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일 드림종합병원장이 진료실에서 인체 장기 모형과 내시경 영상을 활용해 소화기질환의 진단과 치료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이윤호기자 yoonhohi@yeongnam.com
"내 가족이 혈변을 보고 병원을 찾았다면 진단과 치료를 한 달씩 기다리게 하겠습니까."
이한일 드림종합병원장은 2009년 병원 세운 출발점을 이 같은 질문으로 설명했다. 대구가톨릭대병원 외과 교수로 근무하던 당시, 항문 출혈로 병원을 찾은 환자가 내시경과 조직검사, 컴퓨터단층촬영(CT)을 거쳐 외과 의사를 만나기까지 한 달 가까이 걸리는 경우를 여러 차례 경험했다.
직장암을 비롯한 소화기암은 조기 진단과 신속한 치료가 중요하다. 하지만 진료과와 검사 부서가 분리된 대형병원에서는 검사 예약과 결과 확인에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됐다. 그는 기존 진료 절차를 줄이고 검사부터 수술까지 빠르게 이어지는 새로운 의료체계를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이 병원장은 "진찰을 통해 직장암이 의심되면 바로 내시경과 CT 검사를 시행하고, 조직검사 결과도 신속하게 확인해 치료 계획을 세워야 한다"며 "환자가 병원 문을 두드린 뒤 치료를 시작하기까지의 시간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 목표였다"고 밝혔다.
드림종합병원은 개원 당시부터 소화기내과와 외과를 핵심 진료 축으로 삼았다. 내시경 검사와 영상검사, 진단, 수술, 치료 후 관리가 한 의료기관 안에서 유기적으로 이뤄지도록 시스템을 구축했다. 환자가 지역에서 치료받지 못해 수도권이나 대학병원을 찾아가는 불편도 줄이겠다는 취지였다.
◆"지역 종합병원도 중증환자 치료 분담해야"
이 병원장은 지역 종합병원의 역할도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거에는 대학병원이 암과 중증질환을 맡고, 중소 종합병원은 맹장염이나 탈장 등 비교적 가벼운 질환을 치료한다는 인식이 강했다. 그러나 특정 분야의 전문성을 확보한 지역 병원이라면 암 수술과 항암치료, 추적관찰까지 담당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그는 "대학병원은 중환자 치료와 고난도 다학제 진료, 연구·교육에 집중하고 지역 종합병원은 전문화된 분야의 중증환자를 분담하는 방향으로 의료체계가 바뀌어야 한다"며 "지역 병원은 진료와 수술을 신속하게 진행하고 환자를 가까이에서 세밀하게 관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했다.
지역 환자의 수도권 쏠림을 줄이기 위해서는 의료 기술뿐 아니라 환자를 대하는 태도와 병원 문화도 개선돼야 한다고 했다. 환자의 말을 충분히 듣고 눈높이에 맞춰 검사 결과와 치료 방향을 설명하는 것이 의료기관에 대한 신뢰를 결정한다는 설명이다.
이 병원장은 "의료 수준이 높아져도 환자가 충분한 설명을 듣지 못하고 배려받지 못했다고 느끼면 병원을 신뢰하기 어렵다"며 "의료진의 실력과 함께 환자를 대하는 자세, 진료의 품질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관리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3년은 공백 아닌 사람을 이해한 시간"
최근 3년간 신학과 뇌과학을 공부한 이 원장은 다시 진료 현장에 본격 복귀했다. 병원 경영과 운영도 중요하지만 외과 의사로서 환자를 직접 만나고 수술하는 것이 자신의 본질적인 역할이라는 판단에서다.
그는 지난 3년을 진료 공백이 아닌, 환자를 더 깊게 이해하는 시간이었다고 평가했다. 과거에는 병이 생긴 장기와 검사 결과를 중심으로 환자를 살폈다면, 이제는 환자의 불안과 두려움, 스트레스, 생활환경까지 함께 들여다보게 됐다는 것이다.
이 병원장은 "의료가 세분화되면서 위를 보는 의사는 위만, 대장을 보는 의사는 대장만 바라보기 쉽다"며 "환자가 호소하는 여러 증상의 연관성을 살피고, 그 사람이 무엇을 걱정하고 있는지 이해하는 과정도 치료의 중요한 일부"라고 했다.
이어 "환자의 얼굴과 말투에는 현재의 불안과 어려움이 드러난다"며 "상태를 정확히 진단하는 것과 함께 환자가 안심할 수 있도록 설명하고 대화하는 것도 의료진이 해야 할 일"이라고 덧붙였다.
이한일 드림종합병원장이 지역 종합병원 역할과 향후 진료 방향을 설명하고 있다. 이윤호기자 yoonhohi@yeongnam.com
◆암·심장·척추관절 진료 역량 강화
드림종합병원은 앞으로 암과 심장, 척추·관절 분야를 주요 진료 축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우선 위암과 대장암, 간암 및 간담췌질환의 진단과 수술 역량을 높이고, 항암치료와 추적관찰까지 연속적으로 제공하는 체계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장기적으로는 방사선치료까지 연계해 암환자가 여러 의료기관을 옮겨 다니는 불편을 줄이는 것이 목표다.
심혈관 분야도 확대한다. 드림종합병원은 지역 중소 종합병원 가운데 비교적 일찍 심장센터를 가동해 약 5천건의 심혈관 시술 경험을 쌓았다. 앞으로 시술 공간과 전문 의료진을 확충해 관상동맥질환뿐 아니라 부정맥 등 고령 환자에게 많이 발생하는 심장질환의 치료 역량을 강화할 방침이다.
이 병원장은 "심장질환에 대응할 수 있어야 고령 환자의 큰 수술과 중환자 치료도 안정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며 "척추·관절 분야 역시 재활치료와 연계해 수술 후 기능 회복까지 책임지는 체계를 갖추겠다"고 했다.
첨단 의료기술 가운데서는 인공지능(AI)의 활용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맥박과 호흡수, 혈압 등 환자의 생체정보를 분석해 상태 악화를 미리 감지하거나, 의료진이 놓칠 수 있는 정보를 보완하는 방식이다.
그는 "고가의 장비를 도입하는 것 자체보다 이를 제대로 활용할 전문 의료진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AI도 의사를 대신하는 기술이 아니라 진단과 환자 관리를 더 정확하게 만드는 보조 수단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했다.
◆"내 가족이라면 어떻게 할지 생각해야"
이 원장은 지역 의료가 해결해야 할 가장 시급한 과제로 필수의료 인력 부족을 꼽았다. 고령화로 응급·중증환자는 늘고 있지만 외과와 흉부외과 등 필수 분야의 의사를 구하기는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는 "의료인력 확충과 함께 필수의료 분야에서 안정적으로 근무할 수 있는 보상과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며 "지역 의료기관이 경쟁만 할 것이 아니라 환자의 상태에 따라 의뢰하고 회송하는 협력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이 원장이 의료진과 직원들에게 가장 자주 던지는 질문은 "내 가족이라면 어떻게 하겠느냐"다. 검사나 치료를 미루지 않았는지, 환자와 보호자에게 충분히 설명했는지, 현재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을 했는지를 스스로 돌아보라는 뜻이다.
그는 "환자들이 멀리 가지 않고도 가까운 곳에서 안심하고 치료받을 수 있어야 한다"며 "질환만 치료하는 병원을 넘어 환자의 마음까지 살피고, 지역 주민이 아플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병원으로 만들어가겠다"고 했다.
강승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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