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창성 동부지역본부장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6·3 지방선거가 막을 내렸다. 이번 선거는 시작부터 끝까지 적잖은 화제를 남기며 민심의 변화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투표용지 부족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빚어져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사퇴하는 이례적인 상황이 벌어졌고, 전국 곳곳의 광역·기초단체장들이 대거 교체되면서 민심의 무서움을 절감케 했다. 유권자들은 표를 통해 지역의 미래를 다시 설계했고, 변화에 대한 열망을 분명히 드러냈다.
경북 최대 도시 포항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시민들은 포항의 새로운 리더로 국민의힘 박용선 후보를 선택했다. 그러나 전통적인 보수 텃밭인 포항에서 국민의힘 공천 후보가 49.29%의 득표율로 당선된 것은 결코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민선 2기 이후 처음으로 50% 벽을 넘지 못한 보수계열 당선자라는 점은 예사롭지 않다. 다양한 의미가 내포된 수치라 하겠다. 이는 "당선은 시켰지만 성과로 평가하겠다"는 시민들의 엄중한 메시지로 읽힌다. 시민들은 포스코 현장 출신의 '현장전문가'를 자처하는 그에게 시정을 맡겼지만, 동시에 냉정한 감시자의 역할을 하겠다는 경고도 보낸 셈이다.
박 당선인에게 주어진 첫 번째 과제는 선거 과정에서 갈라진 지역민심을 하나로 모으는 일이다. 선거는 끝났지만 갈등의 흔적과 함께 여진도 여전히 남아 있다. 특히 선거 기간 내내 논란이 됐던 사법리스크는 시민들의 우려를 낳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법적 문제와 별개로, 시정 운영에는 공백이 없어야 한다. 박 당선인이 공약한 '내 일이 있는 포항, 내일이 있는 포항'이라는 약속을 단순한 구호가 아닌, 성과로 증명해야 한다. 다행히 당선 직후 장인화 포스코 회장을 만나 상생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은 긍정적인 신호다. 한동안 지속됐던 포스코와의 갈등을 털어내고 새로운 협력 관계를 구축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는 평가다. 포스코와의 신뢰 회복은 시정 안정화와 경제 공약 실현의 출발점이다.
현재 포항은 철강 경기 침체와 이차전지 산업 둔화, 인구 감소라는 삼중고에 직면해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박 당선인이 제시한 산업용 전기요금 인하 공약을 보는 지역 산업계의 입장은 솔깃함을 넘어 학수고대하는 분위기다. K-스틸법 기반 우대요금제와 분산에너지특구를 연계한 SMR 발전소 건립은 철강산업 경쟁력을 높일 현실적 대안이다. 이를 위해서는 김정재 국회의원이 발의한 K-스틸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와 정부 지원이 필수적이다. 박 당선인은 지역 정치권과 힘을 모아 포항의 목소리를 중앙정부 정책에 반영시키는 정치력을 보여줘야 한다. 또 200만 평 규모의 첨단소재 스마트밸리 조성 역시 포항의 미래를 좌우할 핵심 현안이다. 그래핀·이차전지·수소산업 중심의 생태계 구축은 침체된 산업구조를 혁신할 기회이자 미래 먹거리다. 영일만대교 조기 건설과 북극항로 시대를 대비한 영일만항 경쟁력 강화에도 속도를 내야 한다.
리더십의 본질은 위기 관리와 약속 이행에 있다. 박 당선인은 선거 결과에 담긴 민심을 겸허히 받아들이는 통합의 정치를 펼쳐야 한다. 법적문제는 법정에서 소명하되, 시정 운영에는 단 한순간의 공백도 있어서는 안 된다. 시민들이 원하는 것은 정치적 수사가 아니라, 눈에 보이고 느낄 수 있는 실질적 변화와 성과다. 당선인에게 주어진 시간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시민들의 평가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49.29%라는 숫자는 승리의 기록인 동시에, 시민들이 보낸 차가운 시선이기도 하다. 이를 겸허하게 가슴에 품고 포항의 재도약이라는 결과로 답할 때 비로소 이번 승리는 완성될 것이다.
마창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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