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새벽 대구가톨릭대병원 분만실에서 각 진료과 전문의와 간호사 등 의료인력 17명이 고위험 산모의 출산에 투입돼 수술을 하고 있다.<대구가톨릭대병원 제공>
토요일인 지난 4일 새벽 2시. 대구가톨릭대병원 분만실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제주도에서 받아줄 병원이 없어 헬기를 타고 300km 떨어진 대구 병상에 누운 고위험 세쌍둥이 산모가 극심한 통증을 호소해서다. 산모와 태아 모두가 위험해질 수 있는 긴급한 상황이었다.
주치의인 산부인과 이효진 교수에게 비상호출이 떨어진 시각은 새벽 2시27분. 호출과 동시에 이 병원의 '고위험 분만 시스템'이 일사천리로 작동됐다. 각자 자택에 있다 콜을 받은 대기팀 의사와 간호사들이 병원 수술실로 단숨에 뛰어 왔다. 불과 20여 분 후, 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와 간호 인력, 인턴 등 의료진 17명이 수술실에 집결했다. 아기 한 명당 소아과 전문의 1명과 전담 간호사 1명이 붙어야 하는 세 쌍둥이를 위해 구성된 '생명 구조대'였다.
대구가톨릭대병원 의료진들이 지난 4일 새벽 응급 수술로 갓 태어난 세쌍둥이 자매 중 먼저 태어난 태아 2명에 대해 강제로 산소를 공급하는 인투베이션 치료를 하고 있다.<대구가톨릭대병원 제공>
새벽 3시20분, 산모가 수술 준비를 마치고 분만실에 도착하자수술이 시작됐다. 이후 기적 같은 생명 구출극이 연출됐다. 3시 36분쯤 1400g의 첫째 아이가 세상 밖에 나왔다. 이어 1분 단위로 둘째(1600g), 셋째(1500g)가 연달아 첫 울음을 터뜨렸다. 세 쌍둥이 자매가 모두 무사히 엄마 품에 안긴 것이다.
이효진 교수는 "첫째 아이가 가장 작아 걱정했는데 울음을 터뜨려 일단 안도했다. 남은 둘째, 셋째 아이가 탯줄에 조일 수 있어 많이 긴장했지만, 둘째가 나오고 난 후 겨우 안심이 됐다. 셋째도 울면서 뱃속에서 나왔다"고 숨가빴던 당시를 떠올렸다.
이날 대구가톨릭대병원 의료진들의 사투는 한 달 전인 6월 4일부터 시작됐다. 당시 임신 27주 차였던 이 산모는 제주 내 의료기관에서 고위험 세쌍둥이를 수용할 수 없게 되자, 바다건너 대구로 긴급 전원을 요청했다. 같은 날 저녁 소방본부 신고 접수 후 자정을 넘긴 5일 새벽 0시 25분에야 대구 병상에 누울 수 있었다.
27주는 태아 생존율이 극히 낮은 단계다. 산부인과 의료진은 하루하루가 곧 아이들 생명과 직결된다는 판단하에 일단 '한 달 버티기' 작전에 돌입했다. 타지 생활로 불안해하는 산모를 위해 매일 밀착 회진을 돌았다. 분만실 간호사들은 한 달간 24시간 내내 산모 곁을 지켰다. 굳건한 모성애와 의료진의 집념이 합쳐져 소중한 한 달을 추가로 확보한 것이다.
제주에서 긴급이송된 세쌍둥이 산모의 주치의인 이효진 산부인과 교수.<대구가톨릭대병원 제공>
이 교수는 "보통 태아 주수가 23~24주 차, 550g 이상이면 생존력이 있다"며 "우리 의료진들은 최근 328g 태아도 살려낸 경험이 있다. 어떠한 악조건의 고위험 산모라도 안심하고 찾을 수 있는 병원이 되도록 의료진 전체가 탄탄한 노하우를 쌓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출생 직후 세 쌍둥이는 일시적 호흡 곤란 증세를 보여 긴급 기도 삽관(인투베이션) 치료를 받았다. 하지만 현재 아이들은 모두 스스로 숨을 쉬며 신생아 집중치료실(NICU)에서 안정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산모도 회복해 이번 주 퇴원을 앞두고 있다.
이 교수는 "이번 성공은 의사 한 명의 능력이 아니라, 새벽 연락에도 단숨에 달려와 준 숙련된 간호사들과 동료 교수들, 그리고 초기 응급실 단계부터 신속하게 대처해 준 응급의학과까지 병원 전 구성원의 완벽한 팀워크와 자부심이 만들어 낸 결과"라며 "우리 병원의 유기적인 고위험 산모·신생아 통합 치료 시스템이 다시 한번 빛을 발했다"고 뿌듯해 했다.
이효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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