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1일 민선 9기의 본격적 출범을 앞두고, 류한국 서구청장(행시 24회), 배광식 북구청장(26회), 이태훈 달서구청장(23회)이 3선 임기(10~12년)를 마무리하고 정들었던 구청을 떠난다. 3명 모두 경북 의성 출신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퇴임식도 26일로 같은 날에 잡혀 있다. 이들은 이제 공직을 나란히 놓고 자연인으로 돌아가지만 자신이 머물렀던 지역에 대한 애정전선에는 변함이 없었다.
류한국 대구 서구청장.<영남일보DB>
◆류한국 청장 "낙후된 서구, 탈바꿈시키는 꿈은 계속 진행형"
류한국 서구청장(의성군 다인면 출신)은 첫 출근 날을 아직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책상에 앉아 담담히 써내려간 글귀는 '하면 된다'였다. 구민들 삶을 책임질 '미래 100년'을 구상하기에 앞서 자신을 스스로 채찍질하며 남다른 각오를 다진 것. 당시 그는 스스로에게 질문했다. "서구가 정말 살고 싶은 도시가 되려면 주민들 일상이 어떻게 달라져야 할까"라고 말이다.
류 청장은 "구민들 목소리가 현실이 될 때까지 모든 역량을 쏟아 부었다"며 "집 가까운 곳에서 문화생활을 누리게 돼 '이제야 살맛난다'고 했던 젊은 부부의 말이 지금도 생각난다. 점점 '살고 싶은 도시'로 바뀌는 서구를 볼 때마다 보람차다"고 했다.
지난 12년 간 현장 곳곳을 누비며 해답을 찾으려고 애썼다. 그가 내린 결론은 '주민 생활 기반' 확충이다. 서구에서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의 말이 그를 움직였다. "아이들과 함께 갈 곳이 부족하다" "집 가까이에 편하게 머물 수 있는 문화체육시설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요청이 쇄도한 것. 민선 6~8기 때 도서관 확충에 그렇게 공을 들인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취임 당시 서구지역 도서관은 시립 1곳과 구립 1곳 뿐이었다. 이후 생활권 가까이에서 책을 읽고 문화를 누릴 수 있는 환경을 넓혀왔다. 올해 내당도서관이 문을 열면서 서구는 시립도서관을 포함해 모두 10개의 도서관을 갖추게 됐다.
퇴임 후엔 특별한 외부 활동보다 가족과 많은 시간을 보낼 예정이다. 그는 "당분간 12년간 짋어졌던 무거운 책임감을 내려놓고 그간 미뤄뒀던 평범한 일상을 가족들과 함께 나누려 한다"고 말했다. 후임 구청장인 권오상 당선인에겐 굳은 '마음가짐'을 당부했다. 그는 "정책은 시대에 따라 변하지만, 자치단체장의 마음가짐은 한결같아야 한다. 해결책은 반드시 주민들의 목소리 속에 있다"고 조언했다.
배광식 대구 북구청장.<영남일보DB>
◆배광식 청장 "연구소 차려 대구 전체 현안 들여다보고 싶어"
배광식 북구청장은 행정가 출신이다. 대구시 경제산업국장과 북구 부구청장 등을 역임하며 지역 변천사를 모두 지켜봤다. 그래서다. 누구보다 북구지역이 당면해 있는 어려움과 발전 방향이 무엇인지에 대한 형세 판단도 빨랐다.
배 청장은 "공직생활을 하며 큰 병을 겪은 뒤 삶을 바라보는 태도가 더욱 달라졌다. 주위의 도움으로 다시 얻은 삶을 주민들에게 돌려주는 것이 내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며 "주민들의 작은 탄식 하나도 그냥 허투로 넘기지 않으려고 부단히 노력했다. 현장에서 듣고, 판단하고, 답을 찾는 게 옳다고 믿었다"고 했다.
