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항의하는 시위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16일 오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앞에서 시위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정세영 수습기자 sy302@yeongnam.com
"부정선거 재선거! 당일투표 수개표!"
16일 오전 9시30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부근에 들어서자 멀리서부터 구호 소리가 울려 퍼졌다. 핸드볼경기장 1-3 출입구 앞에는 이른 아침부터 시민 50여 명이 모여 구호와 함께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고 있었다.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지난달 5일부터 시작된 올림픽공원 시위가 42일째 이어지며 장기화하고 있다. 이날 서울의 낮 최고 기온이 32℃로 무더위가 기승을 부렸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참가자들은 태극기와 성조기가 디자인된 양산 등 햇볕을 가릴 물품을 꺼내 들고 시위를 벌였다. 중장년층과 노년층이 상당수였고, 대형 깃발을 흔드는 청년층도 눈에 띄었다.
참정권 보장을 주장했던 초기 시위와 달리 부정선거 및 재선거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시위를 주도하고 있었다. 핸드볼경기장 출입구 유리문이나 벽면에는 '부정선거 재선거, 당일 투표 수개표'라고 적힌 피켓이 상당수였고, '멸공' '윤석열 불법 구속 즉각 취소' 등 극단적인 정치 구호도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시위를 주도하는 이들은 중장년층과 노인층이 비교적 많았다. 서울시 실시간 도시데이터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 기준 이 일대 실시간 인구 분포(8천500~9천명)에서 60대 이상이 25.0%로 가장 많았다. 30대와 40대가 각각 18.8%, 50대가 16.2%로 그 뒤를 이었다. 20대는 14.4%에 불과했다.
6.3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항의하는 시위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16일 오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앞에서 시위 참가자들이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정세영 수습기자 sy302@yeongnam.com
참가자들은 청년층 이탈과 규모 축소를 일부 인정하면서도 해산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주로 오전 집회에 참여한다는 임근호(71)씨는 "요즘 날씨가 무더워지면서 한 달 전보다는 참가 규모가 다소 줄었다. 젊은 학생이나 직장인들도 바쁘다 보니 잘 못 오는 것 같다"면서 "그래도 참여자들의 의지가 워낙 강해서 (시위가) 금방 끝나지는 않을 것이다. 재선거가 확정될 때까지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참여자들은 "이른 아침에는 사람이 많이 없는 편이지만, 평일 퇴근 시간과 주말이 되면 젊은 직장인과 학생들이 모여든다"고 입을 모았다.
집회 현장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이들도 다수였다. 25일째 이곳에서 숙박하며 시위에 참여한다는 조모(67)씨는 "냉난방 버스나 텐트에서 잠을 청하고, 공원 화장실에서 씻으며 생활한다. 식사는 기부 음식이나 근처 식당에서 해결한다"고 했다. 그는 "밖에서 생활하는 것 자체가 불편하지만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며 "재선거가 확실히 시행될 때까지 계속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올림픽공원 잔디밭에는 천막과 텐트 여러 개가 쳐져 있었고, 안에는 갖가지 생활용품이 눈에 띄었다. 주차장 한편에는 성별에 따라 이용할 수 있는 '냉난방 버스' 두 대도 있었다. 조씨는 "무료로 제공되는 냉난방 버스에서 자고 이른 아침부터 시위에 참여하는 이들도 많다"고 설명했다.
본격적인 여름철을 맞아 당분간 폭염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올림픽공원 시위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대전에서 올라왔다는 김제경(65)씨는 "자식과 손자·손녀를 위해 시간을 내서 집회에 참여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집회의 목적을 달성할 때까지 계속 참석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재훈
서울정치팀장 정재훈입니다. 대통령실과 국회 여당을 출입하고 있습니다.
홍예원
영남일보 홍예원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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