 절차를 거쳐 수혈이 필요한 반려견 치료에 쓰인다. 구경모기자 kk0906@yeongnam.com

경북대 'KNU 아임도그너 헌혈센터'에 보관 중인 반려견 혈액. 이 혈액은 검사·보관 절차를 거쳐 수혈이 필요한 반려견 치료에 쓰인다. 구경모기자 kk0906@yeongnam.com

지난해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반려동물 보호·복지 실태조사 결과 보고서'를 보면 2024년 전국 반려견 누적 등록 수는 모두 343만4천624마리로 전년 대비 19만390마리가 늘었다. 대구·경북은 총 29만4천585마리(대구 14만4천360마리·경북 15만225마리)로 전년보다 2만3천793마리 증가했다.


반려견 수가 늘어난 만큼, 진료도 예방접종이나 단순 치료에만 머물지 않는다. 교통사고 등 응급 외상, 종양 수술, 면역매개성 빈혈 등의 치료 과정에 수혈은 필수적 요소로 통한다. 혈액 수급이 출혈이 심하거나 적혈구 수치가 급격히 떨어진 환자견의 '생존'을 좌우하는 셈이다.


문제는 반려견 혈액 공급망이 아직 인간 혈액 수급 체계만큼 안정적으로 갖춰져 있지 않다는 점이다. 사람은 대한적십자사 등을 통한 혈액 관리 체계가 갖춰져 있지만, 반려견 혈액은 병원별 확보 능력과 외부 공급 가능 여부에 따라 수급 여건이 달라진다. 채혈 뒤 검사와 보관 절차가 필요하고, 보관 기간도 제한적이라 혈액을 미리 무한정 확보해두기도 어렵다.


국내 반려견 수혈을 위한 혈액 수급을 도맡아 온 공혈견(수혈만을 위해 길러진 대형견)이 점차 사라지는 추세인 점도 혈액 공급망 악화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공혈견의 반복 채혈과 사육 환경을 둘러싼 동물복지 논란이 점점 거세지면서, 강제 헌혈 일색인 공혈견 활동에 난색을 표하는 의료 기관이 늘어나면서다.


이에 전문가들은 반려견 혈액 안전망 강화를 위한 대안으로 '헌혈견(주인이 있는 반려견 헌혈)' 활성화를 꼽았다. 헌혈견을 통해 올바른 반려견 문화를 조성하고, 신뢰성 높은 혈액 수급 구조를 만들어나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경북대 배슬기 교수(수의내과) "반려견 혈액은 응급 환자가 들어올 때마다 갑자기 필요해지는 경우가 많아, 필요한 순간에 바로 쓸 수 있는 혈액이 있는지가 중요하다. 혈액 수급이 원활해야 응급 상황 시 '치료 선택지'가 넓어질 수 있다"며 "현재 공혈견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은 만큼, 헌혈견을 통해 새로운 혈액 수급 루트를 만들어나가는 게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헌혈견을 불러 모으기 위해선 전문 시설 및 전문가 인력을 추가로 확보해야 한다. 민간기관과 공공기관이 서로 힘을 합쳐 혈액 공유 플랫폼을 구축해 수급망을 넓히는 작업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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