공직생활을 하며 지켜보고 자신이 직접 총괄 관리도 해온 북구는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는 도시'였다고 한다. 길 하나를 두고 한쪽엔 고층 아파트가 속속 들어서고, 또 다른 쪽엔 낙후된 원도심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서다. 이는 2014년 북구청장으로 첫 당선될 당시, 그가 나름 젊은 시절에 느꼈던 지역 불균형 성장에 대한 '평행선'을 찾는 데 몰두한 이유다. 보고서만으로는 모든 걸 알 수 없다는 판단에 1년간 현장을 쉼 없이 뛰어 다녔다. 전통시장과 경로당, 학교와 골목에서 만난 주민들의 말 속에 바로 '행정이 있다'고 믿었다. 퇴임을 앞둔 현 시점에도 그 마음가짐은 변치 않았다.
퇴임 후에는 특별한 일이 없다면, 작은 연구소를 꾸려 대구가 마주하고 있는 크고 작은 현안을 차분히 살펴볼 생각이다. 지역 현안과 관련해, 정치권이 쉽게 꺼내지 못하는 이야기를 시민들과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나눠보고 싶다는 것이다.
배 청장은 "퇴임하면 고향 의성(봉양면)에도 가보고, 모교인 능인고도 한 번 둘러보고 싶다. 경북대 행정학과를 졸업했는데 대학 캠퍼스도 거닐며 옛 추억도 떠올려 보려 한다. 올해만큼은 낭만을 즐기고 싶다"며 "향후 계획은 대구의 속사정을 속속 들여다보는 것이다. 지역 현안에 대해 시민들의 생각을 듣고, 언론에 칼럼을 쓰는 '행정 야인'으로 활동하고 싶다"고 했다.
이태훈 대구 달서구청장.<달서구청 제공>
◆이태훈 청장 "대구시 신청사 부지 매각 논란, 가장 힘든 기억"
보궐선거 후 10년간 대구 달서구정을 책임져 온 이태훈 달서구청장(의성군 안평면 출신)은 25일 취재진과 만나 그간 소회를 가감 없이 전했다.
우선 퇴임 후 계획에 대해선 "봉사활동은 물론 평생학습관에서 미술 공부도 하고, 한 번 배워볼 생각"이라며 "앞으로의 삶은 한 번 물어보려고 한다"고 웃었다. 농담처럼 들렸지만, 급변하는 시대와 기술 발전에 대한 관심이 여전하다는 의미로 들렸다.
가장 아쉬운 점은 앞산 별빛캠프와 연계한 천체과학관 조성 사업을 추진하지 못한 것이다. 이 청장은 "아이들에게 우주와 천체에 대한 꿈을 심어주고 싶었다"며 "스페이스X를 우리가 만들지 못할 이유가 없다. 아이들이 큰 꿈을 꾸고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고 싶었다"고 했다. 낙동강 물줄기와 달성습지, 고령 들판까지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전망대 조성 사업도 끝내 마무리하지 못했다며 씁쓸해했다. "다시 임기를 시작한다면 가장 먼저 무엇을 하겠느냐"는 질문에 주저 없이 이 두 사업을 꼽았다. 오랜 시간 구상해 온 사업인 만큼 퇴임을 앞둔 시점에도 미련이 많이 남아 보였다. 10년 재임 기간 가장 힘들었던 순간으로는 대구시청 신청사 부지 매각 논란을 떠올렸다. 그는 "그 땅은 달서구 미래를 담은 공간인데 절반 이상 팔아버리면 미래의 꿈도 함께 사라지는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대구시와 갈등도 적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구청장실에 걸어둔 신청사 부지 관련 도면을 떼라는 이야기까지 들었다"며 "주민들과 함께 부지를 지켜낼 수 있었기에 지금도 후회는 없다"고 했다.
후임 구청장에게 조언을 요청하자, 그는 "다소 조심스럽다"면서도 "달서구 미래를 위한 큰 그림은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어 "10년 동안 함께해 준 달서구민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앞으로는 구민의 한 사람으로서 달서구 발전을 열심히 응원하겠다"고 했다. 공직에서는 물러나지만 지역사회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계속 찾아보겠다는 입장도 전했다. 그의 인생 2막이 기대된다.
김현목
구경모(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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