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교육지원청 전경. <포항교육지원청 제공>
경북 포항 지역 중학교들의 통학버스 운영 문제가 뚜렷한 돌파구를 찾지 못한 채 다시 표류하고 있다. 전세버스 이용 중단으로 대란이 발생한 지 1년 반이 지났음에도, 대중교통 이용에 아직 서툰 어린 학생들이 등하교 전쟁으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학생들의 안전과 교육 환경을 책임져야 할 교육 당국이 1차적인 해결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거세지고 있다.
◆ 포항에서만 유독 시끄러운 이유… '상호 고발전'
사설 통학버스(학부모들이 전세버스 업체와 개별 계약을 맺고 이용하는 형태) 운영은 사실 현행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상 엄연한 불법이나 대부분 시·군의 경우 이용 편의와 학생들의 이동권을 고려해 암묵적으로 묵인하거나 유야무야 넘어가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유독 포항에서만 이 문제가 불거진 이유는 지역 전세버스 업계의 극심한 생존 경쟁과 학부모 간의 갈등이 얽혀있어서다.
현재 포항에 등록된 전세버스는 총 522대에 달한다. 한정된 통학 수요를 두고 500대 이상의 차량이 난립하다 보니 업체들 간의 이권 다툼이 치열해졌고, 결국 상대 업체를 끌어내리기 위한 '상호 불법 운행 신고' 조치가 다수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여기에 불을 지핀 것이 포항제철중학교 배정을 둘러싼 학부모 간 수년간 이어온 갈등이다. 지곡단지 학부모들과 효자초 학부모들이 대립하는 과정에서 감정의 골이 깊어졌고, 급기야 상대 지역 자녀들이 타는 사설 통학버스를 불법이라며 교육청과 신문고에 폭발적으로 신고해 댔다. 업계의 밥그릇 싸움과 학부모들의 보복성 신고가 맞물리면서 포항시는 법 집행을 거부할 수 없는 진퇴양난에 빠졌고, 결국 대대적인 과징금 처분이 지난 2024년 말 진행되며 갈등이 절정에 달했다.
◆ 법원 판결로 철퇴… '학교장 계약'마저 줄무산
단속으로 사설 전세버스가 운영 중지에 이르자 포항시와 교육청은 부랴부랴 일선 학교에 전세버스 업체와의 직접 계약을 독려했다. 그 결과 2025년 새 학기 시작을 앞두고 20곳이 넘는 학교가 공식 계약을 체결하며 사태가 일단락되는 듯했다. 전세버스 업체들 역시 포항시 과징금 처분에 반발해 행정소송을 제기하며 희망의 불씨를 이어갔다. 그러나 결국 지난 4월 8일 법원이 "학교장과 직접 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전세버스의 통학 운행은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상 허용되는 통학버스 특례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포항시의 손을 들어주자, 소송에 참여했던 일부 업체들이 운행을 중단하며 다시 통학 대란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문제는 소송 결과와 별개로, 유일한 합법 수단인 '학교장 공식 계약' 방식이 현 시점에서 급격히 무너지고 있다는 점이다. 포항시와 교육청 자료에 따르면 2025년 기준 포항 지역 중학교는 국공립 22개교, 사립 12개교 등 총 34개교에 달한다. 그러나 현재 공식 계약을 유지하며 통학버스를 적법하게 운영 중인 중학교는 포항제철중, 동지중, 동지여중, 영신중, 장기중, 청하중, 흥해중 등 단 7개교에 불과하다. 새 학기가 지나며 계약 건수가 다시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 13만 원으로 뛴 비용… 시내버스 증편도 한계
이처럼 공식 계약이 줄줄이 무산되거나 축소되는 결정적인 원인은 비용 상승 탓이 크다. 국제적인 유가 상승 탓도 있지만, 학교가 공식 계약의 주체가 되면 각종 안전장치 의무화, 책임 보험 가입, 다수 학생을 위한 노선 재조정 등이 필수적으로 수반돼 1인당 부담금이 최소 월 12만~13만 원 선으로 껑충 뛰기 때문이다. 이는 시내버스 이용 요금과 비교하면 3배가 넘는 비용이다. 시내버스를 이용할 경우, 교통카드 이용 시 900원인 학생 버스요금 기준으로 월 20일 왕복에 3만6천 원 정도가 소요된다.
이를 반영하듯 최근 원거리 통학생이 많은 포항여중에서도 공식 통학버스 도입을 위해 2차 수요조사까지 진행했으나, 100여 명에 달했던 1차 수요조사 인원에서 비용 부담을 느낀 학부모들이 대거 이탈하며 10여 명으로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포여중은 탑승 신청 인원 미비를 이유로 통학버스 추진을 중단했다. 대도중학교가 1차 수요조사를 마치고 노선도를 정하는 등 제반 사항을 준비 중이지만, 최종 계약까지 갈 수 있을지 역시 불투명하다.
그렇다고 비용이 저렴한 시내버스를 이용하기에는 애로사항이 많다. 포항은 전세버스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194대의 시내버스가 운영 중으로, 등하교 시간 폭발적인 수요를 보이는 학생들을 모두 처리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무턱대고 버스를 증편할 수도 없다. 시내버스 1대를 추가 운행하는 데는 연간 약 2억 원의 보조금이 세금으로 투입되는데, 단 몇 시간의 등하교 수요만을 위해 버스를 증편하는 것은 예산 낭비이기 때문이다. 대안으로 거론되던 수요응답형 버스(DRT) 역시 한 번 노선을 정하면 유동적인 개편이 어려워, 해마다 유동적인 학생들의 통학 수요를 맞추기 어렵다는 결론이 났다.
◆ "규정 핑계 멈추고 교육청이 결단 나서야"
결국 중학교 통학버스 대란의 매듭을 풀기 위해서는 학생 통학권 보장의 1차적 주체인 교육청이 전면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지배적이다. 업계와 학부모 간의 진흙탕 신고식으로 사설 통학로가 완전히 막혀버린 만큼, 아직 환승이나 혼잡한 대중교통 체계에 서툰 중학생들을 성인과 같은 잣대로 길거리에 밀어 넣는 것은 교육 복지 차원에서도 직무유기에 가깝기 때문이다. 하지만 교육 당국은 중학교의 경우 대중교통 이용 시 30분 이내 거리에 배정하는 '근거리 배정'이 원칙이라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학교 통폐합 등 특수한 상황이 아닌 이상 교육청 차원의 예산 지원이나 강제 조치가 불가능하며, 철저히 학부모가 전액을 부담하는 '수익자 부담 원칙'을 따라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렇지만, 법적 근거와 예산 부재라는 기존의 매뉴얼만 고집하며 지자체의 교통 정책에 의존할 것이 아니라 교육 당국 스스로 통학버스 지원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지자체 및 의회와 파격적인 예산 분담 합의를 이끌어내는 등 책임 있는 결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중학생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전세버스는 불법이라 하고, 스쿨버스는 운영을 안 하니 답답할 노릇"이라며 "모든 피해는 고스란히 아이와 학부모의 몫인 것 같다"고 말했다.
전준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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