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프타임] 멸종위기 대구경북

  • 정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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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7-05 15:59  |  발행일 2026-07-06
범고래가 던진 경고장
과거에만 갇힌 대구경북
변화 못하면 결국 멸종
저항의 DNA 되살려야
살아남기 위한 변화 필요


하프타임용

최근 흥미로운 유튜브 영상을 봤다. 바다에서 인간 같은 생활을 하는 범고래 이야기였다. 요약하자면 범고래는 생물학적 본능뿐 아니라 사회적 학습을 통해 방언과 사냥 기술, 놀이까지 후대에 대대손손 물려주는 인간과 비슷한 몇 안 되는 동물이라고 한다.


더 찾아보니 사냥법도 지역마다 철저히 다른 전통을 이룬다고 한다. 파타고니아의 무리는 해변으로 돌진해 물개나 바다사자를 낚아채는 위험한 기술을 새끼에게 가르치고, 남극의 무리는 여러 마리가 일제히 헤엄쳐 파도를 일으킨 뒤 얼음 위의 물범을 바다로 떨어뜨려 사냥한다. 같은 종인데도 사냥법은 서로 다른 부족의 문화처럼 갈린다.


이런 전통은 무리를 결속시키고 거친 바다에서 살아남게 하는 원동력이다. 하지만 동시에 치명적인 약점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사냥터의 얼음이 사라지고 먹잇감이 자취를 감춰도, 이들은 조상의 방식을 좀처럼 버리지 못한다. 실제로 남극의 한 무리는 해빙이 녹아 사냥술을 펼칠 무대 자체를 잃었고, 개체수는 해마다 줄었다. 전통은 바다가 그대로일 때만 무기인 셈이다.


이런 '위기의 범고래' 상황을 이야기하는 이유는 최근의 대구·경북 지방 선거 이후 생긴 위기감 때문이다. 대구·경북은 6·3 지방선거에서 TK는 광역·기초단체장과 교육감까지 흔들림 없이 보수 정당을 택했다. 일부 무소속이 있었지만 대부분 보수 성향 인사들이다. 영남일보가 지방선거에 앞선 여론조사들에서 대구·경북 지역 주민들은 정당이나 성향보다 인물과 공약을 보겠다고 했는데 결과만 놓고 보면 응답과 실제 투표는 달랐던 것 같다.


1995년 민선 1기 이후 대구·경북은 흔들림 없이 인물이나 공약보다 정당에 힘을 실어주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일부 야성이 드러나기도 했었지만 지방선거에서는 유독 정당 투표 성향이 강했다.


물론 대구·경북의 전통은 '보수'나 '맹목적 지지'가 아니었다. 대구는 광복 전후에는 '한국의 모스크바'라는 별칭이 있을 만큼 야성이 강했다는 점은 널리 알려져 있다. 당시 좌파 민족주의자들 중 대구 출신이 많았다는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더욱이 1970년대까지만 해도 대구는 서울과 버금갈 정도로 한국의 민주화운동을 주도한 진보적인 곳이었다. 하지만 유독 지방자치제 확대 후 대구·경북의 보수화는 가속화된 것 같다.


부작용은 이미 나타나고 있다. 세상이 바뀌고 있는데도 TK는 익숙한 정쟁의 방식을 버리지 못했다. 특히 비슷한 투표 성향을 보였던 호남 지역에서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는 동안 TK는 기회 자체를 잃었다는 점이 뼈아프다. 대구·경북 행정통합이 국회에서 좌초된 반면, 전남·광주통합특별시는 지난 1일 예정대로 출범했다. 다르게 해석할 여지도 충분하지만 결국 이런 차이들이 호남 '반도체 투자'라는 결과를 낳았다는 생각이 든다. 정치권의 대응까지 무기력한 모습을 보니 우리가 멸종위기가 되는 것 아닌가 무서웠다. 맹목적인 지지가 정치권에 안일함을 안겨준 사이 지역의 굵직한 생존 현안들을 관철해 낼 치열함은 사라졌다.


결국은 다시 전통을 생각하자는 이야기다. 대구·경북의 전통은 원래 순응이 아니라 저항이었다. 지방자치제가 그 저항의 유전자를 정당 투표라는 새로운 사냥법으로 덮어씌운 지 30년, 남극의 범고래 무리처럼 바뀐 바다에서 사냥법을 바꾸지 못한 무리는 결국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는 점을 깊게 새겨야 한다.


대구·경북이 변화의 바다에서 다음 세대에 물려줄 전통이 순응인지 저항인지는 모르겠다. 다만 그 답에 따라 TK 지역은 계속 살아남을 수도, 정치적으로 멸종한 무리로 남을지 갈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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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훈

서울정치팀장 정재훈입니다. 대통령실과 국회 여당을 출입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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