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가 머물고 드라마가 흐르는 #포항_로그인⑧] 신화처럼 깊은 사랑을 꿈꿀 때, 연오랑세오녀 테마공원

  • 류혜숙·이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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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7-22 17:35  |  발행일 2026-07-23
해와 달의 전설 새겨진 바닷길, 몽글몽글 러브스토리로 물들다
영일만 전체를 한눈에 내다보는 임곡의 비탈진 벼랑에 연오랑세오녀 테마공원이 자리한다. 삼국유사가 전하는 연오랑과 세오녀의 전설을 현대적으로 풀어낸 공원이다. 
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영일만 전체를 한눈에 내다보는 임곡의 비탈진 벼랑에 '연오랑세오녀 테마공원'이 자리한다. 삼국유사가 전하는 연오랑과 세오녀의 전설을 현대적으로 풀어낸 공원이다. 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영일만 연오랑세오녀 공원·귀비고

삼국유사 전설 현대적으로 풀어내

'런 온''완벽한 비서' 등 촬영 명소

호미반도 58㎞ 둘레길 해안도 장관

빨간등대 방파제·일출로 낭만 물씬

 

낯선 시공간에 피어난 고백과 설렘

내면 마음 깨닫도록 하는 힐링로드

신라 제8대 아달라왕 4년인 157년, 바닷가에서 해초를 따던 연오랑은 바위에 실려 떠나갔다. 바위는 일본에 닿아 연오랑은 그곳의 왕이 되었다. 연오랑을 찾아 헤매던 세오녀도 바위를 타고 떠났다. 그녀는 연오랑을 다시 만나 귀비가 되었다. 그러자 신라의 해와 달이 빛을 잃었다. 깜깜해진 세상에서 허둥대던 사람들은 세오녀가 짠 비단으로 하늘에 제를 올렸다. 그러자 해와 달이 다시 빛났다. 연오랑과 세오녀가 살았던 동해 바닷가, 그곳은 빛을 맞이하는 바다, 영일(迎日)이다.


◆ 연오랑세오녀테마공원


영일만 전체를 한눈에 내다보는 자리에 임곡리가 있다. 호미반도의 초입, 도구해변의 모래밭에서부터 서서히 상승하는 산자락이다. 조선시대에는 임곡포였다. 경상도 4진의 하나인 영일진이 있던 포구로 '태종 17년인 1417년, 임곡 포구에서 6리 20보 지점에 영일진을 설치하고 이 고장의 중심 진영으로 삼았다'는 기록이 있다.


임곡의 비탈진 벼랑에 '연오랑세오녀 테마공원'이 자리한다. 삼국유사가 전하는 연오랑과 세오녀의 전설을 현대적으로 풀어낸 공원이다. 공원 어디에서나 보이는 커다란 건물은 전시실인 '귀비고(貴妃庫)'다. 귀비고는 세오녀가 짠 비단을 보관했던 창고의 이름이다. 귀비고를 중심으로 신라마을과 한국 뜰, 일본 뜰이 펼쳐지고, 연오랑과 세오녀가 일본으로 타고 간 바위이자 세오녀가 짠 비단을 싣고 돌아왔다는 쌍거북 바위, 해와 달의 누각인 일월대와 조형물까지 공원은 연오랑과 세오녀의 이야기로 가득하다.


포항 연오랑 세오녀 테마공원에서 본 바다와 포항시내. 
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포항 연오랑 세오녀 테마공원에서 본 바다와 포항시내. 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2021년 2월에 종영한 JTBC드라마 '런 온'에서 연오랑세오녀 테마공원은 드라마 속 영화 촬영장이었다. 외국에서 온 촬영팀의 통역을 맡게 된 오미주(신세경)는 갑작스러운 배우의 요청으로 운전사가 필요해지자 기선겸(임시완)에게 부탁하게 된다. 선겸은 정확한 일도 모른 채 촬영장으로 온다. "미안해요. 우리가 너무 급해가지고. 뭐 해양어선이라도 태우면 어쩌려고 그렇게 덥석 왔어요?" "여기 오미주씨 있대서요." 그저 오미주가 있어서 온 기선겸, 낯선 곳에서 함께한 근 3일은 선겸과 미주의 마음을 더욱 가깝게 만든다. 일월대의 커다란 지붕이 내려다보이는 산책로 바위에 앉아 호출을 기다리던 기선겸과 틈이 날 때마다 선겸에게 달려오던 미주의 모습은 특히 기억에 남는다. 그는 처음으로 일기를 써 보려 한다. '낯선 곳에 왔다. 오미주씨가 아팠다.' 이 두 줄에서 더 나아가지 못한 채 밤이 되고 만다. "뭐해요?" "일기 너무 어려워요." "아니 무슨 방학숙제도 아닌데 뭐가 그렇게 어려워요?" 미주는 그냥 솔직하게만 쓰면 된다고 말해준다. 선겸은 큰 깨달음을 얻은 얼굴로 일기를 쓴다. '일기 쓰는 법을 배웠다. 기분이 좋다. 제임스와 브루노를 만났다. 말이 잘 안 통한다. 답답했다.' 그리고 아침의 일기에 한 문장을 덧붙인다. '무서웠다.'


