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미 월드컵] 아빠의 나라에서, 엄마의 나라를 응원한 일곱 살 ‘붉은 악마’

  • 강승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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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6-21 16:20  |  발행일 2026-06-21
대구 서구 비산동 출신 이현미씨 가족, 한국·멕시코전 현장 관람
멕시코인 아버지는 한국 응원 머플러 들고, 아들은 붉은 유니폼 입어
멕시코 변호사 이그나시오 로살레스 카사스씨와 대구 출신 이현미씨, 아들 이노아군이 지난 19일(한국시간) 멕시코 사포판 과달라하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 한국-멕시코전 현장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이현미씨 제공>

멕시코 변호사 이그나시오 로살레스 카사스씨와 대구 출신 이현미씨, 아들 이노아군이 지난 19일(한국시간) 멕시코 사포판 과달라하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 한국-멕시코전 현장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이현미씨 제공>

온통 초록빛으로 물든 관중석 앞에 붉은색 대한민국 유니폼을 입은 일곱 살 남아가 자리 잡았다. 뒤에서는 멕시코 대표팀 유니폼 차림의 아버지가 'Republic of Korea'가 새겨진 붉은 응원 머플러를 들어 올렸다. 아이 곁에는 대구 출신 어머니가 미소 지었다. 아버지 나라에서 이노아(7)군은 어머니 나라를 목놓아 응원했다.


지난 19일(한국시간) 멕시코 과달라하라 스타디움.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 한국과 멕시코의 경기가 열린 이곳은 킥오프 전부터 축제장을 방불케 했다. 경기장 주변엔 국기를 든 현지 팬들이 운집했다. 북소리와 박수, 노랫소리가 뒤섞인 스타디움 한쪽에서 붉은 유니폼을 입은 아이 등 세 식구 모습이 연신 방송화면에 잡혔다.


멕시코 변호사 이그나시오 로살레스 카사스씨(41), 대구 서구 비산동 출신 이현미씨(40), 그리고 두 사람의 아들 이노아군(7)이다. 현재 멕시코시티에 사는 이들에게 이날 매치는 단순한 경기가 아니었다. 아버지 뿌리와 어머니 고향이 같은 경기장에서 마주한 날이었다.


이그나시오씨는 멕시코 팀을 상징하는 초록색 유니폼을 입고 관중석에 앉았다. 이현미씨 마음은 자연스레 대한민국 쪽으로 향했다. 대구에서 태어나 자란 그에게 태극마크는 고향을 떠올리게 했다. 아들 노아도 이날 어머니의 나라를 상징하는 붉은 옷을 입고 나왔다.


스타디움 안은 개최국을 향한 열기로 뜨거웠다. 그 속에서 노아는 어머니 곁에 섰고, 아버지는 붉은 악마 응원 머플러를 치켜 들었다.


이씨는 " 멕시코에서 한국 대표팀 경기를 직접 보는 것만으로도 특별했는데, 아이가 붉은 유니폼을 입고 함께해 더 뭉클했다"며 "대구에서 자란 제게 한국은 늘 그리운 고향이다. 아들이 그 뿌리를 자연스럽게 느끼는 것 같아 뜻깊었다"고 했다.


노아는 "한국 유니폼을 입고 엄마 나라를 응원해서 좋았다"며 "멕시코도 아빠 나라라서 좋다"고 했다.


이씨와 이그나시오씨의 인연은 멕시코에서 시작됐다. 서구 비산동에 살던 이씨는 어학연수 중 현지 봉사활동에 참여했다. 그곳에서 이그나시오씨를 만났고, 두 사람은 함께 봉사하며 가까워졌다. 2016년 결혼한 이들은 이후 멕시코시티에 정착해 가정을 꾸렸다.


요식업에 종사하는 이씨에게 멕시코는 생활터전이다. 이그나시오씨에게 대한민국은 아내의 고향이자, 아들이 이어받은 또 하나의 뿌리다. 노아는 자연스레 두 개의 언어와 문화를 접하고 있는 셈이다. 이그나시오씨는 "아들이 한국을 응원하는 모습이 전혀 낯설지 않았다. 한국은 아내의 나라이자, 우리 가족에게도 소중한 곳"이라며 "멕시코와 한국이 월드컵에서 만난 날을 함께 기억할 수 있어 기쁘다"고 했다.


이현미씨는 "아이에게 한국과 멕시코 중 어느 한쪽만 선택하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며 "두 나라의 언어와 문화를 모두 소중히 여기며 자랐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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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규

사실 위에 진심을 더합니다. 깊이 있고 따뜻한 시선으로 세상을 기록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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