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국 대구문인협회 시분과 부위원장
나이를 따지다 보면, 옛날이 그리워진다. 다시는 못 볼 추억의 가지에 매달린 기억의 파편들이 마냥 그립다.
누가 날 보고 "죽을 나이가 다 됐다"고 한다면 맞기야 맞는 소리겠지만, 그래도 듣기 싫다. 수십 년 전과 비교해 보면, 지구본의 지름이 줄어들었는지 나이는 늘어나는데 늙지는 않고 있다.
그러다 보니 요즈음 세상엔 쓸데없는 군식구들이 많아진 느낌이다. 나는 칠십 넘게 살면서 은근히 이 나라 대한민국과 일터에서 땀을 흘리는 젊은이들에게 자주 미안하다는 기분이 든다. 수입원이 없는, 수입원을 가질만한 능력이 되지 않는 노인들만 자꾸만 늘어나니, 누가 먹여 살리느냐는 근본적인 대책이 있는가 알고 싶다.
우리 세대의 평균 수명은 얼마나 될까. 이제 백세는 가시권에 들어온 게 분명하다. 불과 수십 년 전만 해도 칠팔십이면 천수를 누린 걸로 치부됐다. 그런데 지금은 칠팔십 갖고는 좀 아쉬운 감이 있다.
오래 산다는 건 바라는 일이다. 하지만 은근히 걱정도 된다. 인간의 유전적 한계 수명이 120세 내외라 한다. 최근 학계에서 수명을 150세 이상으로 연장하려 한다는 소문도 들린다. 노화된 세포를 젊은 세포로 교체한다면 겉보기엔 젊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지금까지 인지적 노화를 개선시킬 여지는 없다고 한다. 오래 살고는 싶어도 두려운 게 있다. 인지 장애로 인해 후세대에 정신이나 경제·육체적으로 부담을 지우게 될까봐 걱정이다. 또래 모임에 가면 건망증 얘기를 우스개 삼아 주고받는다. 무슨 나이 자랑하듯 한다.
내가 그렇다. 나이가 드니 자꾸만 무언가를 잊어버리거나 놓쳐버린다. 엊그저께만 해도 그렇다. 모임 장소에 가기 위해 집을 나섰는데 버스 정류장에 다다라서야 핸드폰과 카드를 두고 나온 걸 알았다. 십여 분을 되짚어 걸어가서 휴대폰을 가방에 넣은 채 다시 버스 정류장에 도착해 버스를 탔다.
좌석에 앉아 마음이 진정되고서야 여기가 어디지 하고 두리번거리다 보니, '아차 버스를 잘못 탔구나' 하는 걸 알게 됐다. '길 건너편에서 타야 했는데, 왜 이러지' 하면서 허둥지둥 내려 길을 건너 반대 방향의 버스를 타고서야 긴 숨을 내쉬었다. 멍청한 행동 때문에, 무려 한 시간을 길거리에 허비했다. 젊었을 땐 생각하지도 못할 행동이었다. 이럴 땐 나이든 게 서글프기도 하다. 쓴웃음 나는 말이지만 요즈음 아내와 나는 건망증을 주거니 받거니 하며 살아가고 있다.
이러면 무병장수라도 사양하고 싶다. 지금껏 나이에 맞지 않는 일일지라도 행동에 나서곤 했다. 이젠 나이 탓인지 맘대로 안 되니, 조급증이 나기도 한다.
그렇긴 한데, 어쩌랴.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영상] 대구 당선인들의 당찬 출발 알림···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당선증 교부식](https://www.yeongnam.com/mnt/file_m/202606/news-m.v1.20260608.b15f2d693d2847bbb7551e6037890bb9_P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