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K&TALK] 피아니스트 희석 엘리아스 아클리 “‘음악적 고향’ 대구서 첫 연주…이름보다 ‘음악’으로 기억되고 싶어”

  • 정수민
  • |
  • 입력 2026-07-06 16:46  |  발행일 2026-07-06
■ 피아니스트 희석 엘리아스 아클리 인터뷰
다섯 살 동네 학원서 시작한 피아노 연주
여덟 살부터 교육 받아 열두 살에 유학행
영국·미국서 생활했지만 한국 무대 꿈꿔
지난해 독일 ARD 콩쿠르 준우승자인 피아니스트 희석 엘리아스 아클리는 피아니스트 꿈을 키운 음악적 고향은 대구다. 그래서 어릴 때부터 늘 한국 무대를 꿈꿨다고 밝혔다. 지난달 27일 대구 중구 갤러리 민아에서 열린 첫 연주회에 앞서 희석 엘리아스 아클리가 피아노 앞에 앉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정수민기자 jsmean@yeongnam.com

지난해 독일 ARD 콩쿠르 준우승자인 피아니스트 희석 엘리아스 아클리는 "피아니스트 꿈을 키운 '음악적 고향'은 대구다. 그래서 어릴 때부터 늘 한국 무대를 꿈꿨다"고 밝혔다. 지난달 27일 대구 중구 갤러리 민아에서 열린 첫 연주회에 앞서 희석 엘리아스 아클리가 피아노 앞에 앉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정수민기자 jsmean@yeongnam.com

"많은 분들이 저를 외국인 아티스트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하지만 피아니스트 꿈을 키운 '음악적 고향'은 대구입니다."


지난해 독일의 권위 있는 경연 대회인 ARD 국제 음악 콩쿠르에서 준우승과 특별상까지 휩쓴 피아니스트 희석 엘리아스 아클리(25)가 자신이 '뿌리'를 둔 대구에서 첫 연주회를 지난달 27일 성공적으로 마쳤다. 이날 공연은 그의 어머니의 전시와 연계한 특별 무대로 꾸며졌다. 당일 공연에 앞서 만난 그와 한 카페에서 음악적 이야기를 나눠봤다.


희석 아클리는 열두 살부터 영국 유학길에 올라 맨체스터 체텀 음악학교부터 미국 커티스 음악원, 줄리아드 음대 석사 과정까지 밟았다. 피아니스트 희석 엘리아스 아클리 연주 모습. <본인 제공>

희석 아클리는 열두 살부터 영국 유학길에 올라 맨체스터 체텀 음악학교부터 미국 커티스 음악원, 줄리아드 음대 석사 과정까지 밟았다. 피아니스트 희석 엘리아스 아클리 연주 모습. <본인 제공>

"어릴 때부터 늘 한국 무대를 꿈꿨습니다. 여기에 제 가족과 동료 음악가들이 있기도 하고요."


대구는 그가 '태어난' 고향은 아니다. 희석 아클리는 2001년 영국 슈루즈버리에서 태어나 이듬해 친척들이 있는 대구에서 살기 시작했다. 첼로와 피아노를 전공한 아버지 덕분에 집안에는 늘 클래식 선율이 흘렀고, 그런 환경에서 자란 그는 말을 하기도 전부터 클래식 음반을 손에서 놓은 적 없었다.


건반 위에 손을 얹기 시작한 곳은 대구다. 다섯 살이 되던 해 아파트 상가에 있는 피아노 학원을 다녔고, 여덟 살 무렵에는 현 계명대 피아노과에 재직 중인 러시아 피아니스트 알렉 쉬친을 사사하며 본격적인 음악의 길을 걸었다. 그렇게 10여 년간 대구에서 지냈던 시절은 그에게 음악적 자양분이 됐다.


열두 살이 된 그는 홀로 영국 유학길에 올랐다. 예원학교 진학을 두고 고민했지만, 치열한 한국의 입시 경쟁에 뛰어들게 만들고 싶지 않았던 부모님의 선택이었다. 그는 "영국에서는 경쟁 문화가 심하지 않아 즐겁게 음악을 할 수 있었다. 기숙사 생활을 하며 독립도 빠르게 했지만, 그때의 생활이 연주자의 길을 걷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회상했다.


