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춘우 엑스코 대표이사 사장
지난 주말, 아르헨티나로부터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세계적 의료 학술행사인 '2027 세계대사체총회'의 대구 유치가 확정됐다. 40개국 1천500여 명의 전문가가 참여하는 이번 행사는 대구의 전시컨벤션 역량과 도시 경쟁력이 국제무대에서 인정받은 성과다.
전시컨벤션 산업은 이제 도시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복합 산업으로 자리 잡았다. 하나의 대형 행사는 숙박, 외식, 교통, 관광 전반에 파급효과를 낳는다. 기업에는 새로운 시장과 투자 기회를 제공하고, 시민에게는 산업과 문화를 체감할 장을 열어준다. 전시컨벤션 산업은 도시의 종합 경쟁력을 보여주는 핵심 지표로 부각되고 있다.
정부 또한 이러한 흐름을 반영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전시산업 발전 로드맵 2030'을 통해 전시산업을 국가 전략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했고, 문화체육관광부 역시 마이스(MICE)·의료·웰니스 관광을 연계한 성장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이제 중요한 것은 실행의 속도다.
하지만 여건은 녹록지 않다. 수도권 킨텍스는 엑스코의 6배 규모로 확장을 추진 중이며, 서울 잠실과 부산, 인천도 초대형 전시장 경쟁에 나서고 있다. 대응이 지연될 경우 현재의 위상을 유지하기조차 쉽지 않다. 보다 현실적이고 전략적인 접근이 요구된다.
첫째, 규모의 경제를 확보해야 한다. 엑스코 제3전시장 확장은 필수다. 2030년 전후에는 시설 가동률이 포화에 이를 가능성이 높다. 공간이 없으면 기회도 없다. 단순한 면적 확장을 넘어 AI 기반 비즈니스 매칭, 디지털 트윈을 접목한 스마트 전시장으로의 전환이 병행되어야 한다. 전시장은 이제 '공간'이 아니라 '플랫폼'이다. 인근 유통단지와 연계한 '마이스 특구' 조성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둘째, 콘텐츠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2030년까지 '국가대표 전시회' 10개 육성은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에너지·소방·모빌리티 등 기존 강점 산업에 더해 AI 전환, 의료·바이오 등 미래 트렌드를 전시회에 반영해야 한다. 소규모 전시는 통합하고, 전시회와 국제회의를 융합한 '컨펙스(CONFEX)' 모델을 통해 글로벌 바이어와 투자자를 유치해야 한다.
셋째, 초광역 협력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 대구·경북은 하나의 시장으로 움직여야 한다. 행정 통합에 앞서 경제 통합이 필요하다. 대구와 경북의 전시장을 연결하는 '허브 앤 스포크(Hub-Spoke)' 전략이 핵심이다. 지역 전시컨벤션 생태계를 키울 수 있도록 공동 마케팅과 컨트롤타워 체계를 조속히 가동해야 한다.
넷째, 방문객 경험 중심의 '블레저(Bleisure)'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블레저는 비즈니스와 레저의 결합을 의미한다. 방문객이 대구와 경북의 비즈니스 환경과 관광·문화 자원을 함께 경험하도록, 체류형 프로그램을 확대해야 한다. 통합 마이스 패스 도입과 전시장 간 교통 접근성 개선도 중요한 과제다.
전시컨벤션 산업은 단순한 시설 경쟁의 문제가 아니다. 지역 산업을 세계와 연결하고 관광과 소비를 확대하며, 청년 일자리와 도시 브랜드를 키우는 종합 성장 전략이다. 지금 대구·경북은 중요한 기회의 시점에 서 있다.
기회는 기다려주지 않는다. 보다 과감하고 정교한 전략, 그리고 지역 간 긴밀한 협력이 뒷받침될 때 전시컨벤션 산업은 다시 지역경제를 견인하는 중심축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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