포항 연오랑 세오녀 테마공원의 귀비고 내부. 귀비고는 세오녀가 짠 비단을 보관했던 창고의 이름이다. 
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포항 연오랑 세오녀 테마공원의 귀비고 내부. 귀비고는 세오녀가 짠 비단을 보관했던 창고의 이름이다. 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포항 연오랑 세오녀 테마공원의 신라마을과 바다.
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포항 연오랑 세오녀 테마공원의 신라마을과 바다. 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포항 연오랑 세오녀 테마공원의 신라뜰.
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포항 연오랑 세오녀 테마공원의 신라뜰. 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연오랑세오녀 테마공원은 드라마 '여행을 대신해드립니다'에서 주인공 강여름(공승연)과 리트리버 지니의 여행에도 등장한다. 포항을 여행하는 동안 여름은 지니가 시각장애인 안내견일지도 모른다는 것을 알게 된다.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눈을 감고 지니의 안내를 받으며 걷던 길이 연오랑세오녀 테마공원의 산책로다. "지니야 왼쪽." "지니야 오른쪽." 눈을 감은 채 어둠 속에서 지니가 이끄는 대로 걷던 그녀는 깨닫는다. '이제야 지니의 마음을 알 것 같습니다. 지니에게는 익숙한 눈물, 아픔, 외로움, 옆에 있는 사람을 향한 따스한 보호, 어떠한 유혹에도 주인의 곁을 떠나서는 안 된다는 책임감, 지니는 첫사랑을 잃고 울고 있던 나를 지키는 기사였나 봅니다. 누군가의 반려견을 보살피며 여행했던 것이 아니라 모든 순간 내가 지니의 보호를 받으며 여행했단 것을 이제야 깨닫습니다.'


2025년 SBS드라마 '나의 완벽한 비서'에서 이곳은 은호(이준혁)가 지윤(한지민)에게 목걸이를 선물한 곳이다. "고마워요 은호씨. 은호씨 덕분에 내가 좀 더 좋은 사람이 됐어요." "지윤씨가 어디에 있든 이 손 절대 놓지 않을 거예요."


◆ 호미반도 해안 둘레길


경북 포항 호미반도 해안둘레길 선바우길은 바다 위 데크길을 걷다보면 경북동해안 국가지질공원의 지질명소 흰디기를 볼 수 있다.
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경북 포항 호미반도 해안둘레길 '선바우길'은 바다 위 데크길을 걷다보면 경북동해안 국가지질공원의 지질명소 '흰디기'를 볼 수 있다. 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도구해수욕장에서 포항의 남쪽 끝인 두원리까지 이어지는 총 58㎞에 달하는 길은 호미반도 해안 둘레길이다. 드라마 런 온에서 미주의 연락을 받고 촬영장으로 온 선겸이 조깅하던 그 멋진 해안 데크길이 호미반도 해안 둘레길 중 선바위 길 구간이다.
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도구해수욕장에서 포항의 남쪽 끝인 두원리까지 이어지는 총 58㎞에 달하는 길은 '호미반도 해안 둘레길'이다. 드라마 '런 온'에서 미주의 연락을 받고 촬영장으로 온 선겸이 조깅하던 그 멋진 해안 데크길이 호미반도 해안 둘레길 중 '선바위 길' 구간이다. 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영일만의 남쪽 모서리는 아주 넓고, 뽀얗고, 부드러운 모래를 가진 도구 해수욕장이다. 연오랑과 세오녀가 바위를 타고 바다 너머로 떠나갔다는 바로 그 전설의 해변이다. 여기서부터 해안선은 호랑이의 꼬리를 감쌌다가 포항의 남쪽 끝인 두원리까지 이어지는데, 총 58㎞에 달하는 이 길을 '호미반도 해안 둘레길'이라고 부른다.


