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포항제철소가 역대 시장 취임 때마다 수백억 원대의 굵직한 지역 투자로 화답해 왔지만, 올해 1분기 '적자 전환'이라는 사상 초유의 경영 위기 앞에 선 제철소에 지금 필요한 것은 추가적인 상생 요구가 아닌 '경영 정상화를 위한 숨고르기 시간'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그래픽=AI ChatGPT 생성.
민선 9기 박용선 포항시장 체제의 출범을 앞두고, 그동안 지역 사회공헌의 '화수분' 역할을 해왔던 포스코 포항제철소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역대 시장 취임 때마다 수백억 원대의 굵직한 지역 투자로 화답해 왔지만, 올해 1분기 '적자 전환'이라는 사상 초유의 경영 위기 앞에 선 제철소에 지금 필요한 것은 추가적인 상생 요구보다 수익성 회복이 우선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역 환원 1조8천억
29일 영남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그동안 포스코는 사회공헌을 명목으로 포항시에 전방위적 지원을 해왔다. 1986년 포스텍 건립부터 최근 체인지업그라운드까지 포스코의 주요 사회공헌·지역상생 지원 누적 금액은 1조8천억 원을 훌쩍 넘어서는 것으로 집계된다.
특히, 포스텍 설립을 시작으로 포항운하 건설, 그리고 최근 포항의 랜드마크가 된 스페이스워크에 이르기까지 시장이 바뀔 때마다 포스코는 대규모 시설 건립 비용을 대며 지역 사회의 든든한 금고 역할을 자처했다. 단순 복지성 기부를 넘어 교육·문화·산업 인프라 전반을 포스코가 사실상 도맡아온 셈이다.
◇환율 급등 원가 폭탄
문제는 지금 포스코의 곳간 상황이 과거와 완전히 다르다는 점이다.
포스코의 올해 1분기 실적을 보면 매출 8조9천350억원(전 분기 대비 +7.6%)에도 영업이익은 2천130억원에 그쳤다. 전 분기보다 36.6%, 1년 전(4천500억원)보다는 52.7% 줄어든 수치로, 매출 증가에도 이익이 꺾인 건 원가 부담이 그만큼 무거워졌다는 의미다.
포항·광양 통합 공시 체계 안에서도 업계는 고부가가치 제품 비중이 낮은 포항제철소가 1분기에만 600억원대 적자를 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태풍 힌남노 같은 재해 변수를 제외하면, 1968년 창사 이후 코로나19 시기를 빼고는 경기 요인만으로 적자를 본 적이 거의 없었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가장 큰 원인은 환율이다. 올해 원·달러 환율은 한때 1559원대까지 치솟았다. 환율이 10원 오를 때마다 원재료비가 약 500억원 늘어나는 포스코의 구조상, 100원 넘게 뛴 현재 상황은 5천억원 이상의 추가 비용 발생을 의미한다.
전쟁과 고환율이라는 이중의 외부 충격이 겹치면서 포항제철소는 사실상 '환율 방어'에 모든 여력을 쏟아붓고 있는 형국이다. 포항지역 철강업계에서는 "수출 채산성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원가 부담만 가중되니 버틸 재간이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소상공인들 비명
원가 압박은 고스란히 지역 골목상권으로도 전이되고 있다. 포항지역 일대 상인들은 "포스코 손님이 줄어 매출이 30% 토막 났다"고 비명을 지른다. 제철소 협력사 구조조정 움직임까지 더해지며 지역 소비 심리는 빠르게 얼어붙는 분위기다.
익명을 요구한 포항지역 경제계 관계자는 "포스코의 사회공헌을 멈추라는 것이 아니다"라며 "포항제철소가 현재 사상 초유의 경영 위기인 만큼, 기업이 먼저 체력을 회복하고 곳간을 채울 수 있도록 시가 먼저 기다려주는 성숙한 상생 파트너십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박용선 시장의 솔로몬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당장 출범을 앞둔 박용선 민선 9기 포항시정의 움직임에 철강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관례대로라면 신임 시장 역시 지역 공약 이행과 대형 프로젝트 추진을 위해 포스코에 또 다른 사회공헌 보따리를 요구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다만 박 당선인 측이 인수위원회를 통해 이미 철강산업 위기대응 전담조직 구성과 포항시-포스코 상생협력 체계 재정립을 민선 9기 핵심 과제로 제시한 바 있어, '일방적 지원 요청'보다는 위기 대응에 무게를 둔 접근이 이뤄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현시점에서의 무리한 지원 요청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격'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지배적이다. 철강 업황의 회복 기미가 안갯속인 상황에서 포스코에 무리한 부담을 지우는 것은 결국 포항 지역 경제의 뿌리를 흔드는 자해 행위가 될 수 있어서다.
전쟁과 고환율이라는 글로벌 풍랑 속에서 포항제철소는 외로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새로 닻을 올리는 박용선 포항시정이 '기업 압박'이라는 과거의 구태를 반복할지, 아니면 '경영 정상화 이후의 건강한 지원 요청'이라는 솔로몬의 지혜를 발휘할지, 지역 사회의 시선이 그의 취임사로 향하고 있다.
김기태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영상] 계명대학교 6.25전쟁 76주년 추념식···나라를 위해 헌신했던 그날을 기억하며](https://www.yeongnam.com/mnt/file_m/202606/news-m.v1.20260626.d50c3ce98822490d8a081435d84bc3d5_P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