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이 시대의 문학은

  • 신보라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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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7-21 16:42  |  발행일 2026-07-22
신보라 소설가

신보라 소설가

AI는 빠른 속도로 문장을 만들어내고 있다. 몇 개의 주제어만 입력해도 시를 쓰고 소설을 쓴다. 이제 '쓴다'는 행위는 더 이상 인간만의 고유한 능력이라고 말하기 어려워졌다. 그렇다면 이제 문학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어쩌면 우리는 질문을 조금 바꿔야 하지 않을까. AI가 글을 쓸 수 있느냐가 아니라, 문학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느냐고.


문학은 정답을 말하는 예술이 아니다. 오히려 정답이 없는 세계에 오래도록 머물러 있기 위해 존재한다. 우리는 소설을 읽으며 누가 옳은지 판가름하는 것이 아닌 그 인물은 왜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생각한다. 생각은 생각에 꼬리를 물고 한 사람의 침묵을 이해하기 위해 수백 페이지를 넘기며, 끝내 이해하지 못하기도 한다.


문학은 정답이 아닌 오히려 질문을 남긴다는 것.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가장 그럴듯한 문장을 제시한다. 반면 문학은 어떠한가. 가장 그럴듯하지 않은 문장을 우리는 끝까지 붙잡기도 한다. 모순된 선택과 설명되지 않는 대화, 갑작스러운 침묵.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을 그 누구보다 미워하기도 하고 떠나기로 다짐한 곳에서 오래 머물기도 하며, 이미 끝난 일들을 밤마다 후회하기도 한다. 문학은 그런 모순을 지우지 않는다. 오히려 그 모순이 가장 인간다운 것이므로.


AI는 많은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안다는 것과 살아낸다는 것은 다르다. 오늘 저녁 내린 폭우의 현상을 설명할 수는 있어도 비를 맞으며 집으로 걸어간 풍경을 기억하지는 못한다. 상실의 의미를 정의할 수는 있어도 문득문득 눈을 돌리는 습관까지는 경험하지 못한다. 문학은 바로 그 장면을 기록하는 일이다. 사건보다 사건 이후에 남는 감각을 붙잡는 일 말이다.


AI는 앞으로도 더 좋은 글들을 만들어낼 것이다. 그것을 의심할 수는 없다. 다만 더 좋은 글, 더 쉽게 읽히는 글보다 누군가의 삶을 오래 바라보려는 태도, 이해할 수 없는 타인을 끝내 포기하지 않으려는 마음, 그리고 설명되지 않는 감정을 언어로 남기려는 집요함. 문학은 그 마음을 잃지 않는 한 계속해서 인간의 예술로 남을 것이다. 아주 비효율적인 일이지만 가장 효율적으로.


어쩌면 이제 이 AI 시대에 문학이 해야 할 일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것을 나날이 증명해나가는 일이 아니다. 인간이 무엇을 잃어서는 안 되는지를 끊임없이 질문하게 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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