연오랑세오녀 테마공원을 포함해 이 길의 곳곳이 영화나 드라마의 촬영지였다. 드라마 '런 온'에서 미주의 연락을 받고 촬영장으로 온 선겸이 조깅하던 그 멋진 해안 데크길이 호미반도 해안 둘레길 중 '선바위 길' 구간이었고, 드라마 '스프링 피버'에서 윤봄과 선재규가 자주 드라이브하던 길이 또한 호미반도의 해안길이었다.


장기면 일대에서는 2013년 드라마 '맏이'가 촬영되었고, 구룡포 일본인 가옥거리는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런 온', '스프링 피버' 외에도 '2009 외인구단'과 1991년 드라마 '여명의 눈동자' 등의 촬영지로 이름 높다.


드라마 '모래에도 꽃이 핀다'에서 김백두(장윤동)와 오유경(이주명)의 집은 구룡포 일본인 가옥거리의 윗골목이다. 특히 이 드라마는 대보1리 마을회관, 구만해변 길, 대보항 방파제, 구만리의 진수백반과 오핑 카페, 구룡포 보릿돌교, 장길리 낚시공원 등 호미반도 둘레길 곳곳이 일상의 공간으로 등장한다.


드라마 '마이유스'에서 다큐 촬영팀이 하루의 일정을 마무리했던 공간은 호미곶 구만리의 유니의 바다 풀빌라다. 또한 구만리의 스타스케이프 풀빌라는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와 '박원숙의 같이 삽시다' 등의 예능과 광고, 그리고 여러 드라마에 등장해 널리 알려진 곳이다. 2022년 드라마 '빅마우스'에서 이곳은 고미호(임윤아)를 적극적으로 도와 사건 해결의 단서를 제공하는 장혜진(홍지희)의 숙소였다.


경북 포항 호미반도 해안둘레길. 연오랑세오녀 테마공원을 포함해 이 길의 곳곳이 영화나 드라마의 촬영지였다.
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경북 포항 호미반도 해안둘레길. 연오랑세오녀 테마공원을 포함해 이 길의 곳곳이 영화나 드라마의 촬영지였다. 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2024년 tvN드라마 '웨딩 임파서블'은 동성애자인 재벌 후계자 이도한(김도완)과 위장 결혼을 결심한 무명 여배우 나아정(전종서), 그리고 이들의 결혼을 결사반대하는 예비 시동생 이지한(문상민)이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계약결혼으로 시작해 진정한 사랑을 깨닫는다는 뻔한 로맨스로 보이지만, 각 인물의 선택이 얽히면서 감정의 선이 깊어지는 작품이다.


많은 우여곡절 끝에 아정과 지한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지만 앞이 막막하다. "일단 지금은 우리 둘만 생각하는 게 어떨까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하루만, 서로만 봅시다. 이젠 나만 믿고 따라와 줘요." 밤새도록 버스를 타고 두 사람이 도착한 곳은 고즈넉한 어촌마을, 나란히 앉아 있던 모래밭은 도구해변이다. 새벽의 푸른빛으로 가득한 해변에서 지한이 아정에게 말한다. "정말 아름답지 않습니까."


두 사람은 '우리를 아는 사람도 없는 곳, 우리가 아는 사람도 없는 곳'에서 나아정이 아닌 너아정, 이지한이 아닌 이지헌이 되어 귀여운 데이트를 즐긴다. 호미곶의 청보리밭을 거닐고, 자전거를 타고 일출로를 달리며, 도움을 요청하는 할머니를 위해 비료를 옮기고 잡초도 뽑는다. 그리고 하룻밤을 묵게 되는 곳이 석병리의 바닷가 민박집, 드라마 '갯마을 차차차'의 감리할머니 집이다. "방이 하나밖에 없을 줄은 몰랐네." "뻔한 레퍼토리죠. 그냥 법칙이랄까? 섬에 오면 배가 끊기고, 오지를 가면 막차가 끊기고, 어, 이게 또 잘 데로 들어오면요 방이 꼭 하나에요, 이렇게. 이런 게 이젠 너무 진부해서 뭐, 전 아무렇지도 않습니다." 잠을 설친 두 사람은 새벽 석병리 빨간 등대가 있는 방파제에 앉아 이야기를 나눈다. "하루가 24시간이 아니라 48시간, 72시간이면 좋겠어요." "나랑 같이 있는 게 그렇게 좋나? 아, 날 이렇게 좋아하는데 난 왜 그동안 눈치를 못 챘나 몰라." "앞으로 어쩔 수 없이 우리가 마주하는 산들이 많을 거예요. 힘들고 어렵겠죠. 근데 우리, 그래도 계속 같이 있읍시다."


글=류혜숙 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


사진=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공동기획 - 포항시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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