피아니스트 희석 아클리(왼쪽 첫째)가 자신의 스승들에 대해  어린 시절 혼자 유학생활을 하게 됐지만, 매번 훌륭한 선생님들을 만난 덕에 음악을 즐기면서 배울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왼쪽 둘째부터 로버트 맥도날드, 게리 그래프먼, 명체 류. <본인 제공>

피아니스트 희석 아클리(왼쪽 첫째)가 자신의 스승들에 대해 "어린 시절 혼자 유학생활을 하게 됐지만, 매번 훌륭한 선생님들을 만난 덕에 음악을 즐기면서 배울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왼쪽 둘째부터 로버트 맥도날드, 게리 그래프먼, 명체 류. <본인 제공>

금호문화재단과 인연…세 번의 공연 선봬

성장기 담은 작품으로 공연 프로그램 구성

부조니 국제 콩쿠르 등 경연대회 도전할 것

"무대서 관객 만나는 순간이 가장 행복해"

탄탄한 유학 생활은 화려한 성과로 증명됐다. 2015년 맨체스터 베토벤 콩쿠르 최연소 우승을 시작으로, 2017년 스코틀랜드 국제 청소년 피아노 콩쿠르와 내셔널 아이스테드포드 블루리본 부문, 2018년 EPTA UK 피아노 콩쿠르에서 연이어 우승하며 세계 무대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국내 클래식계 유망주들의 산실인 금호문화재단과의 인연도 빼놓을 수 없다. 2023년 금호영아티스트콘서트로 국내에서 첫 데뷔 리사이틀을 거친 그는 지난해 오프닝 콘서트 연주자로, 지난 6월에는 '금호라이징스타'로서 연주회 등 세 차례 무대를 선보이며 적극적인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올해 여러 무대에서 선보인 프로그램에는 음악적 정체성을 찾기 위해 방황하고 성장했던 유학 시절과 코로나 시기의 기록들이 고스란히 투영돼 있다.


지난해 열린 독일 ARD 국제 피아노 콩쿠르 무대에서의 희석 아클리의 연주 모습. <본인 제공>

지난해 열린 독일 ARD 국제 피아노 콩쿠르 무대에서의 희석 아클리의 연주 모습. <본인 제공>

최근 줄리아드 음악원 석사 과정을 마친 그의 시선은 이제 '교육자'라는 목표로 향하고 있다.


또래보다 조금 이르게 미시간 음대에서 박사 과정에 진학해 학업을 이어갈 예정이다. 그는 "국내외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스스로 많은 것을 배웠다"면서 "단순한 이유일 수 있지만 그 보람이 커서 앞으로도 계속 가르치는 일을 이어가고 싶다"며 눈을 반짝였다.


연주자로서의 도전도 멈추지 않는다. 2023년 덴마크 아르후스 국제 피아노콩쿠르 입상, 2024년 몬트리올 국제 피아노 콩쿠르 파이널리스트, 지난해 피아노 아일랜드 국제 콩쿠르 우승까지 꾸준히 세계 무대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그다. 이에 부조니 국제 피아노 콩쿠르를 비롯한 여러 경연 대회에도 도전할 계획이다. 또한 국내의 친분이 있는 동료 연주자들과의 컬래버레이션과 교류를 통한 무대로 관객들을 만나는 것 역시 꿈꾸고 있다.


그의 장기적인 목표는 "다양한 음악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하는 것"이다. 올해만 대구를 비롯해 서울, 부산, 대전에서 관객들을 만난 그는 오는 16일 서울 대학로 예술가의집에서 '하우스콘서트' 무대에 오른다. "한국에서 활발하게 무대에 서는 순간이 꼭 꿈꾸는 것 같다"던 그는 "도이치 그라모폰과 같은 세계적인 클래식 음반사에서 앨범을 내는 것도 좋지만, 무대 위에서 관객을 만나는 순간이 가장 행복하다"며 수줍게 웃어보였다.


"무엇보다 관객들이 제 이름보다 제가 연주한 음악의 단 한 소절이라도 마음 속에 담아 간다면 더 바랄 게 없습니다."



기자 이미지

정수민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생활/문화인기뉴스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

영남일보TV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