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정책연구원 사회문화연구실 박사
며칠 전 저녁, 필자는 서문시장을 찾았다. 시장을 둘러보던 중 납작만두를 앞에 두고 연신 사진을 찍는 대만 청년들이 눈에 들어왔다. 궁금한 마음에 다가가 "어떻게 대구까지 오게 되었나요?"라고 물었다. 그들은 SNS에서 본 대구 먹방 영상이 여행의 계기가 되었다고 말했다. 손에는 관광안내서 대신 직접 정리한 맛집 메모가 들려 있었고, 서문시장과 동성로 등 꼭 가봐야 할 음식점들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관광명소보다 맛집을 먼저 찾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음식은 단순한 먹거리가 아니라 외국인 관광객이 대구를 선택하는 중요한 여행동기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실감했다. 유엔관광기구(UN Tourism)는 '미식관광'을 단순히 음식을 소비하는 행위가 아니라 지역의 문화와 역사, 진정성을 함께 경험하는 관광으로 정의한다. 세계 각국은 이미 음식을 지역의 핵심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변화가 이어지고 있다. 세종시는 지난 7월, 문화체육관광부와 함께 숙박을 결합한 체류형 미식여행상품 '세종오식'을 본격 운영하며 음식을 여행의 목적지로 만들고 있다. 세종시 외에도 충북 제천시의 '가스트로 투어'도 주목받고 있다. 이처럼 음식은 관광의 부가상품이 아니라 여행을 선택하는 이유가 되는 시대다. 대구는 이러한 시대적 흐름 속에서 누구보다 경쟁력이 높은 매력적인 미식의 도시다. 대구 육개장, 동인동 찜갈비, 막창구이 등 다른 지역에서 쉽게 만날 수 없는 독창적인 향토음식을 보유하고 있고, 축적된 음식 자산도 적지 않다. 2006년에 지정된 대구 10미(味)는 어느덧 20년 가까운 역사를 가진 지역 대표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안지랑곱창골목과 앞산카페거리는 2018년 문화체육관광부가 선정한 '한국관광의 별' 음식 부문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2024년 대구관광 실태조사에 의하면, 외국인 관광객의 대구 여행활동 1위는 전통시장 방문(90.8%)이며, 방문목적 1위는 식도락(90.7%)이었다. 이미 외국인들은 대구를 K-미식관광 도시로 경험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이 멀다. 지금의 미식관광은 '맛집 방문'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대구 10미 역시 지정 20년이 되도록 열가지 음식을 소개하는 데 그칠 뿐, 여행객이 하루를 머물며 경험하는 미식관광 콘텐츠로는 충분히 확장되지 못했다. 동성로를 시작으로 서문시장, 동인동 찜갈비골목을 잇는 '대구 가스트로(Gastro) 루트'를 개발하고, 숙박·미식·야간·쇼핑을 융합한 체류형 관광상품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음식마다 담긴 역사와 골목의 이야기를 스토리텔링으로 엮어낼 때 비로소 '먹는 관광'은 '경험하는 관광'으로 바뀔 수 있다. 대구 10미 역시 오늘의 언어로 다시 해석할 필요가 있다. 청년 셰프와 로컬 크리에이터가 참여하는 쿠킹클래스, 미식 워크숍, 팝업스토어 등을 통해 전통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여기에 「대구 10미 K-미식관광 페스타」를 개최하여 동성로, 동인동 찜갈비골목, 들안길 먹거리타운 등 대표 상권과 연계한다면, 개별 음식과 상권이 하나의 관광콘텐츠로 연결되면서 지역 식품산업과 관광산업이 함께 성장하는 지속가능한 미식관광 생태계가 만들어질 것이다. 전통과 현대적 창의성이 만나는 순간, 대구 미식은 MZ세대와 외국인 관광객 모두를 사로잡는 K-미식관광 콘텐츠가 될 것이다. 대구 10미가 열가지 음식의 맛으로만 머무르지 않고 골목과 시장, 사람과 이야기를 연결하는 도시브랜드로 확장될 때, 대구는 '맛있는 도시'를 넘어, '다시 찾고 싶은 K-미식관광 도시'로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