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정 대구대 문화예술학부 교수
최근 큰 화제를 모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한국 드라마 '참교육'은 교권이 무너진 학교를 배경으로, 이를 바로잡기 위해 만들어진 가상의 조직 '교권보호국'의 활약을 그린 작품이다.
흥행은 폭발적이었다. 공개 첫 주 640만 시청수를 기록하며 비영어권 TV쇼 1위에 오른 데 이어, 둘째 주에는 전 세계 46개국에서 정상을 차지했다. 글로벌 TOP10 비영어권 TV쇼 부문에서도 3주 연속 1위를 기록했다. 이는 참교육이 단순히 한국 교육 현실을 다룬 드라마를 넘어, 제도에 대한 불신과 즉각적인 응징을 갈망하는 세계인의 보편적 정서를 건드렸음을 보여준다.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소년심판'을 통해 소년범죄와 사법제도의 한계를 날카롭게 그려낸 홍종찬 감독이 연출하고, '눈이 부시게'의 이남규 작가가 극본을 맡았다. 특히 소년심판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홍종찬 감독과 김무열, 이성민이 다시 의기투합했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소년심판이 사법제도 안에서 정의의 한계를 질문했다면, 참교육은 제도가 무너질 때 왜 사회가 영웅을 갈망하게 되는지를 정면으로 묻는다.
드라마의 줄거리도 도발적이다. 무너진 교권을 회복하기 위해 설립된 가상의 정부 기관 교권보호국의 현장 감독관 나화진이 학교 현장에 투입된다. 그는 법과 규정의 한계를 비웃듯 가해 학생과 악성 민원인을 향해 거침없는 물리력과 심리적 압박을 가하며 사건을 '청소'한다. 학교폭력 해결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사학 비리와 정치 권력의 결탁으로까지 확대되며, 우리 사회가 느끼는 공적 시스템에 대한 불신을 정조준한다.
왜 사람들은 법과 제도보다 '영웅의 주먹'을 갈망하는가. 이는 단순한 오락적 카타르시스를 넘어, 오늘날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구조적 모순이 만들어낸 병리적 현상이다. 무엇보다 공적 제도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다.
법치국가는 국가가 폭력을 독점하는 대신 시민에게 안전과 정의를 보장한다는 사회적 계약 위에 서 있다. 그러나 현실의 사법 체계는 절차주의와 관료적 태만 속에서 피해자 보호보다 가해자의 방어권 보장에 더 치우쳐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사회 갈등의 과잉 사법화도 문제다. 학교와 공동체 안에서 대화와 조정으로 풀어야 할 문제들까지 고소와 고발로 이어지면서 교육 현장은 어느새 사법적 전쟁터가 되었다. 정치도 다르지 않다. 정치권은 제도 개혁보다 분노를 자극하는 구호와 강한 이미지에 의존하는 경향을 보인다. 초법적 상상력을 정책처럼 소비하는 이러한 모습은 정치가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드라마적 판타지를 모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참교육이 선사하는 카타르시스는 통쾌하다. 그러나 그 통쾌함만큼이나 위험하다. 영웅이 지배하는 사회는 결국 법치주의의 후퇴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더욱 상징적인 것은 참교육이 현실 정치까지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드라마의 흥행을 계기로 교원단체와 학부모단체 등 교육 주체들은 '교육공동체 신뢰 회복 국민운동'을 출범시키며 학교의 사법화와 신뢰 회복을 위한 논의를 시작했다. 여기에 안민석 경기도교육감 당선인은 드라마 속 가상 조직인 교권보호국을 현실의 교육행정으로 구현할 수 있는지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며, 경기도교육청 차원의 '경기형 교권보호국' 신설 검토 의사를 밝혔다.
그런데 정말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또 하나의 교권보호국인가. 교권이 흔들릴 때마다 새로운 조직을 만들고, 새로운 권한을 부여하며, 더 강한 대응을 약속해야 하는 사회라면 그것은 정치의 성공이 아니라 제도의 실패다. 드라마는 현실의 분노를 위로하기 위해 초법적 영웅을 만들어낼 수 있다. 그러나 현실 정치는 드라마를 모방해서는 안 된다. 정치가 해야 할 일은 시민들이 더 이상 영웅을 기다리지 않아도 되는 사회를 만드는 것, 법과 제도가 신뢰를 회복하고, 정의가 특정 개인이 아니라 시스템을 통해 실현되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응징'이 아니라 '회복'이고, '처벌'이 아니라 '신뢰'이며, '사이다'가 아니라 '참정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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